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해지기 어렵다. 추상적이고 지정학적인 의미의 통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몰도바인들은 불행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불행이 불신을 낳고, 불신이 불행을 낳고, 그 불행이 또 불신을 낳는다. - P340

쓸모 있는 사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는 것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행복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시카고 대학의 학자들이 최근 다양한 직업을 지닌 5만 명가량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가장 대접받는 직업을 지닌 사람들(변호사, 의사, 은행가)의 행복 점수가 낮았다. 그럼 행복도가 가장 높은 사람은 누구였냐고? 성직자, 물리치료사, 간호사, 소방관이었다. 다시 말해서 남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기적인 이타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 - P341

몰도바인들은 산 자보다 죽은 자에게 더 친절한 것 같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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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수레바퀴는 때로 잔인하다. - P308

나중에 누군가 몰도바에서는 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뒤바뀌어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주인이 편안함을 느끼게 신경을 써주는 게 손님의 의무라는 것이다. 뒤집힌 친절. 이 나라에는 이것 말고도 독특한 관습이 많다. - P310

러시아 제국이 무너졌을 때, 발트해 국가들은 열렬한 민족주의에 매달렸지만 몰도바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은 신앙이나 문화를 지주로 삼았지만 몰도바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몰도바 사람들이 믿을 것은 자신뿐이었다. 그런데 역시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사방 어디서나 불행이 보인다. - P311

신뢰,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신뢰 부족이 바로 몰도바가 불행한 이유라고 비탈리가 말한다. 행복과 신뢰의 관계에 관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 그대로다. 몰도바인들은 슈퍼마켓에서 자기가 구입하는 물건을 믿지 않는다(상표가 잘못 붙었을지도 몰라). 이웃도 믿지 않는다(저사람은 부패를 저지르고 있을지도 몰라). 심지어 자기 가족도 믿지 않는다(뭔가 공모하고 있을지도 몰라), - P319

몰도바인들이 불행한 또 다른 이유는? "몰도바에 사는 사람들은 러시아인도 몰도바인도 아니에요. 모두들 우리를 괴롭히고 버렸죠. 우리는 자부심이라는 게 전혀 없어요. 심지어 우리말도 자랑스럽지 않아요. 몰도바 정부의 장관들 중에는 몰도바어를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 사람들은 러시아어밖에 하지 못해요. 이런 말을 하기는 정말 싫지만, 몰도바의 문화라는 건 없어요. 그게 사실이에요." - P320

민주주의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들이민주주의를 수립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 P321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려면 문화적 토양이 비옥해야 한다. 제도는 문화보다 덜 중요하다.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필요한 문화적 요소는 무엇인가? 신뢰와 관용이다. 자기 집단 내부, 이를테면 가족 내부의 신뢰뿐만 아니라 외부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다. 이방인을 믿고, 반대 세력을 믿고, 심지어 적도 믿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도박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란 결국 거대한 도박이 아니고 무엇인가? - P321

몰도바인들은 이기적인 이타주의의 힘을 알지 못한다. 이 무슨 주일학교 설교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다른 사람을 도우면 자신도기분이 좋아진다. 일본 고베 대학의 심리학자들이 증명한 사실이다. - P327

행복의 적, 시기심이 몰도바에 만연해 있다. 게다가 이곳 사람들의 시기심은 유난히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대개 시기심에 동반되게마련인, 강렬한 야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몰도바인들은 시기심의 좋은 점은 하나도 맛보지 못하고 나쁜 점만 죄다 안고 있는 꼴이다. 시기심의 좋은 점이란, 사람들이 야망에 불타서 자기가 남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기업을 세우고 건물을 세워 성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몰도바인들은 자기가 성공하는 것보다 이웃이 실패하는 데서 더 기쁨을 느낀다. 이보다 더 불행한 상황이 있을지 상상이 안 간다. - P329

미국 최초의 자기계발서 저자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행복이란 "가끔 다가오는 커다란 행운보다는 매일 일어나는 자그마한 행운에서 생겨난다"라고썼다. 맞는 말이다. - P331

미신을 믿는 사람들은 세상에 아주 많지만, 대개는 그 미신이 영적인 믿음이나 종교적인 신앙과 결합되어 있다. 하지만 몰도바의 미신은 혼자 떠돈다. 이 슬픈 땅 위를 어른거리는 비관주의의 구름만이 이 미신을 지탱해줄 뿐이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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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살 곳을 결정하는 건 자신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직접 결정하는 방법이에요. - P287

제러드는 땅에서 지열이 만들어낸 황금처럼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커피나 마시러오라며 남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특별한 화제가 없는데도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떠는 것도 좋아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애정 담긴 목소리로 자기 나라를 ‘얼음 덩어리‘라고 부르는 모습도 좋아한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국회의원 세 명의 이름을 금방 외울 수 있다는 점도 좋아한다. 상쾌한 겨울날 발밑에 밟히는 눈이 천국에서 만든 스티로폼처럼 사박사박 소리를 내는 것도 좋아한다. 12월에 시내 중심부의 쇼핑가에 늘어서는 성가대도 좋아한다. 강하고 눈부신 그들의 목소리가 밤을 돌려놓는다. 다섯 살짜리 아이들이 새까만 어둠 속에서 혼자 학교까지 걸어가도 안전하다는 사실도 좋아한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와중에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때의 마술 같고 초자연적인 느낌도 좋아한다. 차가 눈 속에 갇혀 꼼짝도 할 수 없게 됐을 때 항상 누군가 차를 멈추고 도와준다는 사실도 좋아한다. 비행기가 케플라비크의 국제공항에 내려앉으면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그저 집에 돌아온 게 기뻐서 박수를 치는 것도 좋아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하늘 같은 자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조금도 오만하지 않은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물론 어둠도 좋아한다. 그는 어둠을 그냥 견디는 수준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한다. - P288

하지만 제러드가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건 사람을 틀에 가두지 않는 문화, 아니 적어도 사람이 이 틀에서 저 틀로 자유로이 오갈 수 있게 해주는 문화 속에서 사는 것이다. - P289

‘현지화‘란 자신이 살게 된 나라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인류학자들이 ‘참여관찰자‘라고 부르는 사람과 참여자 사이의 선을 넘어버린 해외특파원과 외교관, 그리고 그 밖의 이유로 조국을 떠난 사람들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이다. - P290

‘현지화‘라는 말은 대개 현지화되지 않은 사람들이 상대를 경멸하듯이 쓰는 말이다. - P290

"약간의 우울증을 잘 보살피면, 그 덕분에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자신을 뚝 꺾어버리면, 삶이 얼마나 연약한지, 자신은 또 얼마나 연약한지에 관해 안도감이 들죠." - P295

심리학자 노먼 브래드번은 《심리적 복지의 구조》라는 책에서 행복과 불행이 우리 생각과는 달리 반대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이 아니라, 아예 다른 동전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행복한 사람이 가끔 발작처럼 불행을 느끼는 것도 가능하고 불행한 사람이 커다란 기쁨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곳 아이슬란드에서는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조차 가능한 것 같다. - P295

"사람들은 자기가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이 행복해 보이는 꼴을 참고 보지 못한다."(쇼펜하우어) - P301

우리는 반대의 것을 보고 어떤 사물의 본질을 깨닫곤 한다. 차가움이 없다면 뜨거움도 무의미하다. - P301

호텔은 훌륭한 발명품이지만, 한 나라의 영혼을 들여다보기에 이상적인 장소는 아니다. 호텔은 정확히 그 반대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우리가 방문한 나라와 편안한 거리를 유지할 수있게 해주는 곳이라는 뜻이다. - P305

불행은 고인 물과 마찬가지로 아주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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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사람들은 시기심을 억누르기 위해 물건을 숨긴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시기심을 억누르기 위해 물건을 함께 나눈다. 아이슬란드 음악가들은 서로를 돕는다는 것이 라루스의 설명이다. 한 밴드에 앰프나 리드 기타리스트가 필요하다면, 다른 밴드가 아무런 조건 없이 도와준다. 아이디어도 시기심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흘러 다닌다. 시기심은 일곱 가지 죄악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죄다. 조지프 엡스타인은 시기심에 관한 글에서 일단 시기심이 풀려나면 "그것에 사로잡힌 사람의 모든 것을 망가뜨리는 경향이 있다"라고 썼다. - P264

경쟁을 뜻하는 단어 ‘compete‘의 어원은 라틴어의 ‘competure인데, 이 단어는 ‘함께 구하다‘라는 뜻이다. - P265

파리똥처럼 자그마한 이 나라의 인구에서 예술가와 작가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더높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실패 때문입니다." 라루스가 안경을 콧등 위로 세게 밀어 올리면서 말한다. 말한다.
"실패라고요?"
"예, 아이슬란드에서는 실패가 낙인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 어떤의미에서는 실패를 오히려 찬양하죠."
"실패를 찬양한다고요? 그건 좀………… 터무니없는 소리 같은데요. 실패를 찬양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럼 표현을 좀 바꾸죠. 우리는, 누구보다 착하기 때문에 실패한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 사람들이 실패한 건 냉혹하지 못한 성격때문일 수도 있잖아요." - P265

긍정적인 심리학 운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먼도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좋은 일이 실제보다 많았던 것으로 착각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우울한 사람들은 과거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가 최고의 충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간의 자기 기만은 행복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 P267

이제 나는 결론을 내린다. 순진한 사람들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많아진다면 세상이 훨씬 더 좋아질 거라고. - P273

"작곡할 때는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려요. 정말 행복한 작업이죠.
자기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작곡은 나자신보다 훨씬 더 위대한 작업이에요. 그 일을 통해서 내가 커지는 느낌이에요."
이것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정의한, 몰입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행위자와 행동을 구분하는 선이 흐릿해지다 못해 때로는 아예사라지기도 한다. 무용수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춤만 존재한다. 몰입과 행복은 같지 않다. 사실 우리가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려고 몰입에서 빠져나오면 두 가지 모두 잃어버린다. - P280

힐마르는 자신의 지나친 도서 구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을 낭비했는지 연구하는 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냐. - P281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건 우리가 믿는 대상이 아니라 믿는 행위 그 자체다. 무엇을 믿든 상관없다. - P283

널리 여행하는 사람은 재치가 필요하다.
어리석은 자는 집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 - P284

사람은 술을 마실수록 아는 것이 적어져서 흐리멍덩한 바보가 된다. - P284

적당히 현명한 것이 최선이다.
지나치게 꾀바르거나 영리하지 않게.
학문이 깊은 사람이 진심으로 행복한 경우는 드물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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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불편한 순간이 드문드문 섞여 있어야 편안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 P228

행복은 실패할 수 있는 기회다. (아이슬란드) - P231

"엉터리 작품들이 예술의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이 엉터리 작품들은 농사를 지을 때의 거름과 같다. 엉터리가 없으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 - P232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인지는 몰라도, 상호의존성은 틀림없이 애정의 어머니다. 우리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협력한다.
처음에는 순전히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부분은 흐릿해지고 협력만 남는다. 우리가 남을 돕는 건 그럴 만한 능력이 있거나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나중에 보답을 받으려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 이것을가리키는 단어가 하나 있다. 사랑. - P237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업률 상승이 물가 상승보다 훨씬 더 전체적인 행복도를 떨어뜨린다.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수면에 퍼지는 잔물결처럼 온 나라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 P247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체스를 깊이 사랑하고, 친구에게 영원히 의리를 지키며, 지도에 올라가는 것에 집착하고, 남들의 괴팍한 행동을 잘 참아준다. 아니,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괴팍한 사람뿐만 아니라 괴팍한 음식도 잘 참아 넘겼다. - P249

음식과 행복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맥도날드 사람들도 이 점을 잘 안다. 그래서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드 세트에 가치 있는 식사라거나 실존적인 식사라는 이름 대신 해피밀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사람들은 비록 불행을 씹을지라도 삼킬 때는 행복을 삼키고 싶어 한다. - P249

전통적으로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못생긴 음식을 먹지 않는다. - P249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삶이란 원래 이처럼 덧없는 것이라는 생각 덕분에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런 생각 덕분에 항상 조심하는 자세를 잃지 않고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런 생각 덕분에 삶이 연약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대도시들은 불멸의 존재인 척 허세를 떤다. 자기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자연을 정복했기 때문에, 죽음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망상에 빠져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자연이 항상 최종적인 결정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불멸성이라는 것이 웃기는 소리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 P252

죽음의 가능성을 포함하면서도 죽음에 구애받지 않는 유대감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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