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상사 - 고대에서 현대까지 북캠퍼스 지식 포디움 시리즈 3
마르쿠스 앙케 지음, 나종석 옮김 / 북캠퍼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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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선거제도는 형식만 민주주의로 두 마리 사자가 으르렁댄다. 대통령제=군주제는 사실상 이음동의어로 다르게 쓸 뿐이다. 누가 자기 손가락으로 배신을 거듭하는 괴물들을 스위트홈에 불러들였나? 루소의 이상을 피로 물들이며 한 세기를 건너는데도 국민이 아니라 정치인이 주인인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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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지옥 - 91년생 청년의 전세 사기 일지
최지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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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공포의 에피소드. 서울 어딘가, 살던 아파트에서 나와 전셋집을 구했다. 그 아파트의 꼭대깃층에 피아노 교습소가 있었다. 거기서 레슨을 받은 여자아이가 주말에 바로 윗집에서 연습한 피아노곡을 연주했다. 낮에 집에 없다 보니 아파트에서 교습소를 차리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대한민국 국회에 민원을 넣으니 눈이 오던 겨울날 6개월 만에 짤막한 통지문이 NOWAYOUT 이메일로 왔다. 다시 교육지원청에 민원을 넣으니 영화 이키루(生きる)처럼 뺑뺑이를 돌리다 학원법은 전혀 문제없으니 아주 괜찮다고 한다. 클래식과 피아노 음악을 정말 좋아하던 나는 스트리밍 시대에 접어들면서 클래식을 내팽개쳤다. 결과적으로 법은 사람의 고통이나 감정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듯 국회의원들의 당리당략에 따라 매우 추상적으로, 매우 느린 템포로 겨우 국회 문턱을 나온다. 그렇게 사바나를 지배하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 투성이로 남는다. 심지어 법률에 근거한다 하지만 의존명사 '등'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시행령을 만방에 걸어두고 사바나의 왕으로 포효한다.

층간소음 트라우마로 꼭대깃층만 줄기차게 찾아다녔다. 최종 도착지는 철제 계단을 올라가니 공실이고 방 1칸을 확장한 쓰리룸 전세 2억 5천만원짜리였다. 1층에는 가게 낼 용도로 비어 있었는데 이곳이 근린생활시설 주택이었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한국의 신축 빌라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은행말고도 여기저기 끌어다놓은 대출로 감당하다 보니 근저당이 있게 마련이었다. 여기도 근저당이 대략 1억원 정도 있었다. 나는 층간소음 트라우마로 혼비백산한 나머지 감히 사바나를 우습게 보고 선금 200만원을 내며 벌떡 가계약해 버렸다. 아무것도 급할 게 없었는데 너무 쉽게 공인중개사가 내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중개사 사무실에서는 집주인과 공인중개사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심지어 나이든 집주인 여자가 너무 친절하게 나를 자기 차로 태워다주며 이것저것 물었다. 돌이켜보면 첫번째 공인중개사는 어떻게든 소개비를 받아내기 위해 다른 공인중개사에게 연결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집주인과 공인중개사를 믿을 수 없었다. 근저당 1억이 악마처럼 입을 벌린 그 계약서를 보며 무식하게 무식하게 생각하다 근처 시중은행으로 찾아갔다. 근저당이 끝까지 마음에 걸려 그때 유행하기 시작한 보증보험을 들어놓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었다. 결론은 매우 위험한 물건으로 보험을 팔던 은행조차 설레설레 손을 저었다. 그리고 서울보증까지 찾아가고 그때 HUG가 있었나 없었나 잘 기억나지 않지만 부지런히 보증보험을 알아보았다. 무식하게 무식하게 생각하다 건축법도 학원법도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잘 모르던 생짜 무식쟁이 나는 200만원을 그길로 불태워 버렸다.

아직도 전세제도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대한민국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분명한 건 대한민국 사바나에서는 미안하게도 정부도 국회도 법제도도 나를 지켜줄 수 있는지 정말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사바나는 철저히 자기의 행복과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각자도생의 길목에 있다. 전세제도에 관한 한 내가 내린 결론은 당분간은 가능하면 전세로 살지 않으며 월세로 살되 가능하면 월세나 다름없는 보증보험은 들지 않으며 대출은 최대한 사양하며 늘 최우선변제금 안에서 생각하며 두 다리 뻗고 살라는 것이다. 비록 하우스푸어라 막말을 듣는 세 사는 너희들은 삼겹살도 구워먹지 말고 늦은 시간 라면도 끓여먹지 말라는 아랫집 텃세에도 나는 막살지는 않는다. 수 십년간 심지어 50년간 죽을 때까지 빚갚으며 은행의 주리틀기를 버틸 바에야 여기 사바나에서는 결코 집을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퍼부은 집값에 비해 아랫집에서 빤스까지 벗기겠다고 벼를 정도로 사생활을 벽 하나로 간신히 막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프랑스 파리의 공동주택이 배경인 영화 세입자(The Tenant)에서 묘사된 사생활 보호 문제는 여전히 막장 수준이다. 그 원인이 건설사, 건축주, 건축법 및 관련 법령 중 어디서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들 모두 그 무책임에서 피할 수 없다. 진정한 주거복지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돼야 한다.

물론 하늘에 별따기 임대주택도 무식하게 무식하게 생각하지만 부실공사로 감히 생을 마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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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회 139호 - 2023.가을
비판사회학회 엮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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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는 늘려도 공공의대 설립에는 입을 굳게 닫는다. 공공병원에는 수억의 연봉을 줘도 의사가 지원하지 않는다. 직업의 귀천이 사람의 귀천을 낳는다. 평범한 사람들은 미국산 자본주의의 총아인 병원 앞에서 길을 잃는다. 작은 복지의 근간인 건강보험마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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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모델 사용설명서 - AI 인공지능, 기술, 트렌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은종성 지음 / 책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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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공을 점치기에는 디지털 가판대가 너무 빨리 바뀐다. OTT든 앱스토어든 가로수길 플래그쉽 스토어든 상품의 흥망성쇄를 두고 머릿속 갑골문에 수없이 점치며 앞을 보았겠지. 그런 고대의 수사가 디지털화되어 떨리는 두 손에 쇼핑카트를 밀어주고 전철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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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 역사, 형식, 이론 북캠퍼스 지식 포디움 시리즈 1
한스 포어랜더 지음, 나종석 옮김 / 북캠퍼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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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즘의 칼날 이후 세계 각지서 휘두르던 힘의 도끼를 보면 그게 민주주의인가? 오래전 이 땅에 수입되어 그 형식이 질긴 독재정치로 평범한 사람들을 깔고 뭉개고 짓이겨 주었지! 오라, 형식만 삐딱한 민주주의로구나! 19세기 이전의 호패를 차고서 너희 평범한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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