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포르투갈 - 외로움도 찬란해지는 나라 포르투갈의 스무 도시를 걷다
김창열 글.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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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언제나 설레고 즐거운 것은 여행의 시간은 일탈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일탈을 즐기는 시간이 여행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말 그 시간이 행복한 이유는 나의 일탈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은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일까? 저자는 여행은 마치 남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저자가 남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흥분을 안고 떠난 곳은 유럽의 끝 포르투갈이다. 많은 여행서적을 읽어봤지만, 포르투갈에 대한 여행서적은 처음이다(물론, 포르투갈 여행서적들이 많이 있겠지만, 본인에게는 처음이다. 어쩌면, 여행서적도 편식을 해서 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낯선 여행지가 포르투갈이라 생각된다.

 

유럽의 끝이었기에, 끝을 끝으로 마감하지 않고 도리어 바다의 시작으로 만들어갔던 찬란한 역사를 여행자는 보고 느낀다. 하지만, 화려한 역사만 보진 않는다. 그 역사 이면의 어두움도 본다. 화려한 역사를 만들기 위해 희생되어진 인생들, 착취와 통곡의 눈물까지 읽어낸다.

 

여행자는 포르투갈의 20개 도시를 여행하며 느낀 바를 담담히 그려낸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저자의 관점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으며, 여행지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점이다(어떤 여행책자들은 자신은 박물관에는 절대 가지 않음을 자랑하는 여행자들도 있다. 물론, 관점의 차이겠지만, 썩 바람직하게는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주제 사라마구에 대한 그의 사랑도 느껴진다. 저자가 포르투갈 여행을 다시 계획하고 실행한 이유가 바로 주제 사라마구에게 있다.

 

포르투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주제 사라마구가 포르투갈 사람이라는 것도 난 이 책을 통해 알았다(그만큼 작가의 작품만 읽지, 그 작가를 만들어낸 못자리는 보지 못하는 편협함이 아닌가 반성해본다). 솔직히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 전에서 박지성 선수가 결승골을 집어넣은 장면이 가장 떠오를 만큼 나라 이름은 익숙하지만, 실상 아는 바는 없는 그런 나라.

 

그처럼 낯선 나라에 대한 여행서적 한 권이지만, 이 한권이 포르투갈에 대한 평가를 확 바꿔 놓았다. 그저 관심 밖의 나라에서 꼭 한 번 여행하고픈 나라. 그리고 참 멋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이라는 생각까지 품게 된다.

 

무엇보다 오래된 것을 존중할 줄 아는 포르투갈 국민들의 모습에 부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집수리를 하며 그저 새 기와를 얹어버리면 쉬운 일이지만, 옛 기와를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 몇 달을 옛 기와만을 닦아내는 모습들에선 부끄러운 감정마저 든다. 250여 년 전의 대지진의 흔적들을 지금까지 그들 삶의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을 정도라니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우린 어떤가? 혹여라도 자신들의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할까봐 문화재급 건물들마저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 서둘러 허물어 버리는 모습이 아닌가? 문화유산 여행지로 뜨는 곳들에 가보면, 진정으로 역사와 삶이 흐르는 공간이 아닌,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새롭게 단장하고, 새롭게 가꿔놓은 공간들을 볼 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지금이라도 그러한 노력들을 한다는 점은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작 진짜는 다 허물어버리고(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그런 분위기만 내는 노력들은 사실 가짜다. 세트장은 촬영을 위한 것이지, 살아있는 공간은 아닌, 가짜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르투갈, 참 멋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몬산투 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반드시 한번은 가봐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바위투성이 산등성이에 마을을 만들어 가며, 바위를 그대로 두고 집을 지어간 사람들. 그로 인해 대단히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이 얼마나 친환경적이며, 멋진 모습인가?

 

『다시, 포르투갈』, 떠남을 꿈꾸게 하는 위험한(?) 책이다. 떠나고 싶은 마음 가득하게 하지만, 우선은 책 속에서 함께 떠나보고 함께 설레였음에 위로를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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