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놀이 - 제4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13
서화교 지음, 소윤경 그림 / 살림어린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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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놀이』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왕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힘 있는 아이(김민기)가 언제나 착하기만 하고 양보하기만 하는 아이, 언제나 남을 먼저 생각해 주는 아이(한서준)를 괴롭게 하는 이야기이다.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된 “유령놀이”였다. 힘 있는 아이가 유령이 되어 반 아이들에게 온갖 장난을 해도, 아이들은 괴롭힌 아이를 유령으로 생각하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의아해 하는 놀이다. 하지만, 이 놀이는 유령이 힘없는 착한 아이가 되면서 바뀐다. 점차 이 아이는 반에서는 없는 존재로 취급받는 유령이 되어 버린다. 같은 공간 안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가 되어버리는 “유령놀이.”

 

이러한 왕따 문제와 맞물려서, 『유령 놀이』는 청소년 자살 문제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재희는 중학생이었다. 그것도 공부를 잘 하는. 하지만, 점차 어머니의 집착과 기대에 부응하기엔 버겁기만 하여,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 유령이 되고 만다. 이 유령과 괴롭힘 당하는 유령 아닌 유령인 서준이가 만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준이는 자신과 유령인 재희를 바꾸기를 원한다. 그리고 실제 그 일이 벌어지고 만다. 유령인 재희는 서준의 몸에 들어가 서준을 괴롭혔던 민기에게 맞서 싸우며, 점차 민기가 누렸던 인기를 자신의 것으로 함으로 민기를 몰아세우게 된다. 한편 서준은 유령이 되어 유령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향한다.

 

『유령 놀이』는 대단히 무거운 문제를 흥미롭게 진행시킨다. 유령이 존재하며, 이 유령과 몸을 바꾼다는 재미난 설정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등장인물 각각의 시각에서 접근함으로 그들의 심리 상태와 그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항상 모든 것을 갖춘 자리에서 남을 괴롭히던 민기는 자신의 인기가 점차 가짜 서준(민기는 처음부터 서준이 가짜라고 의심한다)에게로 빼앗기게 되고, 점차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과정 가운데서 당하던 서준의 입장을 돌아보게 되고, 진짜 서준이 다시 돌아와 자신의 친구가 되길 바란다.

 

유령에서 서준의 몸을 입은 재희는 서준의 몸으로서 서준을 괴롭히던 것들을 해결해 나갈뿐더러, 자신의 엄마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를 후회하게 된다.

 

서준은 서준 대로 유령의 세계에서 벽화를 그리는 일을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을 배우게 됨으로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 인생을 헤쳐 나갈 것을 준비하게 된다.

 

뿐 아니라, 민기와 서준의 사이에서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또 한 시각이 있다. 바로 소영이의 시각. 소영이는 민기가 서준을 괴롭히는 것,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착하기만 한 서준을 무시하는 것을 외면한다. 하지만, 점차 그 외면이 잘못임을 깨닫고 민기의 뒤를 몰래 좇아 유령의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언니, 더는 가만히 있지 않을래, 가만히 있으면 내가 너무 비겁한 것 같아.” 이 소영의 외침이야말로 왕따 문제, 학교폭력문제에 대한 해결열쇠가 아닐까?

 

윤일병 사건으로 온 국민이 패닉상태에 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의 마음은 애가 탄다. 내 아들 역시 피해자는 아닐까? 이런 마음을 품는 것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만 품어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내 아들이 피해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함께 분개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뿐 아니라, 윤일병이 그 오랜 시간동안 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있었음에도, 그 주변의 수많은 시선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었음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직접 그 폭력의 가해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애써 외면하고 침묵하는 것. 이것 역시 폭력의 가해자임을 말이다. 이 침묵이 있기에 가해자들은 마음껏 자기 마음대로 행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가해자들을 양성하는 또 하나의 세력은 애써 무관심한 자들, 침묵하는 자들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소영과 같은 이들이 용기를 내어 한 사람 두 사람 일어나게 될 때, 그리고 민기와 같은 힘 있는 자들의 반성과 자각이 행해질 때, 아울러 서준과 같은 약자가 두려움을 떨치고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애쓸 때, 비로소 이 땅의 수많은 ‘유령’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강한 자와 약한 자가 함께 하는 그날을 꿈꿔보며, 성경의 표현을 빌려 본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 (이사야서 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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