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힘 ​

           -- 류근 --​

​애인에게 버림받고 돌아온 밤에

아내를 부등켜안고 엉엉 운다 아내는 속 깊은 보호자답게

모든걸 다 안다는 듯 등 두들기며 내 울음을 다 들어주고

세상에 좋은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세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따뜻한 위로를 잊지 않는다

나는 더 용기를 내서 울고

아내는 술상까지 봐주며 내개 응원의 술잔을 건넨다

이 모처럼 화목한 풍경에 잔뜩 고무된 어린것들조차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노래와 율동을 아끼지 않고

나는 애인에게 버림받은 것이 다시 서러워

밤새도록 울음에 겨워 술잔을 높이 드는 것이다

다시 새로운 연애에 대한 희망을 갖자고

술병을 세우며 굳게 다짐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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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른 자들을 시기하지 말라.

그들이 목숨을 걸고 산비탈을 오를 때

그대는 혹시 평지에서 팔베개를 하고

달디단 잠에 빠져 있지는 않았는가?

때로는 나태를 부끄러워하지 않은 것도

죄악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 '아불류 시불류'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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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의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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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내려도 희망이다

절망의 힘도 이렇게 크면 희망이 된다

비명도 없이 곤두박질 치다보면

딛고 섰던 땅까지 움푹 파지지만

그보다 더 세찬 무엇이

생명을 받들고 위로 솟구치고야 만다

수직의 절망이 수평의 희망으로

튕겨 흐르는 숨막힘....

 

 

                  **희망의 레시피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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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세운 일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차가운 배갯가의 꿈은 있지만


낯모를 딴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저무는 갓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 해매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차거운 배갯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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