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악동들

세계 최고의 악동들 ㅣ 세계 최고의 악동들 1
데이비드 윌리엄스 지음, 토니 로스 그림, 성윤선 옮김 / 제제의숲 / 2018년 4월

로알드 달의 뒤를 잇는 이야기꾼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출판사 제제의숲에서 출간된 이번 책의 제목은 『세계 최고의 악동들』이란 제목입니다.

동화 속에는 도합 열 명의 악동들이 등장합니다. 하나의 스토리를 가진 장편동화는 아니고, 각 악동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주고 있습니다. 각 이야기를 통해 만나는 악동들은 다양합니다. 언제나 잠만 자며 침을 엄청나게 흘리는 “침흘리개 드루”. 동생을 골탕 먹이기 위해 스스로 꾸미며(때론 자해하며) 언제나 동생에게 당했다며 우는 “울보 버사”. 슈퍼 악당을 꿈꾸며 수많은 머릿니를 거느린 “머릿니 소년 나이절”. 가만히 있지 못하고 언제나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말썽을 피우는 “왈가닥 소녀 페툴라”. 거대한 코딱지로 기록에 오르길 꿈꾸며 코를 파 거대 코딱지를 만든 “코 파기 대장 피터”. 쓰레기를 사랑하여 온통 방안을 쓰레기더미로 만들어 버린 “지저분한 거트루드”. 수학에 엄청난 재능을 가진 것을 자부심으로 알고 자신은 결코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느라 일생을 소비해 버린 “틀린 적 없는 브라이언 윙”. 방구를 자유자재로 끼며 결국 엉덩이로 호른을 불게 된 “방구쟁이 민디”. 금속만을 사랑하며, 결코 웃지 않는 “진지한 어니스트”. 텔레비전을 너무 사랑하여 “소파와 한 몸이 된 소피아”. 이렇게 열 명 아이들의 이야기를 저자는 들려줍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정말 재미납니다. 동화를 읽으며 역시 타고난 이야기꾼은 엄청난 거짓말쟁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가는 뛰어난 이야기꾼입니다. 다시 말해, 작가는 엄청난 거짓말쟁이, 구라대마왕입니다. 온통 과장이 난무합니다. 그래서 재미납니다. 침을 하도 흘려 강을 이루고 모든 것이 떠내려가기도 하고. 소행성만큼 커진 코딱지가 굴러다니며 모든 것을 집어 삼키기도 합니다. 방구로 호른을 연주하다 방구가 너무 강력하여 우주로 날아가기도 하고요. 이런 과장, 구라가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건 책 머리말을 쓴 “신문 가게 주인 라즈 씨”입니다(물론, 작가가 쓴 거지만 말입니다.). 여기 신문 가게 주인 라즈씨는 절대 이 책을 읽지 말라고 합니다. 이미 이 책을 샀다면 그냥 버리라네요. 여기에 나오는 녀석들은 최고의 말썽쟁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신문 가게 주인 라즈 씨”는 작가의 또 다른 책, 『할아버지의 위대한 탈출』에 등장하는 인물이랍니다. 작가의 다른 책에 등장하는 인물을 또 다른 책에서 만나니 반갑네요.

그런데, 제발, 제발, 제발! 이 책을 읽지 마세요! 라는 경고의 문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다들 읽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때론 이야기 속의 악동들의 모습을 닮지 않아야 합니다. 언제나 텔레비전만을 보길 원하는 게으름을 피운다면, “소파와 한 몸이 된 소피아”처럼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정리정돈을 하지 않고, 온통 어지럽히기만 하다가는 쓰레기 괴물에게 잡아먹힌 “지저분한 거트루드”처럼 될 수도 있고요. 언제나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자세는 “틀린 적 없는 브라이언 윙”처럼 될 수도 있답니다. 게다가 이 윙의 경우는 특별히 악동다운 행동을 한 적이 없는데도 “세계 최고의 악동들” 대열에 끼고 있음도 생각하게 되네요. 잘난 척 대마왕 이야말로 어리석은 악동이라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또 한편으로 부모님들도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도 생각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몇몇 악동들은 정말 정말 진짜 악동들인데, 그럼에도 밉지 않게 느껴지거든요. 왜냐하면, 그런 악동들의 모습이야말로 진짜 아이다운 모습, 아이의 생각, 아이의 행동일 테니 말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이해하는 부모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경고! 주의! 제발, 제발, 제발! 이 책을 읽지 마세요!”란 경고에도 2권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