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점프! 동화는 내 친구 76
하신하 지음, 안은진 그림 / 논장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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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는 말이 없고 얌전한 아이, 공부만 열심히 하여 언제나 일등을 하는 아이랍니다. 하지만, 수리가 말이 없고 얌전한 이유는 만약 무슨 말을 했을 때, 좋지 않은 결과가 따르게 된다면 ‘어떻하지?’라는 생각 때문이랍니다. 그러니, 수리는 이 ‘어떻하지?’란 생각 때문에 더욱 소심해지고, 한 켠에 물러나게 되는 아이랍니다. 물론, 어른들은 수리가 공부를 잘 하니, 그런 단점을 발견하지 못하네요. 모두 얌전하고 착한 아이라는 타이틀로 수리를 포장하고 있답니다.

 

그런 수리가 어느 날 개를 기르고 싶다고 하네요. 그런데 애완견 샵에서 파는 멋진 강아지도 모두 마다하네요. 결국 유기견 보호소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혈통 좋은 모든 개들을 마다하고 한쪽에 짖지도 않고 앉아 있는 잡종견을 고르게 된답니다. 그 이름을 “점프”라고 지어주며 말입니다.

 

점프가 수리네 집으로 이사를 오고 난 후에도 수리는 점프에게 다가가지 못한답니다. 왜냐하면, 수리는 지금 당장 해야 할 공부들이 있거든요. 그러는 사이 점프는 점점 못된 강아지가 되고 있답니다. 아무에게나 짖어 시끄럽게 하고, 사람을 물기도 하네요. 옆집의 꽃밭을 온통 망가트리기도 하고요. 점프는 점점 더 수리의 부모님에 혼만 나는 강아지가 된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수리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답니다. 여전히, ‘어떻하지?’라는 소심한 생각 때문이죠.

 

그러던 어느 날 밤 담을 넘어 달아나는 점프를 뒤쫓아 나간 수리는 점프와 함께 마을을 온통 뛰어 다니게 됩니다. 숨이 차도록 뛰고 난 수리는 마음 한쪽에 꽉 막힌 것이 뚫리는 시원함을 느끼게 되네요. 그 뒤로도 수리는 밤마다 점프와 함께 마을을 뛰어다닌답니다. 이런 가운데 수리와 점프에겐 우정이 싹 트고요. 과연 이 우정은 계속 될 수 있을까요?

 

『뛰어라, 점프!』는 수리와 유기견 점프 사이의 우정 이야기랍니다. 하지만, 단지 우정 이야기만이 아니랍니다. 작가 선생님이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마도, 이 우정을 통해, 수리의 소심함이 깨져나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상대의 반응에 대해 ‘어떻하지?’라고 고민하는 그 소심함이 점프와 함께 뛰는 가운데 사라지게 된답니다. 사실, 수리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점프’를 고른 이유는 tv 프로그램에서 점프를 봤기 때문이랍니다. 모두 자신들을 데려가 달라고 짖어대는 강아지들 틈바구니에서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얌전히 있는 점프의 모습에서 수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랍니다. 수리가 그랬거든요.

 

그러한 동질성을 느끼며, 이름을 ‘점프’라 붙여준 데에도 의미가 있겠네요. 어쩜 수리는 자신이 뛰어 오르길 소망하였던 것은 아닐까요?

 

어른들은 얌전하다고 칭찬하지만, 실상 수리의 깊은 곳은 억눌려 있답니다. 물론, 누군가가 일부러 억누른 것이 아닌, 자신 스스로 억누른 것이기도 하죠. 자신 안에 있는 소심함이란 못된 녀석에게 말입니다. 하지만, 점프와의 관계를 통해, 이 소심함을 이겨내네요.

 

우리 아이들도 이런 소심함을 깨뜨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이 땅의 아이들이 웅크리고 있는 얌전한 아이가 아닌,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뛰어 오르는 아이들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뛰어라, 점프!』는 작가 선생님이 우리 아이들에게 주문하는 외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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