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 조각 봄나무 문학선
샐리 그린들리 지음, 이혜선 옮김, 문신기 그림 / 봄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깨진 유리 조각』은 장편동화입니다. 인도의 쓰레기 더미 속에서 희망을 찾는 두 형제의 이야기입니다.

 

12살 수레쉬와 9살 샌딥은 형제랍니다. 아버지는 철도역에 근무하시고, 어머니와 네 식구가 단란하게 사는 가정입니다. 주변에는 가난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수레쉬와 샌딥은 날마다 새하얀 셔츠와 잿빛 바지를 말쑥이 차려입고 학교에 다니며, 신발을 신을 수 있는 행복한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이 모든 것이 깨져 버렸답니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 겁니다. 이때부터 가정의 불행이 시작됩니다. 직장을 다시 구할 수 없던 아버지는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부인을 때리고, 아이들을 때립니다. 수레쉬와 샌딥은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없으면, 아빠가 엄마를 때리지 않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가출을 합니다.

 

생전 처음 먼 곳으로 길을 떠나 큰 도시로 흘러들게 됩니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녹치 않습니다. 그들은 노숙을 해야만 합니다. 배고픔에 익숙해져야만 합니다. 씻지 않은 것이 일상이 되고, 그나마 있던 신발까지 도둑맞게 됩니다. 발은 찢기고 상처 나며, 점차 굳은살이 생깁니다.

 

그래도 그들 곁엔 같은 처지의 거리의 아이들이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함께 넝마주이로 돈벌이도 합니다. 이 때, 이 아이들이 한 일이 바로 “깨진 유리 조각”을 모아 깨끗이 씻어 고물상에 넘기는 일입니다. 이 일은 몸에 익숙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고물 수집상은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네요.

 

과연, 하루아침에 노숙자가 된 두 소년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참 마음이 아픈 동화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동화랍니다. 그리고 이 동화를 통해 몇 가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첫째,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이 눈에 띱니다.

아이들을 가출로 내몬 아빠의 폭력이 있습니다. 훈육과 폭력은 다릅니다(사실 훈육 역시 꼭 매를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폭력은 비록 부모라 할지라도 처벌의 대상이 됨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폭력은 자녀의 맑은 영혼을 멍들게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코 묻은 돈을 갈취하는 못된 어른이 있네요. 이런 저런 핑계로 아이들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 못된 어른이 말입니다. 우리 주위엔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상대의 약함을 이용하여 노동력을 갈취하는 사람들이 말입니다. 우리가 혹 그 못된 어른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둘째, 자꾸 현실과 타협하게 하고, 부당한 방법이라 할지라도 사용하게 하도록 유혹하는 손길도 있네요. 아룬이 바로 그런 아이네요. 물론 아룬, 인간적으로는 좋은 아이입니다. 거리의 사람들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펼치네요. 하지만, 아룬은 부당한 방법으로 일어서려 합니다. 그리고 이 손길에 동생 샌딥이 자꾸 현혹된답니다. 아무래도 더 어리기에 사리판단이 쉽지 않았겠죠.

 

부당한 방법으로 일어서는 것, 빠른 방법처럼 여겨질지라도 이것, 죄악이랍니다. 부당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은 사실, 세상을 갉아먹는 생각입니다. 정정당당 한국인! 멋진 말이죠?

 

셋째, 어려운 처지 가운데서도 서로 돕는 손길이 있네요. 비카스가 그렇고, 또 다른 많은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약한 가운데서의 연대, 도움이야말로,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큰 힘이 된답니다.

 

넷째, 끝까지 정직을 붙잡는 형 수레쉬의 모습입니다. 사실, 이 모습이 쓰레기 더미 속에서 희망을 향해 일어서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이 땅에 정직이 사라졌답니다. 정치인도, 기업인도, 종교인도, 교육자도 정직이 사라졌습니다(물론 다 그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직 자신의 욕망에만 정직한 사회가 되어버렸답니다. 정직이야말로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덕목입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정직하지 않다면, 그 똑똑함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가진 힘이 많아도 정직하지 않다면, 그 힘은 누군가를 헤치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정직! 수없이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덕목입니다.

 

그러나 이미 사라졌기에 더욱 애틋한 단어입니다.

 

『깨진 유리 조각』, 이 책을 통해, 다음 세대들이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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