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 소년 아이앤북 문학나눔 13
임지형 지음, 이영림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과연 얼마나 악할 수 있을까?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을 과연 인간이라 말할 수 있는가? 아님, 그 모습이야말로 인간의 본 모습인가? 우리는 흔히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짐승들 가운데 과연 인간처럼 악한 모습이 있긴 할까?

 

『마루타 소년』을 읽으며 자연스레 떠올려보게 되는 생각들이다. 이 책을 읽는 가운데, 줄곧 분노가 솟아오르고, 때론 안타까움과 슬픔이 몰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감정에도 마지막엔 그래도 참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그만큼 감정이입이 되었나 보다.

 

『마루타 소년』은 악명 높은 일본의 마루타 실험, 731부대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굶주림 가운데,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용배 청년의 말을 멀찍이서 우연히 듣게 된 경배는 사람들이 올라 탈 트럭에 몰래 오른다.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 채 말이다. 하지만 그 트럭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트럭도 아니고, 도리어 생체실험에 자신을 내놓아야만 하는 끝 간 데 없는 추락의 공간이었으니...

 

그곳에서 다행스럽게도 경복이는 부대의 마루타실험자들 감옥이 아닌 의사인 사토시를 만나게 되어 사토시의 집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사토시에게는 간질을 앓고 있는 외아들 테츠오가 있었고, 사토시는 아들을 위한 개인 마루타로 경복이를 데려간 것이었다.

 

경복과 같은 또래인 테츠오는 점차 경복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우정을 느끼게 된다. 과연 경복이의 결국은 어떻게 될까?

 

『마루타 소년』을 읽으며, 무엇보다 이 땅에는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생명을 생명으로 여기지 않고, 그저 실험의 재료로 삼는 괴물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조상들의 죄를 시인하지 않고, 언제나 부정하고, 은폐하려고만 하는 현재의 괴물들도 있다. 그들 가운데는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위해 생명을 해하는 자들도 있었을 것이며, 자신 국가의 유익을 위한다는 명분 아닌 명분을 내세우며 생명을 해하는 자들도 있다.

 

또한 자신은 인간의 감정이 남아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는 남의 생명쯤 희생해도 좋다고 여기는 괴물도 있다.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다른 생명을 장난의 도구로까지 여기는 괴물도 있다. 아울러 같은 민족임에도 자신의 유익을 위해 그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팔아먹는 괴물도 있다. 그 어느 경우이든 타인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자들은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이 아닐까?

 

이러한 괴물들 사이에서도 밝은 빛줄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경복과 테츠오와의 우정이다. 둘은 나라도 다르다. 한쪽은 지배자의 백성이요, 한쪽은 피지배자의 백성이다. 둘은 처한 처지도 다르다. 한쪽은 생명을 빼앗는 자의 아들이요, 또 한편은 생명을 빼앗기는 신세에 처한 소년이다. 그럼에도 둘은 마음을 나눈다. 둘 간에는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닌 마음을 나누는 우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우정은 결국 한 생명을 살려내는 동인이 된다. 이러한 우정의 씨앗들이 이 땅에 무수히 심어져 싹을 틔울 수 있길 소망한다. 이 땅이 아무리 괴물들로 그득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둠을 몰아낼 밝은 빛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복이가 올라탔던 트럭은 자신의 가족들을 살릴 수 있는 희망의 트럭이 아닌, 도리어 자신의 생명마저 빼앗길 죽음의 트럭이었다. 경복 뿐 아니라, 그 트럭에 올라탔던 수많은 어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그곳에 오른 이유는 단 하나, 먹을 것을 찾아서였다. 경복에겐 먹을 것이 기쁨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는 작가의 표현이 참 마음에 와 닿는다.

 

그 때로부터 수 십 년이 지났고, 우리민족은 이제 수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할 만큼 경제 강국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 땅에는 먹을 것을 갈망하며, 먹을 것이 기쁨의 또 다른 이름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리민족뿐 아니라, 이 땅에는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이 있다. 그들을 향한 돌아봄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감이 이러한 책을 읽는 또 다른 목적이 아닐까?

 

마지막부분의 경복의 마음잡음이 감사하다. 비록 마루타가 되어 동상실험의 희생양이 되었고, 그로 인해 발가락 몇 개를 잘라냈지만, 그럼에도 슬픔에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품게 됨이 감사하다. 절망 가운데 신음하는 수많은 생명들이 절망의 땅 가운데서도 이러한 희망의 씨앗을 붙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모두 그 희망의 밑거름이 되어 절망에 처한 자들이 씨앗을 뿌리고, 그 싹을 틔우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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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맘 2014-10-22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