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명세 지음 / 청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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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990년에 개봉했던 동명의 영화(감독:이명세)를 감독한 감독의 작품이며, 그 원작이다. 아울러 2014년도에 리메이크된 동명 영화(감독:임찬상)의 원작이기도 하다. 길지 않은 분량의 내용이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빠르게 전개되는 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들의 초등학교 4학년 때로부터 시작된다. 여자아이들이 한창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을 때,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고무줄을 끊고 도망친다. 흔히 이런 상황 다음에는 여자아이들이 주저앉아 울거나, 또는 남자아이들을 뒤쫓다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끝까지 남자아이를 쫓아와 깔고 앉아 사과를 받아낸 여자아이가 있다. 그리고 이때 이 두 소년소녀의 만남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인 영민과 미영의 첫 만남이다.

 

이렇게 짓궂은 만남으로 시작된 그들은 대학생이 되어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되고, 결국 사랑을 키워 결혼하게 된다. 소설은 바로 이들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결혼 이후의 모습을 때론 달달하게, 때론 애틋하게, 그리고 때론 안타깝게 묘사해 나간다.

 

오랜 연애(?)생활을 마감하며 영민이 미영에게 청혼하려 하는 장면은 풋풋하고 귀여우며, 안타깝기만 하다. 왠지, 어긋나는 둘의 모습이 바보 같기도 하여 그들에게 상대의 마음을 확인시켜 주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 후 신혼 첫날의 풍경은 순수하기도 하며, 마치 첫 만남인 초등학교 4학년 시절로 돌아간 듯 어설프기도 하다. 아울러 이런 모습이 옛 젊은이들의 모습이었지 싶은 마음도 있다.

 

이렇게 귀엽고 예쁜 마음으로 결혼한 이후 둘은 많은 갈등과 위기를 겪기도 한다. 이게 사실 결혼생활이다. 결혼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며 삶이다. 그렇기에 갈등이 있고, 힘겨울 수밖에 없다. 이 힘겨움을 어떻게 넘어가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참 안타까운 건, 결혼 생활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소설 속에서도 그렇듯이 많은 갈등이 너무나도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되고 있음이 안타깝다.

 

결혼은 환상이 아닌, 삶이다. 그렇기에 많은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말 사소한 것 가지고 갈등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신혼 초기에는 많이들 이야기하는 그런 것들로 마음이 상하곤 했다. 우리 가정 역시 그랬다. 난 치약을 뒤에서부터 차례대로 눌러 사용한다. 그런데, 안해는 아무 곳이나 꾹 눌러 사용한다. 처음엔 이런 것 하나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뒤부터 차근차근 쓰면 좋으련만.

 

하지만, 그건 내 입장일 뿐이다. 아니 서로의 취향, 습관이 다를 뿐이다. 그저,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며 살아가면 된다. 소설 속에서도 이런 말을 한다. “사랑이란 화음을 맞추듯 자신의 개성을 가다듬어 그에게 맞추려 노력하는 것. 나를 비우고 그 자리에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 미세한 떨림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관심이다.”(63쪽)

 

그렇다. 서로 주장을 조금 줄이고, 상대를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요즘은 우리 가정에서 치약 가지고 싸울까? 안 싸운다(사실 치약 가지고 싸운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처음에는 왜 그렇게 사용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는 것일 뿐. 물론 솔직히 말하면 내가 잔소리 한 적은 있다. 항상 그놈의 잔소리가 문제다). 그냥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방식으로 사용하면 된다.

 

얼마 전 딸아이가 치약 앞부분을 꾹 눌러 사용한 모습을 보며, 안해가 딸아이에게 그렇게 사용하면 아빠가 싫어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곁에서 들었다. 그런 딸과 안해에게 난 말했다. 그냥 쓰고 싶은 방식으로 사용하라고 말이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안해는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내 잔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상처가 됐기 때문일까? 하지만, 좋게 생각해본다. 안해 역시 서로에게 맞춰가려 노력하고 있음으로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렇게 자신의 개성을 가다듬어 상대에게 맞추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 결혼이고, 삶이며, 사랑이다. 여전히 사랑하고, 아프고, 상처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가정만이 허락하는 행복이 있고, 기쁨이 있다. 행복과 기쁨을 더 크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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