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를 만나다 푸른도서관 82
유니게 지음 / 푸른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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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게 작가의 청소년성장소설 그 애를 만나다를 통해, 아파하는 아이들을 만났다.

 

먼저 민정이란 아이를 만나게 된다. 민정은 아빠의 사업 실패로 언제나 돈은 무한정 있는 줄만 알던 부잣집 공주님에서 갑자기 재개발예정지인 낡은 집들이 옹기종이 모여 있는 골목에 있는 할머니 집에 신세를 지게 된다. 아빠는 어디에 있는지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 명문대에 입학한 오빠는 군대에 있고, 역시 명문대에 입학한 언니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친구와 함께 생활하고, 엄마는 매일 잠만 잔다. 이처럼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뒤흔들려 버린 상황에서의 민정의 아픔이 어떨지 쉬이 상상이 된다.

 

그런 민정은 그곳 죽은 거리에서 또 한 소녀를 만난다. 초등학생 조그마한 소녀인데, 삼류가수 생활을 하던 엄마가 멕시코 남자를 만나 결혼하며 멕시코로 건너가며 치매 걸린 할머니와 날마다 술만 마시는 할아버지 아래 맡겨진 아이다. 그 아이를 통해, 민정은 함께 지켜주며 돌봐주며 살아야만 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물론, 이것을 배우기엔 시행착오가 많지만 말이다.

 

민정은 그곳 죽은 거리에서 또 한 소년을 만난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민정은 당연히 미대에 진학하는 것이 자신의 길로 알고 고액 과외를 하는 화실까지 다니며 미대 진학을 위해 공부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림 그리는 것이 재미있지 않다. 그런 민정 앞에 나타난 소년은 그림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은하라는 소년이다. 은하의 그림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 접근이기에 더욱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파격적 그림 안에는 은하만의 그림이 담겨져 있다. 은하의 그림을 접한 후 점점 자신에겐 재능이 없음을 알게 되고, 그림마저 포기하려 하는데, 과연 민정은 그림을 포기하는 것이 정답일까?

 

민정이 죽은 거리에서 만나는 건 이들 소녀와 소년만이 아니다. 그곳에서는 엄마의 과거를 만나게 된다. 자녀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키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알고 살아가는 엄마.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속물엄마의 모습으로 명문대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민정은 그 상처 입은 소녀 시절의 엄마 역시 만나게 되고, 그로 인해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이젠 가난을 벗 삼아 살아가야만 하는, 결코 정 붙일 수 없을 것만 같은 골목길, 허름한 집, 그곳에서의 할머니와의 생활, 하지만, 그곳은 결코 삶의 밑바닥만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삶의 밑바닥이기에 그전에 알지 못했던 또 다른 것들을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민정이 만나게 되는 또 다른 그 애는 바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자신이다. 그리고 이제 고통이 허락해준 선물처럼 그 시절의 그 애로 돌아가려 한다. 더욱 건강한 방식으로.

 

이 땅의 수많은 민정들에게 숨죽인 응원과 격려를 보내게 되는 청소년성장소설, 그 애를 만나다는 먹먹하고 안타깝고 아픔이 있는 상황이지만, 도리어 그 가운데서 피어나는 희망과 설렘을 품게 만드는 예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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