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수레바퀴는 때로 잔인하다. - P308

나중에 누군가 몰도바에서는 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뒤바뀌어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주인이 편안함을 느끼게 신경을 써주는 게 손님의 의무라는 것이다. 뒤집힌 친절. 이 나라에는 이것 말고도 독특한 관습이 많다. - P310

러시아 제국이 무너졌을 때, 발트해 국가들은 열렬한 민족주의에 매달렸지만 몰도바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은 신앙이나 문화를 지주로 삼았지만 몰도바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몰도바 사람들이 믿을 것은 자신뿐이었다. 그런데 역시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사방 어디서나 불행이 보인다. - P311

신뢰,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신뢰 부족이 바로 몰도바가 불행한 이유라고 비탈리가 말한다. 행복과 신뢰의 관계에 관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 그대로다. 몰도바인들은 슈퍼마켓에서 자기가 구입하는 물건을 믿지 않는다(상표가 잘못 붙었을지도 몰라). 이웃도 믿지 않는다(저사람은 부패를 저지르고 있을지도 몰라). 심지어 자기 가족도 믿지 않는다(뭔가 공모하고 있을지도 몰라), - P319

몰도바인들이 불행한 또 다른 이유는? "몰도바에 사는 사람들은 러시아인도 몰도바인도 아니에요. 모두들 우리를 괴롭히고 버렸죠. 우리는 자부심이라는 게 전혀 없어요. 심지어 우리말도 자랑스럽지 않아요. 몰도바 정부의 장관들 중에는 몰도바어를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 사람들은 러시아어밖에 하지 못해요. 이런 말을 하기는 정말 싫지만, 몰도바의 문화라는 건 없어요. 그게 사실이에요." - P320

민주주의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들이민주주의를 수립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 P321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려면 문화적 토양이 비옥해야 한다. 제도는 문화보다 덜 중요하다.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필요한 문화적 요소는 무엇인가? 신뢰와 관용이다. 자기 집단 내부, 이를테면 가족 내부의 신뢰뿐만 아니라 외부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다. 이방인을 믿고, 반대 세력을 믿고, 심지어 적도 믿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도박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란 결국 거대한 도박이 아니고 무엇인가? - P321

몰도바인들은 이기적인 이타주의의 힘을 알지 못한다. 이 무슨 주일학교 설교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다른 사람을 도우면 자신도기분이 좋아진다. 일본 고베 대학의 심리학자들이 증명한 사실이다. - P327

행복의 적, 시기심이 몰도바에 만연해 있다. 게다가 이곳 사람들의 시기심은 유난히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대개 시기심에 동반되게마련인, 강렬한 야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몰도바인들은 시기심의 좋은 점은 하나도 맛보지 못하고 나쁜 점만 죄다 안고 있는 꼴이다. 시기심의 좋은 점이란, 사람들이 야망에 불타서 자기가 남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기업을 세우고 건물을 세워 성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몰도바인들은 자기가 성공하는 것보다 이웃이 실패하는 데서 더 기쁨을 느낀다. 이보다 더 불행한 상황이 있을지 상상이 안 간다. - P329

미국 최초의 자기계발서 저자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행복이란 "가끔 다가오는 커다란 행운보다는 매일 일어나는 자그마한 행운에서 생겨난다"라고썼다. 맞는 말이다. - P331

미신을 믿는 사람들은 세상에 아주 많지만, 대개는 그 미신이 영적인 믿음이나 종교적인 신앙과 결합되어 있다. 하지만 몰도바의 미신은 혼자 떠돈다. 이 슬픈 땅 위를 어른거리는 비관주의의 구름만이 이 미신을 지탱해줄 뿐이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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