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 어느 난민 가족의 여행 철학하는 아이 10
마그리트 루어스 지음, 이상희 옮김, 니자르 알리 바드르 사진, 정우성 해설 / 이마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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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에 몰려든 예멘 난민들로 인해 논쟁이 뜨겁습니다. 청와대 인터넷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난민 입국 허가 폐지 또는 개헌을 요구하는 내용의 국민청원 글이 여럿 올라왔고, 이미 여기에 서명한 사람들이 2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런 청원을 올리고 동조하는 분들의 마음이 어떤 마음일지는 이해가 갑니다. 혹여 이들 난민들이 범죄자로 변하지 않을까 염려하며 불안해하는 겁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 혹시나 이들이 우리가 누려야 할 것들을 빼앗게 될 것을 걱정하는 거겠죠.

 

그럼에도 생각해야 할 것은 난민들 역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일상을 살던 이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우리처럼 사랑하는 이가 있고,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을 기도하는 이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특정한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받기 때문에, 사람다운 삶을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욕구로 이국땅을 찾은 겁니다. 물론, 이들로 인해 우리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은 마땅히 없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대응과 지원을 잘못이라 매도해서는 안 될 겁니다.

  

  

이러한 때, 난민에 대해 마음을 열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징검다리: 어느 난민 가족의 여행이란 제목의 그림책입니다. 전쟁의 참상을 피해 정든 마을을 떠나는 이들. 더 나은 곳,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남을 감행한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이 꿈꾸는 것은 이방인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 웃을 수 있고, 다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곳, 폭탄이 떨어지지 않는 곳, 시장에 가다가 죽는 일이 생기지 않는 곳, 그런 평화를 찾아 떠나는 겁니다.

  

  

그렇게 떠난 이들이 비로소 새로운 희망,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되는 모습을 책은 보여줍니다.

 

책 속 그림은 시리아에서 태어나 현재도 시리아 난민들과 동행하고 있는 니자르 알리 바드르 란 분의 작품입니다. 여러 돌들을 본드로 붙여 작품을 만들고, 작품을 사진으로 찍은 것들입니다(본드 살 돈이 없어 그냥 형태를 만들어 놓은 후 사진을 찍고 다시 해체한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차가운 돌덩이들이 책 제목처럼 징검다리가 되어 그네들의 사연을 우리의 가슴까지 와 닿게 전해줍니다. 돌덩이들로 만든 작품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이 차가운 돌덩이보다 더 차가운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난민들을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겠죠. 무엇보다 중요한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평화, 우리의 존엄성이 존중받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테니까요. 그럼에도 이 그림책이 우리와 그들 난민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무작정 반대도, 무작정 찬성도 아닌, 대안을 만들어가며 모든 생명이 존중받고, 모두가 행복을 찾을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는 징검다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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