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에의 심야상담소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홍미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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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시모치 아사미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건, 청부살인, 지금 하고 있습니다(파주: 노블마인, 2018)란 다소 위험한 제목의 소설을 통해서다. 요 근래에 출간된 아주 따끈따끈한 책인데, 이 책을 읽고, 이시모치 아사미란 작가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하여 찾아 읽게 된 책이 나가에의 심야상담소. 2016년에 번역출간된 책으로 7편의 연작단편소설집이다(일본에서는 2007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 가운데 내가 읽은 책이 청부살인, 지금 하고 있습니다뿐이기에 아무래도 둘을 비교해보게 된다.

 

둘은 많이 다르면서, 묘하게 분위기가 비슷하다. 비슷한 점은 주인공들이 궁금한 내용을 논리적 상상을 통해 추리해나간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런 상상, 추리는 잘 맞아 떨어지지만, 실상 그 추리가 맞다고 단정할 순 없다. 물론, 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추리가 맞을 것이라 생각하게 만들지만, 한 발 물러 나 생각해본다면, 정말 맞을까? 단순한 망상은 아닐까? 또 다른 경우의 수는 없을까? 의심케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추리는 왠지 모르게 빛이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게 작가의 능력이겠지. 어쩌면 작가의 작풍일 지도 모르겠다(아직 읽은 책이 두 권 뿐이라 판단할 순 없다.).

 

청부살인, 지금 하고 있습니다와 확연히 다른 점(물론, 이런 기준은 사실 반대여야 한다. 뒤에 출간된 청부살인, 지금 하고 있습니다나가에의 심야상담소와 다른 점은... 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나의 경우 책 읽은 순서가 다르기에 아무래도 역순의 비교를 하게 된다.)청부살인, 지금 하고 있습니다처럼 사람의 목숨을 쉽게 빼앗는 그런 반윤리적인 내용은 없다는 점이다(물론 그냥 추리소설로 읽으며, 소설은 소설일 뿐 생각하면 그만이겠지만, 독자들에 따라선 청부살인, 지금 하고 있습니다에서의 설정들이 못내 불편한 분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오히려 이 책 나가에의 심야상담소는 상당히 잔잔한 가운데 반짝이는 추리를 보여준다. 7편의 단편 모두의 주인공은 세 사람이다.

유아사 나쓰미는 여성전용아파트에 살고 있는 독신녀. ‘는 다소 평범한 느낌인데, 술을 참 좋아한다. 마지막 이야기를 보면, 나쓰미를 술 한됫병을 단숨에 들이키는 나쓰미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말술의 능력이 있는 에겐 두 사람의 절친이 있다.

구마이 나기사는 식품회사 회사원으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데, 음식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만 요리하는 것은 싫어한다. 술을 무지 좋아하고 술에 대해 잘 안다. 모임의 술 담당 역할이다. 소설을 읽으며, 남성인줄 착각했는데, 알고 보니 여성이다.

여기에 또 한 사람은 나가에 다카아키다. 나가에는 이 책에서 주로 탐정역할을 맡는 뇌섹남으로 국립연구소 연구원으로 와 구마이는 알 수 없는 요상한 연구를 하는 천재다. 머리만 좋은 게 아니라, 요리도 잘한다. 또한 깔끔남으로 원룸을 깨끗하게 정리정돈하기에 세 사람이 모여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기에 적당하다. 고로 나가에 집이 언제나 세 사람의 모임 장소가 된다.

 

이렇게 세 사람은 대학 동창으로 대학 시절부터 함께 모여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술을 마시는 절친이다. 소설 속 이야기 속에선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언제나 친지를 초대하여 넷이 모여 술을 마시고, 이렇게 초대된 사람의 사연(모두 연애에 관한 사연이다.)을 추리해 나가고, 때론 그 추리를 통해 연애 상담을 하게 된다.

 

이렇게 추리를 통해 사연 뒤에 감춰진 진실을 세 사람(주로 나가에가 진실을 밝히지만.)은 밝혀내고 초대된 손님 내지는 주변인의 사랑에 대해 조언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나가에의 심야상담소. 나가에 집에 모이고, 주로 나가에가 추리해내기에. 이런 추리의 과정이 아기자기하고 재미나다. 이런 추리는 철저하게 사연을 듣고, 그 자리에서 해내기에 안락의자탐정의 전형적 범주에 속한다.

 

소설의 재미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내용이 있다. 그건 바로 각 단락마다 등장하는 음식과 술이다. 각 단락, 즉 세 사람의 모임 마다 등장하게 되는 음식과 이에 맞는 술의 조합이 소설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강점이다. 생굴과 위스키, 치킨 라면(생라면)과 맥주, 치즈 퐁뒤와 와인, 돼지고기 찜과 아와모리(소주), 은행과 사케, 메일 팬케이크와 브랜디, 훈제 연어와 샴페인. 이렇게 각 사연마다 하나씩 도합 7개의 조합이 등장한다. 아울러 조합을 즐기며 내놓은 이들의 품평은 그저 원룸에 모여 갖는 미식모임 임에도 맛집 중의 맛집 요리를 즐기는 숙련된 맛 평가사의 멋진 미사여구가 가득한 품평을 듣는 것과 같다. 이처럼, 음식과 술의 조화,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야 말로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뭔가 확 잡아끄는 강렬한 요소는 없지만, 그럼에도 은근히 몰입하게 하여 결국엔 푹 빠져들게 하는 힘이야말로 이 소설 나가에의 심야상담소의 강점이다. 아무래도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을 계속 찾아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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