A씨에 관하여
안현서 지음 / 박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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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 『A씨에 관하여』를 집어 들며, 16세의 어린 소녀가 소설을 썼다는 말에 걱정이 앞섰다. 예전에 한 어린 소녀가 썼다는 소설을 읽고 실망이 컸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펼치며, 그 때처럼 ‘역시 어린 나이에 소설은 무리야.’라는 평가를 내릴 기대(?)를 품고 이 책을 읽어나갔다. 하지만, 이 책은 16세라는 타이틀이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16세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소설을 읽어나갈 수밖에 없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16세라서 이 부분은 이렇게 썼네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친구, 물건이구나 싶은 생각이 더 크다. 앞으로 그 성장이 무섭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개인적으로는 『A씨에 관하여』 책 한 권속에서도 이 친구가 소설을 써가면서 성장하고 있구나 싶었다. 처음 시작보다 뒤로 갈수록 소설은 더욱 스토리가 탄탄하고, 좋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판타지의 느낌, 몽환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마치 환상특급 열차를 타고 신 나게 여행한 기분이다.

 

저자는 서로 독립적인 세 가지 이야기를 차례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서로 다른 이야기들은 A씨라는 사람으로 인해 연결된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이들 모두는 A씨를 찾아 한 자리로 소환된다. 아울러 A씨를 찾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독자인 우리 모두가 A씨가 되길 촉구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개가 있었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개가 있었다.

노인이 있었다.

어린아이가 있었다.

철학자가 있었다.

염세적인 남자가 있었다.

살인자가 있었다.

 

이들 여섯 존재들은 하루에 한 번씩 주인공 한을 찾는다. 그러니, 한은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인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시달리며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남들이 보기에 한은 정신병자인 것. 과연 한은 어떻게 이들 여섯 존재들을 떨쳐낼 수 있을까?

 

이 첫 번째 에피소드는 가장 긴 분량인데, 읽다보면, 이들 여섯 존재가 무엇이구나 하는 것을 어느 정도 눈치 챌 수 있다. 물론, 작가는 뒤에서 친절하게 이들이 누구인지 밝히지만 말이다. 이들은 바로 한 자신이었던 것. 개는 한의 감정기복을, 어린아이는 한의 과거의 기억들을, 노인은 한의 미래 모습을, 철학자는 한이 생각하는 관념들을, 염세적 남자는 한이 세상을 향해 품는 두려움을, 그리고 살인자는 한 스스로 자신을 혐오하는 것들을 상징한다.

 

어쩌면, 작가의 표현처럼 우리 안에는 이런 모든 감정들이 혼재되어 있다. 그리고 우린 그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품을 필요가 있음을 작가는 말한다. 물론, 감정을 있는 그대로 품되 부정적 감정들은 상쇄하거나 긍정적 감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고래를 찾아서” 역시 대단히 몽환적인 이야기이며, 반전에 반전이 있는 이야기이다. 이안과 소현은 24살 동갑내기로 둘 다 부모를 사고로 잃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랑하는 사이다. 그런데, 소현의 기억은 어느 날부터인가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오후가 되면 소현의 기억이 자꾸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곤 다음날 아침이 되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며, 차츰 더 오랜 과거로 기억이 돌아가게 된다. 왠지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떠올리게 되는 그런 모티브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반전이 돋보인다. 그리고 좋은 기억의 순간이 갖는 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3개의 에피소드 가운데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 가장 짧은 에피소드인 “Train Ticket” 역시 몽환적인 분위기이며, 상당히 박진감 있게 이야기가 전개되며, 아울러 감동적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은 작품으로 여겨진다.

 

3가지 에피소드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몽환적이라는 것, 그리고 반복이라는 모티브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기억이 중요한 하나의 주제라는 것 등을 들 수 있겠다.

 

아무튼 우려함(?)과는 다르게 탄탄한 구성과 흥미로운 전개, 그리고 쉽게 읽혀지는 표현 등으로 인해 재미나게 읽은 책이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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