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여러분에게 - 故 하용조 목사의 따뜻하고 그리운 말모음
하용조 지음, 이성표 그림 / 두란노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본도서, 『나의 사랑하는 여러분에게』는 고 하용조 목사님의 글을 모은 책이다. 8개의 큰 단원 아래 글들이 묶여 있지만, 도합 365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편집자는 1년 365일 묵상할 수 있도록 의도한 듯하다. 이처럼 하루하루 묵상하기에 좋은 글귀들이 모여 있다.

 

많은 글들이 읽고 묵상하는 가운데, 힘이 되고 위로가 되며, 큰 가르침을 준다.

 

특히, 교회에 대한 목사님의 가르침은 오늘 교회들이 많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교회는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꿈을 따라가야 합니다.(43쪽)” 과연 오늘 이 땅의 수많은 교회들이 그렇게 하고 있을까? 목회자들은 더 좋은 프로그램 없을까?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기에 바쁘지 않은가? 성도들은 성도들대로 어느 교회에는 이런 좋은 프로그램들이 있던데 하며, 목회자를 압박하진 않은가? 뿐 아니라, 하나님 주신 꿈이라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목회자의 욕망의 발로에서 시작되는 일들이 가득하진 않은가? 목사님의 잔잔한 음성이 청천벽력처럼 들려 온다.

 

또한, “목사는 설교를 준비할 때 깊이 있게 묵상하고 성도에게 말씀을 빨리 전해 주고 싶어서 주일을 기다립니다.(45쪽)”라는 구절을 묵상하며, 이 땅의 목회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부분 아닐까 생각해본다. 설교표절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교회를 보며, 목사님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책임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도에 대한 목사님의 생각도 다시 한 번 길을 제시한다. 기도는 대화다. 그런데, 우리는 말하기만 할 뿐 듣지는 않는다. 이를 목사님은 지적하신다. 이는 반쪽짜리라고 말이다. 나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하고 싶다. 누군가와 대화하며 자기 할 말만 하고 상대의 말은 듣지 않는 이가 있다면, 이는 아주 웃긴 사람, 밥맛이라고 말이다. 우리의 기도가 이처럼 밥맛 기도는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나와 동행하시는 하나님, 내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 날 향하신 하나님의 시간 등은 개인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 특히, 하나님과 나의 관계에 대한 목사님의 글들이 많고, 이는 우리의 신앙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 여겨진다.

 

이 책은 빠른 시간에 쑥 읽고 지나칠 책이 아니다. 하루에 한 구절 또는 몇 몇 구절만을 읽고 깊이 묵상하고 기도하며 이 책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가운데 아쉬움도 크다.

 

먼저, 거의 모든 메시지가 ‘나’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 시각이 ‘나’를 벗어나지 못한다. 날 향한 하나님의 일하심, 날 향한 하나님의 시간, 날 향한 하나님의 위로, 날 향하신... 모두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나님의 은혜를 말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내가 중요하다. 하나님의 일하심에 맡기자고 하지만, 실상은 내가 중요하다.

 

물론, 아주 극소수 주변을 향한 돌아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메시지 역시 통상적이고, 추상적인 소리에 불과하다. 과연 하용조 목사님이 그랬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어쩌면 편집자들의 신학적 편협함의 결과물일지도...

 

여기에서 또 하나의 문제제기가 있게 된다. 과연 이 책을 엮은 사람은 누구인가? 편집부에서 했나? 아니면, 누군가 책임을 지고 했나? 보통 이런 글 모음이면, 엮은이가 누구인지, 아니면 편집부에서 했는지, 표기가 있어야 하는데, 저자만 있고, 엮은이는 없다. 이는 이 책이 어쩌면, 고 하용조 목사님의 추모시기에 맞추기 위한 졸작이 될 수밖에 없는 원인이 아닐까?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임감 있게 목사님의 글들을 정리해야 하지 않았을까?

 

아울러 어떤 글들은 다른 주제 아래로 들어가면 더 좋았겠다 싶은 글들도 많았다. 굳이 이 책의 별점을 주자면, 글 내용은 4개, 편집 구성은 1개 정도가 될 것이다.

 

대 사회적 부분은 우리 한국교회의 오랜 약점 중 하나다. 여전히, 대 사회적 부분 없는 영성이 존재할 것이라는 착각 가운데 있다. 하지만, 그러한 영성은 온전치 않다.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요즘 교황의 방문으로 한국사회가 떠들썩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짧은 시간의 만남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고들 한다. 왜 그럴까? 교황의 관심이 세상의 약자들, 가난한 자들, 억울한 일을 당한 자들, 존재의 주변부에 있기 때문이다. 요즘 교황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그 중, 이 책처럼 교황의 글들을 엮어 놓은 책자가 있다. 그 책과 이 책을 함께 읽었는데, 아무래도 많은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서로 장단점이 있는데, 교황의 글은 대 사회적 헌신, 특히, 가난한 자, 약자를 향한 돌아봄과 행동함에 대한 강조가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뿐 아니라, 기도와 말씀, 믿음, 전도 등 우리가 크게 신경 쓰는 이 부분 역시 강조함으로 균형 감각이 있었다.

 

이러한 신앙의 균형이 없다면, 그리고 특히, 대 사회적 돌아봄과 헌신, 행동함이 없다면, 이 땅의 교회는 병들 수밖에 없다. 입으로는 계속하여 고열량의 음식들을 섭취하는데, 이것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면 그 몸은 심각한 병에 들 수밖에 없다. 또한 아무리 좋은 것을 방에 담고 있다 할지라도, 그 방을 1년 2년 닫아만 둔다면, 그 방에서는 온통 곰팡이와 악취만이 가득하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

 

이 일에 두란노 출판사처럼 많은 역량을 발휘할 곳도 흔치 않다. 이 균형을 맞추는 데에 많은 힘을 쏟아줄 것을 애정 어린 마음을 담아 부탁드리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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