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 - Golden Time
이주희 지음 / 매직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 순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순간, 용서를 구하는 순간, 나 자신을 구하는 순간, 생명을 책임지는 순간. 이 책은 그 순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문구이다.

 

주인공 주희(작가와 동명)에게는 커다란 두 가지 상처가 있다. 절친에게서 배신당한 상처와 사촌 오빠에게 성추행 당한 상처가 그것이다. 아니 세 가지 상처라고 해야겠다. 성추행 사건을 듣고도 그저 덮어버린 어미(작가의 표현이다)로 인한 상처가 또 하나의 견딜 수 없는 상처이다.

 

이러한 상처로 인해 주희는 4층에서 투신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재빠른 대처로 생명을 건지게 된다. 주희는 원치 않았음에도, 그녀의 골든타임은 성공적인 대처였던 것이다. 주희를 죽음으로 몰아세운 세력들을 주희는 검은 세력이라 칭한다.

 

이러한 검은 세력은 소설의 후반부의 소재인 그네호(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삼음) 사건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책임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칭하게 된다.

 

소설의 소재는 대단히 자극적이다. 자극적인만큼, 우릴 불편하게 하기도 하며, 또 한편 우리로 하여금 몰입하게 할 그런 소재이다. 한 마디로 소재가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전반부와 후반부의 소재가 분리되었더라면 소설이 더욱 완성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작가는 그 두 상반된 주제를 검은 사람들로 묶고 있지만.

 

20살의 어린 나이에 이런 소설을 출간하였음에 그 용기와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이러한 소설을 통해, 세월호 사건을 덮어버리려는 검은 세력들을 향한 경계심이 다시 살아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청소년기의 왕따 문제와 성폭력을 범하는 검은 세력들에 대한 경계 역시.

 

하지만, 작가에게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이 소설은 완성도 면에 있어 낙제다. 무엇보다 작가의 국어 실력을 의심케 하는 문장들, 문법들이 소설 전반에 난무하고 있다. 이런 구문을 찾아보라면, 조금 과장되게 말하여, 한 페이지에 하나씩을 찾을 수 있을 정도이다. 아니 과장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의’와 ‘-에’의 잘못된 사용이 가장 눈에 띈다. 그리고 띄어쓰기 역시 자유롭다. 단어의 철자들 역시 자유롭다. 예를 들면, ‘끊임없다’를 작가는 ‘끈임없다’라고 사용한다. 이 외에도 철자가 틀린 단어가 수없이 등장한다.

 

아울러, 마침표(온점 ‘.’)와 쉼표(반점 ‘,’)의 과도한 사용과 잘못된 사용은 문장 몰입도를 방해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전체적인 구성 역시 정신이 없다. 장면 묘사들 역시 갑자기 장면이 바뀌고 등장인물이 바뀌는 듯한, 생뚱맞은 전개들 역시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20세의 어린 나이에 책을 쓴 용기는 참 아름답다.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선 더 많은 글쓰기와 글 읽기가 우선되어야 할 듯하다. 매 순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지금은 작가에게 있어, 글을 완성하는 시기가 아니라, 글을 읽고 공부하는 시기여야 한다고 여겨진다. 비판의 소리가 작가에게 쓴 약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더 많은 독서량과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시길 바란다.

 

또한 출판사 역시 질책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틀린 문장들, 그것도 한두 군데가 아닌 수없이 많은 분량을 교정 작업 없이 그대로 출판하는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추천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신 분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