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눈은 왜 생겼나 - 근대 유년동화 선집 3 첫 읽기책 4
강소천 외 지음, 원종찬.박숙경 엮음, 전미화 그림 / 창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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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창비에서 나온 “첫 읽기책” 4번째 책이랍니다. “첫 읽기책”은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 책 모음이랍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이 읽기에 적당한 책이죠. 이런 “첫 읽기책”으로 이번에 “근대 유년동화 선집” 3권이 함께 출간되었네요. 이 책, 『콩 눈은 왜 생겼나』는 그 3번째 책이랍니다.

 

이 책에 실린 9편의 단편동화들은 모두 지금으로부터 대략 70여 년 전에 발표된 작품들이랍니다. 그렇기에 왠지 느낌이 약간 다르네요. 이 책을 엮은 분은 “오래된 사진”을 보는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 적합한 표현인 듯싶네요. 지금보다 왠지 조금 순박하고, 조금 더 순수한 느낌, 조금 더 잔잔한 느낌, 그리고 더 친 자연적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시골마을 정서가 담겨 있어 더 순수하게 여겨진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려서인지 순수함보다는 영악한 느낌이어서 속상하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정명남 선생님의 「동무」란 동화는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과의 추억을 떠올릴 법한 동화랍니다. 소꿉놀이를 잘 하던 친구들이 뭔가 소소한 일로 틀어지게 되고 다투게 됩니다. 이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두 친구는 각자 자신의 오빠, 자신의 형을 불러 자신들 편 들어주길 원하지만, 정작 형들은 서로 사이좋게 다른 일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에 자연스레 다시 화해하고 더 우정이 돈독해지는 모습.

 

그래서 예전에는 싸우면서 큰다고 말했죠. 당시의 싸움은 어쩌면 그것 역시 하나의 놀이처럼 자연스럽고 유쾌한 결말을 낳기도 했으니까요. 제가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그랬거든요. 함께 마을 공터에서 놀다 작은 일로 속상해하고는 뒤돌아서며 다시 친구하는... 하지만, 오늘 우리 아이들의 다툼은 그렇지 않으니 속상하기도 하네요.

 

임원호 선생님의 「몽당연필」은 마치 요즘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을 연상시킬 내용이네요. 버려진 자그마한 몽당연필, 자신을 찾는 이 없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기에 슬픈 몽당연필, 하지만, 목수 아저씨의 손길에 다시 그 생명력이 살아나고, 역할을 감당하는 몽당연필.

 

요즘 아이들이 몽당연필을 알긴 할까요? 모두 샤프에 익숙하고, 기다란 연필마저 너무 흔한 시대에 살고 있진 않은지. 연필 한 자루쯤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지 생각이 드네요. 다 쓴 볼펜에 연필을 끼워 쓰는 모습을 요즘 아이들은 보긴 했을까요? 작은 것마저 소중히 여기는 목수 아저씨의 손길이 멋져 보이네요.

 

컴퓨터와 오락게임에 익숙한 아이들, 놀이동산의 요란하고 휘황찬란한 모습에 익숙해진 아이들, 값비싼 인형과 멋진 장난감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어쩜 너무나도 낯선 모습처럼 보일 「베개 아기」, 「마늘 먹기」, 「어디만큼 왔냐」, 「달팽이」에서의 아이들의 놀이 모습은 어쩜 요즘 아이들에겐 충격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너무나도 잔잔하면서 평안함마저 느낄 수 있는 놀이들이네요. 요즘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너무 자극적인 놀이에 익숙해져 감이 점차 극단적인 범죄현상들과 무관하진 않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은 어쩌면 요즘 우리 정서에는 싱거울 수 있는 이야기들, 맹맹하고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곱씹어 읽어보면, 많은 감동과 생각을 전해 줄 겁니다.

 

조지훈 선생님의 「콩 눈은 왜 생겼나」는 콩 눈을 보면서 어쩜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역시 작가의 상상력은 남다르다는 생각도 드네요. 하루에 콩 하나만 먹어도 배부를 배가 하도 작은 할머니의 모습은 작가의 유머를 느끼게도 하고, 왠지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하던 시대의 소망이 담긴 모습은 아닐까 여겨지기도 하고요. 아무튼 너무 웃다 배가 째져 신 깁는 아저씨가 꿰매어 준 자국이 콩 눈이란 발상은 참 유쾌하네요.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 정겨운 시골 풍경 같은 이야기, 잔잔한 이야기이지만, 결코 폐기처분해야 할 옛 이야기만이 아닌,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도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한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아이들 마음속엔 순수함이 여전히 남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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