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끌고 온 정어리 초록잎 시리즈 9
박방희 지음, 이유정 그림 / 해와나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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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방희 시인의 동시집 『바다를 끌고 온 정어리』는 참 기발한 시집이랍니다. 시인의 심상이 때론 엉뚱하면서도 기발하게 느껴지네요.

 

시인의 세계에서는 새들이 문자를 보내고, 게임하러 가기도 한답니다. 하늘에 친 거미줄은 하늘이 굶주려 거미줄을 친 거라네요. 하늘의 목구멍에 거미줄을 쳤네요. 나뭇잎의 펄럭거림은 새들의 공연에 나무가 손뼉 쳐 주는 거라는 생각이 참 기발하며 예쁘네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은 검은 옷자락에서 빛나는 금단추라는 발상은 또 어떤가요?

 

이처럼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은 때론 엽기적이란 느낌도 갖게 한답니다. 무엇보다 책 제목이기도 하고, 책의 여는 시이기도 한 <정어리 통조림>이 그렇답니다.

 

비좁고 꽉 막힌 통 속으로 / 바다를 끌고 온 정어리

<정어리 통조림> 전문

 

어떤가요? 한편으로는 생선 통조림에서도 바다를 느끼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면서도, 또 한편으론 조각난 몸통들이 깡통 속에 꽉 찬 그 느낌이 왠지 엽기적이지 않은가요?

 

까치밥으로 남겨진 감을 보며, “식은 밥”이라 노래하는 부분은 해학적이기도 하고요. 매미의 허물은 땅속에서 입던 배냇저고리란 표현은 귀여워 미소 짓게 하고요.

 

또 때론 의식 있는 시들도 많답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노래, <나의 좌표>도 있고요. 환경에 대한 노래들도 많답니다. <슬픈 백로>, <식목일>, <육지에도 섬이 있다>가 그렇네요. 특히, <육지에도 섬이 있다>란 시는 우리의 편리함이 동물들을 섬에 가두는 폭력이 되고 있음을 느끼게 하고요.

 

삶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시들도 있답니다. 마치 별보기 운동을 하는 것 같은 학생들의 고단한 하루를 노래한 <집에 오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애쓰는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드러내는 <포장마차 아버지>, 식당일을 나가는 고단한 어머니에 대한 노래 <꾸벅꾸벅>도 있고요. 자신보다 커다란 짐을 머리에 이고 가는 할머니에 대한 노래 <세상에서 제일 큰 관>도 있답니다.

 

참 예쁜 시도 있고, 기발한 상상력, 엉뚱한 상상력, 해학적 유머, 의식 있는 노래들도 가득하답니다. 참 좋네요. 그 중에 한 시를 적어봅니다.

 

지붕 끝에서 눈 녹은 물들끼리 얼음땡 놀이 //

걸음마다 / 얼음! / 얼음! //

한 뼘 내려오는 데 / 꼬박. 하룻밤.

<고드름> 전문

 

참 예쁘죠? 이처럼 예쁜 시, 의식적 시, 유머가 담긴 시를 읽을 때,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 주머니는 더욱 커지리라 여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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