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다림 청소년 문학
차오원쉬엔 지음, 양태은 옮김 / 다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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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은 생소하다. 아동문학에 있어서도 그렇다. 차오원쉬엔 이란 작가 역시 나에겐 그렇다. 하지만, 작가에 대해 살펴보니, 나의 무지와는 상관없이 잘 알려진 작가다. 그는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2016년에 수상했다. 중국 작가로서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건 그가 처음이라 한다.

 

그런 차오원쉬엔의 단편소설집 바다소를 만나게 되었다. 1995년 작품으로 도서출판 다림에서 2005년 번역 출간되었던 작품인데, 금번(2018) 개정판으로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책 속엔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빨간 호리병박, 바다소, 미꾸라지, 아추가 그것이다.

 

빨간 호리병박은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집에 살고 있는 소년소녀의 우정과 첫사랑, 그리고 오해와 이별, 후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뉴뉴는 완이란 사내아이에게 관심을 갖는다. 언제나 물속에서 수영을 하는 완이란 아이를 통해, 물속에서 수영함으로 얻게 되는 자유를 발견하게 되고, 그 자유를 자신 역시 추구하게 된다. 완의 아버지는 유명한 사기꾼으로 감옥에 있다. 이런 사실이 완이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한다. 뉴뉴는 그런 그런 완과 자연스레 친해지고, 함께 강에서 헤엄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완의 거짓말에 뉴뉴는 실망하게 되고, 완의 아버지가 유명한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완에 대한 이미지 위에 덧입혀짐으로 둘의 관계는 깨지게 된다. 그런데, 정말 완은 거짓말쟁이 사기꾼일까?

 

어린 시절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아버지가 뒤에서 잡은 상태에서 자전거에 오르게 된다. “아빠, 손 놓으면 안 돼요.” 신신당부하며 자전거를 구르고, 꼭 잡고 있다는 아빠의 말을 믿고 자전거를 타게 되지만, 나중에야 이게 거짓말임을 알게 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게다. 아빠가 굳게 잡고 있으니 걱정 없이 믿음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게 하려는 하얀 거짓말’. 나 역시 딸아이에게 처음 자전거를 가르쳐줄 때, 똑같은 거짓말을 했다. 완이 뉴뉴에게 수영을 가르치며 했던 거짓말은 이와 결이 같다. 하지만, 결국엔 그 아버지가 인근 지역에서 유명한 사기꾼이란 편견이 완의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에 머물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둘의 관계를 깨뜨리는 슬픈 거짓말이 되게 한다. 그렇게 떠난 완과 남겨진 빨간 호리병박이 애틋함을 남기는 작품이다.

 

바다소는 가난한 가정의 소년이 가정을 일구기 위해 바다소와 벌이는 투쟁의 과정을 그려낸다. 점점 노쇠해져 가는 할머니에게 생활을 의탁할 수 없어, 생활전선에 뛰어든 열다섯 살 소년. 소년은 튼튼한 바다소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되고, 결국 건강한 바다소를 사오게 되는데, 그 돌아오는 길이 쉽지 않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소년의 불굴의 의지가 돋보인다.

 

미꾸라지속 주인공 싼류는 고아에 집도 없다. 버려진 오래된 낡은 벽돌 공장 가마 속에서 살아가는 그는 농사짓기 전 물이 가득한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연명한다. 그런데, 마을에는 싼류 말고도 스진쯔란 아이 역시 미꾸라지를 잡는다. 싼류에 비해 커다란 아이. 이에 싼류는 미꾸라지 잡기를 위한 자리다툼에 언제나 스진쯔의 눈치를 보게 된다. 스진쯔는 점차 욕심을 품고, 이에 약자인 싼류는 점점 미꾸라지 잡는 일에서 내몰리게 된다. 이런 모습에 화를 품게 만드는 이야기. 그러나 결국엔 이런 갈등을 넘어 화해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미꾸라지를 더 많이 잡기 위한 욕심, 경쟁의 과정을 통해, 약자가 당하게 되는 설움이 돋보인다. 아울러 다툼을 통해 오히려 우정을 쌓게 되는 과정이 가슴 뭉클하게 하는 단편이다.

 

마지막 아추는 동네의 망나니 아추에 대한 이야기다. 배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추는 마을 사람들의 돌봄 가운데 마을의 아픈 손가락으로 자라난다. 하지만, 자신의 부모를 앗아간 사고, 그리고 사고 뒤에 도사린 어른들의 이기심에 세상을 향한 원망을 키워낸 아추는 마을의 괴물로 성장하게 된다. 그런 아추가 세상을 향해 쏟아내는 반항과 절규가 애절하다. 물론, 못된 악인의 모습마저 정당화 될 순 없다. 그럼에도 아추로 하여금 그런 길로 가도록 몰아 세웠던 주변의 어른들 역시 있었음도 간과할 수 없는 묵직한 반성으로 남게 한다.

 

네 편의 단편들이 오늘 우리의 현대적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마치 70년대 우리의 시골 풍경 속에서 만들어져가는 이야기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야기 자체가 괴리감보다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건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게다. 아니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때론 오해도 하고, 때론 절망의 상황 속에서 신음하기도 한다. 때론 갈등하고 괴롭히며, 이로 인해 약자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때론 불행한 상황을 재료로 하여 악이 되어 주변을 어둡게 물들이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깨진 관계들 속에서 결국엔 아름다운 관계를 회복하게 되는 이야기들. 그렇기에 따스한 힘이 있다. 감동이 있다. 날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 대단히 매력적인 작가라 생각된다. 그의 작품들을 찾아보니 참 많다. 하나하나 만나볼 욕심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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