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여전히 집을 떠나기를 거부하고 있었고, 나는 주위를 폐허로 만들고 있는 그 장소에 대한 어머니의 애정을 이해하려고 몸부림쳤다. 나는 그 집에 관한 에세이를 쓰면서 집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 머무르려는 어머니의 뿌리 깊은 이유들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왜 그 이유들 앞에서 내 논거들이 전혀 먹히지 않는지도 마찬가지로 알아차렸다. 그 집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헤아리려 노력하던 나 역시 어느 새 그 집에 대한 내 사랑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건 하나의 이해였고, 그 이해는 곧 어머니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었다. - P250

죽음을 향해 가는 삶에 대해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다. - P255

애벌레가 약간 움직이고, 마침내 나는 깨닫는다. 이것은 죽음이 아니라 웃자란 피부를 찢고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으로부터 기어서 달아나는, 삶의 다음 단계에 도달하기 전의 휴지 상태일 뿐임을. 그것은 새로운 생물이다. 심지어 그것은 다시 시작하기 전에 다시 시작한다. - P259

우리 인간은 기쁨을 위해 만들어진 생물이다. 우리는 모든 증거에 맞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비통함과 외로움과 절망은 비극일 뿐이라고. 그리고 그 비극적인 것들은 세상의 바른 길들이 제공하는 지면, 다시 말해 우리 존재가 굳건히 디딜 단단한 지면을 만들어 내는 즐거움과 침착함과 안전함의 불운한 변이에 불과하다고. 우리는 동화 속에서 우리 자신에게 말하고 있고, 어둠은 선물 비슷한 것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 - P261

우리가 늘 느끼는 것에는 그 자체의 진실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진실은 아니다. 어둠은 늘 보이지 않는 곳에 약간의 선량함을 숨기고 있다. 예기치 않던 빛이 반짝이기를, 그리하여 가장 깊은 은닉처에서 그것을 드러내기를 기다리면서. - P262

손윗사람들을 보살피는 건 유아를 키우는 것과 같다. 모든 생각과 행동의 배경을 살펴야 하고, 일어날수 있는 문제를 살피고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최악의 문제,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닥쳐오면 멈출 방법이 없다. - P265

돌봄의 결말은 자유가 아니라는 것, 돌봄의 결말은 큰 슬픔이라는 것. - P267

이윽고 나의 아름다운 시어머니도 세상을 등지셨다. 나는 매일 시어머니를, 그리고 내 부모님을 생각한다. 그분들의 뚜렷한 특성-내 아버지의 흔들리지 않는 낙천주의, 내어머니의 불손한 위트, 시어머니의 심오한 관대함-은 나와 세상 사이에 얇은 막을 형성해 주었는데, 이제 그분들 자신이 손에 만져질 듯 존재하는 부재가 되었다. 그분들이 저세상으로 떠남으로써 나는 모든 것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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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매일 가르쳐 주고 있다.
너무 많은 움직임의 소용돌이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고요하게 있기.
조용히 하기.
귀 기울이기. - P181

모두들 알다시피 안개는 소리 없이 낀다. 하지만 시(詩)에서 그러는 것을 제외하고는 조용히 내려앉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안개는 분주하다. 그것은 귀찮게 쫓아다니는 고양이와 할퀴는 참새를 마찬가지로 감춰 준다. 그것은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무디게 만들고, 구부러진 잔가지를 펴 주며, 섬세한 녹색 그늘 속에서 모든 나무를 더 부드러운 모양으로 만들어 준다. 숲 깊은 곳에서 안개는 어린 가지와 실처럼 가느다란 줄기를 따라 보석들을 하나하나 깔아 두면서 숨어 있던 거미줄을 꿈의 풍경 속으로 일깨운다. 하늘에서는 어쩔수 없이 아침 해가 타오른다. 하지만 세상은 당분간 안개에 속해 있다. 안개는 감추고 보여 주고 하느라, 우리가 아는 것을 감추고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우리 눈에 드러내느라 분주하다. - P186

"가장 좋은 엄마는 행복한 엄마예요." - P195

유아들은 세상 일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려 한다. - P201

아버지가 말했다. "남자들은 서커스를 좋아하거든. 그들이 서커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도 알거야."
오.
그건 삶의 끝을 앞둔 사람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아니었다. 그건 하나의 비유, 후한 할아버지로서 잊히지 않고 기억되고 싶은 마음을 반영한 비유였다. 후손에게 기억되려는 하나의 방식, 망각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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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에 대한 어머니의 열망은 이 모든 삶의 혼돈과는 상관이 없다. 너무 부족한 공간과 너무 부족한 돈. 아름다운 뭔가를 만들어 낼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는 그 모든 것들. 아름다움을 창조해 낼 기회는 우리가 임대해 사는 성냥갑의 문 건너편에서 항상 기다리고 있다. - P127

안경 없이도 잘 보는 내 예쁜 조카는 오솔길 아래쪽 옷솔버섯으로 뒤덮인 쓰러진 나무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조카가 나무의 움푹 들어간 곳에 거의 숨겨져 있는 무당벌레 한 마리를 가리켰다. "콜로라도에서 하이킹을 하다가 무당벌레 한 떼를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한 곳에 모이는 그 무당벌레 무리를 부르는 명칭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구글을 검색해 봤죠." 조카가 말했다. "그런데 그 명칭이 ‘사랑스러움(loveliness)‘이더라고요." - P152

형제애로 유명한 그 도시 곳곳은 내가 어울리지 않는곳에 와 있다는 은유였다. - P164

땅에 떨어지기 전 끝부분이 말려 올라가고 색이 녹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며 불꽃 같은 색으로 시들어 가는 나뭇잎들이 세상이 돌고 있음을, 세상은 거대한 유리 언덕을 매번 더 빠른 속도로 굴러내려가는 커다란 파란 공에 지나지 않음을 우리에게 상기시켰다. - P167

아버지가 나에게 해 준 말은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애정 어린 안심시키는 말, 부모님이 살아 계신 한 항상 나를 위한 자리가 있을 거라는 사실, 내가 그곳에 속한다는 걸 항상 믿지는 못하더라도 언제나 내가 속할 자리가 있을 거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말이었다. - P170

뭔가를 아는 것의 문제는 그걸 모를 수가 없다는 점이다. 홍관조 둥지 안에 알 두 개가 있음을 안다는 건 홍관조 새끼들의 대략적인 이소 날짜뿐만 아니라, 어제 오후 내가 어미새를 확인한 때와 오늘 아침 둥지가 비어 있는 걸 발견한 때 사이에 쥐잡이뱀이 홍관조 알을 정확히 몇 개 먹어 버렸는지 알게 되는 걸 의미한다. 당신이 알지 못하는 상실도 상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 그래서 아무런 고통도 유발하지 않는다. - P174

어떤 일이 부자연스럽지 않고 자연의 질서에 어긋나는 것도 아닐 때 자연에 개입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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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들이 식료품점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교통의 흐름을 타려면 카트를 어느 방향으로 밀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특히 저녁 시간에 통로 한가운데에 당황한 채 서 있는 건 식료품점 이용객으로서 좋지 못한 행실임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 P71

그는 햇살이 눈부시고 홀가분한 일요일 오후가 선물임을 이해하는 남자다. - P78

돌아갈 몫은 여전히 풍부하다-꽃이 풍부하고, 씨앗이 풍부하고, 벌레가 풍부하다. 하지만 우리 정원에 사는 생물들은 공유하는 데 흥미가 없다. 그들에게 결핍이란 결핍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것이다. 진짜 위협과 상상 속 위협이 같은 반응을 유발한다. 나는 창가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고있다. 그들의 사나움이 상기시키는 인간의 모든 갈등을 떠올리면서. - P84

나는 누가 자기들을 보고 있다는 걸 감지하지 못할 때 그 아이들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에 무척 놀랐다. 그 아이들의 생활이 나 없이 펼쳐지는 방식에 놀랐다. 아마 우리 어머니도 내 여동생의 믿음에서 완벽한 천진함을 엿보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너무나 큰 사랑과 절대적 기쁨을 가지고 그 이야기를 해 주었기 때문에 나도 이해가 된다. - P87

강은 다른 무엇과도 다른, 그저 강 자체일 뿐이다. 강은 우리가 여기에 살기 훨씬 오래전부터 여기에 있었고,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강은 우리의 흔적을 전부 지울 것이다ㅡ악의 없이, 심지어 인식하지도 않고. 그리고 우리가 땅속으로 사라지고 우리의 모든 구조가 무너져 먼지가 될 때, 강은 다시 빛과 물과 하늘이 나무 사이에서 서로를 발견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 P95

참된 야생에 무지한 사람이 자연에 관해 글을 쓰려면 신경 소모가 많다. 하지만 무지의 이면은 놀라움이고, 나는 놀라움에 능숙하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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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유혈극이 빈번히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그 유혈극을 몸소 겪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 P16

그 말도 안 될 정도로 작은 몸은 거센 바람과 퍼붓는 비와 포식자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한 맹렬함을 따르고 있을 뿐이니까 말이다. - P17

사랑의 그늘진 면은 늘 상실이고, 비통함은 사랑 자체의 쌍둥이일 뿐이다. - P20

사람들은 자기에게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고, 자기가 신의 은총으로 선택받았다고 믿고싶어 한다. - P33

하늘에서는 기적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기적은 평범한 뒤뜰의 축축한 잡초 속에서, 작년의 바스러진 나뭇잎과 두더지가 파헤쳐서 드러난 향기로운 흙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 P34

이 세상은 죽음을 토대로 번성한다. - P38

특별할 것 없는 일로서, 그저 하나의 사실로서 "지금 나는 안개 속을 헤매고 있어요. 안개는 곧 흩어질 거예요."라고 말하는 건 얼마나 위로가 되는 일인지.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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