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위를 부탁해 다릿돌읽기
고정욱 지음, 이예숙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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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불구의 장애를 가진 사람이 옥탑방에서 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물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이라면 낫겠지만, 계단으로만 통행해야 하는 건물의 옥탑방이라면. 그렇다면 이 분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결코 외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 하더라도 외출을 하는 건 여전히 쉽지마는 않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에 동기 중에 하반신이 마비된 분이 계셨습니다. 고등학생 때, 오토바이를 타다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되신 분인데, 뒤늦게 학교에 다니던 중이었습니다. 이분에게 가장 힘겨운 건 강의실 출입이었습니다. 2층이라 하더라도 혼자의 힘으로는 강의실에 갈 수 없습니다. 적어도 동기들 3명은 있어야 이분을 휠체어 채로 들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돕는 동기들은 기쁜 마음으로 하더라도 이분은 언제나 미안해 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의 장애우가 2층이 아닌 더 높은 옥탑방에서 살게 된다면, 그건 그 삶의 공간은 오롯이 옥상에만 한정된다는 의미입니다. 옥상에 유폐된 삶인 겁니다.

 

여기 그런 상황이 등장하는 동화가 있습니다. 고정욱 작가의 옥상 위를 부탁해란 동화입니다. 이 동화는 실제 공연되고 있는 연극의 내용을 동화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민석이는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다 그만 공을 옥상 위로 올리고 맙니다. 건물주인 아들인 명철이는 옥상에는 올라가선 안 된다고 하지만, 공을 찾아 올라간 그곳에서 아이들은 어느 누나를 만나게 됩니다. 휠체어를 탄 누나, 장애를 가진 누나가 옥탑방에 세 들어 살고 있었던 겁니다. 아빠와는 연락이 끊긴지 6개월이 지난 누나. 혼자의 힘으로는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는 누나는 옥상 위에 고립된 채 살아갑니다. 그것도 이제 쫓길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누나와 점점 친해진 친구들은 누나를 돕기 위해 모금활동을 벌입니다. 하지만, 돈을 모으기는커녕, 앵벌이를 한다는 의심을 사게 되죠. 과연 옥상 위 누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활동하기 어려운 장애우 누나를 위해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합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를 돕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나서는 모습이야말로 오늘 우리 모두의 모습이 되면 좋겠습니다.

 

동화 속 장애를 가진 누나의 결과가 해피엔딩이기에 더욱 흐뭇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실제 삶속의 수많은 장애우들은 여전히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겠죠. 동화 속처럼 모두에게 좋은 결말을 맺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동화 속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는 결국엔 장애를 갖게 된다는 말이 큰 울림으로 남습니다. 늙어 지팡이를 짚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이것을 장애라 생각해보진 못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장애가 맞네요. 결국 우리 모두는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장애를 갖게 된다는 사실. 이 진리를 인정하게 될 때, 장애우를 향한 우리의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애를 다룬 동화인 이 책, 옥상 위를 부탁해장애라는 힘겹고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자칫 어둡고 먹먹할 것만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화는 맑고 밝은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동화처럼, 세상의 수많은 장애우들의 삶에 이런 맑고 밝은 에너지, 환한 빛이 비춰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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