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칼라마리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로즈 켄트 지음, 강윤정 옮김 / 책과콩나무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김치와 칼라마리』는 부산에서 한국인으로 태어났지만, 곧바로 미국의 이탈리안 가정으로 입양하게 된 조셉(한국명 덕기)의 이야기이다(물론 팩트가 아닌 픽션이다). 조셉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생각 없이 14살 소년으로 성장하였다. 물론 자신은 이탈리안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국인이라는 생각도 없었다.

 

그러던 그가 학교에서 내준 자신들의 뿌리에 대한 글짓기 숙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조셉은 사실 자신의 뿌리에 대해 거짓 글짓기를 한다. 한국에 대해 조사하던 가운데 발견한 손기정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둔갑시켜 손기정이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설정을 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했던 것. 그런데, 이 글짓기가 학교 1등으로 뽑혔고, 결국 거짓말을 시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조셉은 한국에 대해 알아가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을 이렇게 고백한다. “인종 샌드위치”라고 말이다. 인종 샌드위치라는 말이 참 애틋한 말이면서도, 또 한편으로 멋진 고백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 말은 자신은 이탈리안도, 코리안도 아니라는 고백이 아니라, 자신은 이탈리안이면서, 또한 코리안이라는 고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제목이 『김치와 칼라마리』이다. 칼라마리는 이탈리아 음식이라 한다. 책 제목은 “인종 샌드위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실상 소설의 내용 중에서 “인종 샌드위치”를 드러내주는 것은 다른 물건이다. 조셉이 자신의 한국 사촌누나라고 생각했던 재로부터 전달된 한국식 도장과 이탈리안 아버지가 생일선물로 준 이탈리안의 행운의 물건 코르노 목걸이가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정체성 혼란 가운데 조셉은 이 코르노 목걸이를 던져버리지만, 소설 말미에서 조셉은 이 둘을 소중하게 갈무리한다.

 

“인종 샌드위치”, 슬픈 단어이면서도, 이 얼마나 성숙한 고백인가! 오늘날에는 저 먼 나라로 입양하여, 작가의 표현처럼, “인종 샌드위치”가 된 사람들뿐 아니라, 이제는 이 땅에서도 수많은 “인종 샌드위치”를 생성해나고 있다. 바로 다문화가정을 통해서 말이다. 바라기는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이 소설처럼 당당하게 고백하게 되길 소망한다. 자신은 아버지의 나라에서도, 어머니의 나라에서도 이방인이라는 슬픈 고백이 아니라, 자신은 아버지의 나라에서도 어머니의 나라에서도 온전히 받아들여진다는 고백. 그리고 자신은 그런 의미로 “인종 샌드위치”라는 당당한 고백들을 이 땅의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외칠 수 있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혈통으로 인해 주변으로 내몰려야만 하는 슬픈 현실이 이제는 더 이상 이 땅 어느 곳에도 있지 않길 바란다.

 

아울러 입양한 아들을 진정 자신의 가족으로 만들어가는 조셉 부모의 멋진 모습도 아름답다. “네가 무엇을 찾든 넌 내 아들.”이라는 조셉 아버지의 고백이 진정한 가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조셉이 자신의 곁에서 꾸밈없는 모습을 서로 보여주며, 그 모습조차 보듬어 안아주는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도 참 달달하다. 무거운 주제들을 재미나며 흥미롭게 비벼놓은 작가의 창작이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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