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담 사계절 1318 문고 95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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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기담』은 동화작가 이금이 작가의 청소년소설집이다. “청춘”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기에 붙은 단어일 것인데, 그 뒤에 “기담”이란 용어가 붙었다. 풀어보면, 기이한 이야기쯤 되겠다. 그러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기이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기이한 분위기를 약간은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엄마와 딸의 영혼이 바뀐다던지, 가출하여 갔던 장소에서 만났던 여자아이가 데리고 있던 고양이가 이야기의 끝에서 귀신으로 묘사된다던지, 말레이시아서 만난 여자아이가 알고 보면 1년 전 죽은 아이라던지 하는 내용들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대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작가는 비록 “기담”이란 말에 미치지 못할 내용일 수 있겠다 말하지만, “기담”임엔 분명하다. 전반적으로 그런 괴이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어둡다. 결코 밝지 않다. 이제는 청소년들에게 멀지 않은 단어들이 되어 버린 자살, 가출, 죽음, 학교폭력 등의 주제가 다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작가가 꿈꾸는 것은 그런 암울함을 뚫고 한 줄기 빛이 우리네 청소년들에게 비춰지길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한 줄기 밝은 빛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첫 번째 이야기인 <셔틀보이>가 아닐까 여겨진다. 도망간 엄마, 따로 생활하는 아빠, 그리고 일진조직에 들고 싶어 안달하는 주인공. 그런 주인공이 새롭게 구입한 스마트폰으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문자가 날아온다. 알고 보니 옛 주인은 세상을 떠난 또래 아이. 그리고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해 문자를 보내는 엄마. 게다가 그 문자를 받은 엄마를 모르는 아이. 이렇게 내용은 연결된다. 일진을 꿈꾸는 거친 아이지만, 이 아이는 살가운 내용의 문자로 인해 가슴이 떨리게 된다. 그리고는 결국 세상 떠난 아이를 향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문안문자를 보낸 ‘엄마’에게 생애 첫 답 문자를 보낸다. “엄마, 제 걱정은 마세요. 저는 다 괜찮아요.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가 제일 마지막에 편집되었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랬다면, 훈훈한 문장으로 끝을 맺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마지막 이야기 역시 훈훈한 결말이긴 하지만, 왠지 기이함이 묻어나기에 더욱 그렇다. 아울러, ‘다 괜찮아요’라는 이 말이야말로 어쩌면 오늘 우리가 전해야 할 말이며, 들어야 할 말이 아닐까?

 

작가는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지금 여기에서 우리네 아이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들이야말로 기이한 일이라 말하는데, 그 기이한 상황 가운데서도 “저는 다 괜찮아요.”라는 말이 고백되어지고, 들려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그 관계가 <셔틀보이>에서처럼 자신의 엄마, 아들의 관계가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실, 오늘 이 땅의 청소년들이 기이한 일들 안에서 헐떡일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에게는 나의 아들딸만이 보이기 때문 아닐까? 내 아들딸만 사랑하고, 남의 아들딸들은 관심 밖의 존재이기에. 아니 어떤 이들에게는 그네들은 내 아들딸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못된 녀석들로 비춰지기도 한다. 만약 내 아들딸이 아닌, 다른 청소년들 역시 내 아들딸로 보여 지고, 청소년들에게도 모든 어른들이 자신들의 부모처럼 여겨질 수 있다면, 이 땅의 기괴한 일들은 상당수 사라지지 않을까? 그런 진정으로 기이한 놀라운 일들이 많이 벌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튼 『청춘기담』을 읽으며, 역시 이금이 작가라는 생각하게 된다. 동화작가답게 군더더기 없는 묘사, 그리고 청소년들을 향한 문제의식까지. 청소년들뿐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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