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살 곳을 결정하는 건 자신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직접 결정하는 방법이에요. - P287

제러드는 땅에서 지열이 만들어낸 황금처럼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커피나 마시러오라며 남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특별한 화제가 없는데도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떠는 것도 좋아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애정 담긴 목소리로 자기 나라를 ‘얼음 덩어리‘라고 부르는 모습도 좋아한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국회의원 세 명의 이름을 금방 외울 수 있다는 점도 좋아한다. 상쾌한 겨울날 발밑에 밟히는 눈이 천국에서 만든 스티로폼처럼 사박사박 소리를 내는 것도 좋아한다. 12월에 시내 중심부의 쇼핑가에 늘어서는 성가대도 좋아한다. 강하고 눈부신 그들의 목소리가 밤을 돌려놓는다. 다섯 살짜리 아이들이 새까만 어둠 속에서 혼자 학교까지 걸어가도 안전하다는 사실도 좋아한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와중에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때의 마술 같고 초자연적인 느낌도 좋아한다. 차가 눈 속에 갇혀 꼼짝도 할 수 없게 됐을 때 항상 누군가 차를 멈추고 도와준다는 사실도 좋아한다. 비행기가 케플라비크의 국제공항에 내려앉으면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그저 집에 돌아온 게 기뻐서 박수를 치는 것도 좋아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하늘 같은 자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조금도 오만하지 않은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물론 어둠도 좋아한다. 그는 어둠을 그냥 견디는 수준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한다. - P288

하지만 제러드가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건 사람을 틀에 가두지 않는 문화, 아니 적어도 사람이 이 틀에서 저 틀로 자유로이 오갈 수 있게 해주는 문화 속에서 사는 것이다. - P289

‘현지화‘란 자신이 살게 된 나라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인류학자들이 ‘참여관찰자‘라고 부르는 사람과 참여자 사이의 선을 넘어버린 해외특파원과 외교관, 그리고 그 밖의 이유로 조국을 떠난 사람들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이다. - P290

‘현지화‘라는 말은 대개 현지화되지 않은 사람들이 상대를 경멸하듯이 쓰는 말이다. - P290

"약간의 우울증을 잘 보살피면, 그 덕분에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자신을 뚝 꺾어버리면, 삶이 얼마나 연약한지, 자신은 또 얼마나 연약한지에 관해 안도감이 들죠." - P295

심리학자 노먼 브래드번은 《심리적 복지의 구조》라는 책에서 행복과 불행이 우리 생각과는 달리 반대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이 아니라, 아예 다른 동전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행복한 사람이 가끔 발작처럼 불행을 느끼는 것도 가능하고 불행한 사람이 커다란 기쁨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곳 아이슬란드에서는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조차 가능한 것 같다. - P295

"사람들은 자기가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이 행복해 보이는 꼴을 참고 보지 못한다."(쇼펜하우어) - P301

우리는 반대의 것을 보고 어떤 사물의 본질을 깨닫곤 한다. 차가움이 없다면 뜨거움도 무의미하다. - P301

호텔은 훌륭한 발명품이지만, 한 나라의 영혼을 들여다보기에 이상적인 장소는 아니다. 호텔은 정확히 그 반대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우리가 방문한 나라와 편안한 거리를 유지할 수있게 해주는 곳이라는 뜻이다. - P305

불행은 고인 물과 마찬가지로 아주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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