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 잃어버렸어! - 매일매일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
김미애 지음, 김은경 그림 / 초록우체통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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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어린이책인데 제목부터가 남이야기같지 않다. 잘 잃어버리는 아이에게는 정말 속마음을 들킨 것같은 이야기.

작가의 말을 읽으니 우산 잃어버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게 누구 이야기일것 같냐는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바로 작가구나, 맞앗다. 바로 작가의 이야기. 이 책은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도준은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아이다.

첫 시작은 실내화를 두고 온 것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의 심리를 어찌 그리 잘 파악하여 장면장면을 썼는지 작가는 혹시 어린이 아냐 라고 의심할 만큼 실감나고 재미난 장면들이 가득하다.

도준이는 억울한 마음이 들 수 있다. 물건을 잃어버린 것은 사실 물건을 냉큼 받아먹었던 꿀껏이의 탓.

꿀꺽이? 꿀꺽이라는 잃어버린 물건을 받아먹는 도깨비 같은 존재를 가져온 것이 특이하면서 재미나다.

꿀꺽이는 도준이가 흘리고 잃어버리는 것은 모든지 꿀꺽꿀꺽.

도준은 정신을 차리고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른바 꿀꺽이와의 사투.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린 것, 도준은 꿀꺽이의 존재를 알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없애려고 노력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빈틈이 보이지 않자 결국 꿀꺽이는 다른 아이를 찾아 떠난다. 도준이의 승리!

책을 읽으며 바로 내 분신과 같은 도준의 노력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이제부터 정리 정돈을 잘 해야겠구나. 꼼꼼하게 챙겨야 겠구나.

책 속에는 정리하고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들이 들어가 있다.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아이들을 위한 실용서인것이다. 이렇게 재미나게 알려주면 며칠 못가더라도 아이들도 정리해서 도준이처럼 되고 싶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전히 오늘도 내 물건 몇 가지는 꿀꺽이가 가져가 냉큼 먹어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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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뒤의 약속 을파소 중학년문고 1
박상률 지음, 박영미 그림 / 을파소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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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뒤의 약속은 언제나 정겨운 동화를 쓰는 박상률 작가의 5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 있다. 읽으면서 요즘 아이 보다는 옛날 아이 이야기구나 싶으면서도 그냥 내처지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어느 여름날 오후에는 소를 몰고 나왔다가 어린애 무덤이 있는 곳에 간 아이들이 비가 오자 겁을 집어 먹고 도망치는 모습이 나오는데 참으로 순수하고 맑은 그리고 소박한 모습이 보여진다.

가장 가슴 아프게 읽은 이야기는 아빠의 수술비였다. 열심히 소를 돌보던 지관이. 하지만 아빠가 허리를 다치고 수술비가 부족해서 결국 소를 팔게 된다, 학교에서 돌아온 지관이는 돌아오자마자 쇠죽을 쑤는데 소가 보이지 않는다.아빠를 위해서는 당연한 것인데도 정든 소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속상함은 눈물을 자아낸다.

슬구와 꾸치는 참 재미있는 이름이다, 꾸치는 까치. 슬구는 까치를 친구 삼은 아이다. 외로운 슬구는 장난꾸러기 까치를 친구라고 여기고 좋아라 한다. 하지만 서울로 이사가면서 어쩔수 없이 꾸치와 헤어져야 하는 아이와 동물의 이별을 다루었다.

 

이사가는 까닭은 마음에 댐이 생기면서 마을이 물에 잠기기 떄문, 어쩔 수 없지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움이 절절 묻어난다.
이책의 제목인 십년 뒤의 약속은 마을에 댐이 생기고 다니던 초등학교가 물에 잠기면서 마을 사람 모두 이사를 가고 친구들도 하나씩 마을 떠난다.

아이들은 아무 힘없이 어른들이 만든 이 사태에 어쩔수 없이 이별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수경이와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

아이들의 마음이 닿아 이루어지길,
수지의 가을은 원인 모를 병으로 수지가 아프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갈수록 깊어가는 수지의 병. 아빠는 수지 앞에서는 울지 못하고 숲에서 딸이 놀던 숲 속 놀이터에서 몰래 운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연못.  연못에서는 나쁜 냄새가 났다. 화공 약품 냄새.

수지 아빠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연못 물을 검사해 보기로 했다. 연못 물은 벤젠과 페놀이 들어있다.

그렇다면 혹시 수지는.

십년 뒤의 약속은 지금 어딘가에서도 이렇게 아이들을 속상하게 만들 어른들의 음모를 알리고 있다. 어른들의 무책임. 어른들의 욕심. 어른들 마음대로 꾸미는 일로 아이들은 그렇게 속상하게 살아갈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것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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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8-10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을 꼭 배경으로 하지 않으면 어때요, 그쵸? 오히려 자신들과 다른 시절 이야기에 더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을 것 같은데, 좀 시대에서 벗어난 이야기라고 해서 요즘 아이들은 이런것 모른다고 단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전 좀 불만이어요.
이 책도 전에 제가 읽은 '밥이 끓는 시간'과 비슷한 느낌, 애처로우면서도 따뜻한, 그런 느낌이 들것 같아요.

하늘바람 2011-08-10 15:49   좋아요 0 | URL
네 잔잔하고 따뜻하고 묵묵하면서도 할말은 하는 느낌, 제가 본 작가 선생님이 그랬거든요, 글은 사람을 닮으니까요
 
무지막지 공주의 모험 신나는 책읽기 31
김미애 지음, 정문주 그림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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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신데렐라(공주는 아니지만 공주급), 백설공주, 잠자는 공주, 엄지 공주.  우리는 공주에 대해 어떻게 기억할까 아니 어떻게 알고 있을까?  

 하나같이 왕자나 기사 혹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행복해지는 공주들이다. 그래서 요즘은 새로운 백설공주 새로운 신데렐라 이야기가 리라이팅되기도 하지만 기억 속의 공주는 모두 예쁘게 치장한 연약하고 곱고 아름답기만 한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주들. 

그런데 여기 공주 이야기를 보탠 작가가 있다. 

아니 우리가 아는 공주만으로도 이젠 지겨울 판에 또 공주 타령?  

사실 난 읽으면서 공주 이야기를 가장한 생활동화일거라 생각했다. 요즘 한창 그림책으로 나온 핑크공주, 황금공주도 그렇고 이른바 딸이면 모두 공주라 불리는 여자아이의 일상이겠거니 했는데 이책은 정말 끝까지 공주이야기로 서사를 이끌어간다. 

무지막지 치우공주. 공주는 예쁜 것만 좋아하고 따분하고 지루한 것은 싫어하며 궁금한 것은 못 참는다. 그녀가 사는 나라는 빈틈없이 꽉 찬 나라. 빈틈없이 꽉찬 나라에 빈틈없이 꽉찬 성에 무지막지 공주 치우 공주가 살고 있다. 

집집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문틈으로 빠져나와 나라 구석구석을 채워 빈틈없이 꽉찬 나라. 

성은 아름답고  귀엽고 용감하고 똑똑하고 진지한 방들로 가득했는데 그중 가장 아름답고 귀여운 방이 공주의 방이다.  

또 공주가 절대로 열지 않는 책으로 꽉찬 책장. 

그것을 설명하기위해 작가는 간결하고 짦은 문체를 버렸다. 긴 문장. 그런데 그걸 짚으니 오히려 안어울리는. 이책은 이래야 할 것같은. 작가는 문장에서도 역시 꽉찬 느낌을 재현한다. 마치 중남미 시에서 글자로서 보이는 시의 이미지까지 신경쓴 느낌. 그것을 짚은 이는 그 작가의 행간을 읽지 못한 것이리. 

공주는 호기심많고 갖고 픈 것은 꼭 가져야 하며 용감무쌍하기까지 하다.

생활동화 혹은 생활동화를 접목한 판타지 일색인 문단계에 등장한 상징과 비유가 통화는 동주이야기. 여기에 도전장을 내걸고 그 서사를 이끌고 간 작가의 도전에 심사위원은 박수를 보낸 것이 아닐까?  짧고 간결한 문장 대신 어쩌면 번역투같기도 한 거친 문장은 이 빈틈 없이 꽉찬 성의 이미지를 느끼게 하여 마치 스페인의 글자로 이미지를 만드는 로르까의 시를 읽는 느낌. 

작가가 노렸듯 노리지 않았듯 대세를 따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색깔과 뜻을 편 것에 멋지다를 연발하게 된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창비 좋은어린이책 대상, 음 좋은 어린이책. 함부로 이름붙일수 없는 게 있구나. 역시! 좋은책의 범주라는 게 있어 라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 선생님은 별 다섯을 못 주어 미안함이 앞서지만 채찍질로 여겨 분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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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1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1-07-11 21:16   좋아요 0 | URL
네 아직 작성중인데 ~ 곧 수정할게요
 
똥 싸는 도서관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9
김하늬 지음, 김언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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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로 고통받는 두배. 수업시간에는 당장이라도 화장실로 달려가고 싶지만 막상 쉬는 시간이 되면 똥누고 싶은 마음이 쏙 달아난다.  

집밖에서는 화장실도 못가는 예민한 아이 두배. 엄마 말고 다른 사람은 똥 닦에 주는 것도 용납할 수 없어 엄마를 고생시킨 두배. 그것은 요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우리집 딸도 벌써 두번이나 응급실에서 관장을 한 상태다. 그래서 이 도서관의 비밀에 엄마인 나역시 주목하였고 귀가 솔깃하였다.

어느 날 친구들이 도서관에서 똥누는 아이가 생겼다고 하자 주인공 두배는 귀가 솔깃하다. 도서관과는 거리가 먼 두배. 도서관에서 똥을 싸다라는 재미난 소재로 접근한 이책은 자연스럽게 똥이 나오는 책들을 알려주고 살짝 맛보기로 들려주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책 속에 나오는 똥이 나오는 책은 모두 실제 책으로  

도서관이 수상하다고 생각한 두배는 도서관에서 나오다가 도서관 팻말을 자세히 본다. 도서관이름은 설송 도서관인데 바로 밑에 설사라고 써 있는 거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설사 도서관' 생각만 해도 재미난 낙서다. 

도서관에는 비밀이 있는데 도서관에만 오면 이상하게 화장실에 가고 싶고 똥이 마려운 거다. 그래서 똥 싸는 도서관이란 별명이 붙은 것이다. 

왜 도서관에만 가면 똥 오줌이 마려운지 그것을 밝히려 애쓰는 두배는 똥박사라 불리워 질정도로 똥자가 들어간 책들을 찾아읽고 연구를 한다.  

두배가 밝힌 이상한점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책벌레 먼지 다듬이, 책냄새. 그리고 똥이 나오는 책들 그리고 사서 선생님까지 하나같이 이상한점 투성이다. 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안 이상한 것도 없으리라.

변두배, 조우성, 곽정빈 셋은 똥싸는 도서관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똘똘 뭉쳤다,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고파서이다. 

세 아이들은 정확안 연구 분석을 하기 위해 설문지를 만들었다.  도서관에 드나드는 횟수와 똥 누는 횟수, 오줌 눈 횟수가 적힌 설문지였다. 아이들은 귀찮아하기도 하고 재미있어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책과 똥은 분명히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까닭을 찾는 것이다, 

어찌 들으면 참 할일도 없네 싶지만 아이들의 생각과 기지는 참으로 헛된 것이 없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도서관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연구를 열심히 하다보니 두배는 '이달의 독서 왕'에 뽑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두배는 한달동안 가장 많은 책을 읽은 학생이 된 것이다. 책은 두배가 두번째로 싫어하는 거였다.  

두배는 곧 똥누는 책의 비밀을 풀었다.  책이 범인이었다. 모든 책은 똥을 누게 한다는 것을 두배가 밝혀 낸 것이다.  

모든 책은 똥을 부른다. 왜 책을 보면 똥을 누구 싶어질까?  

아이들은 도서관이 편안해서가 아닐까라고 하고 여러가지 의견을 내 놓는다.

열심히 해답을 찾으려 애쓴 두배는 텔레비전에게 뒤통수를 맞는다.  텔레비전에서 똥과 도서관의 관계를 밝힌 것이다, 

사람이 무엇을 선택할 떄는 긴장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민감한 사람은 변의가 느껴진다고 한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어떤 책을 고를지 긴장하고 고민하기 떄문에 교감신경이 활성화된고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부교감신경도 활발해진다. 이 두 신경의 균형이 깨지면서 예민한 사람은 변의나 요의를 느낄 수 있다. 

두배는 자신이 연구한 것이 기네스북에도 못 올라가고 허사가 되자 몹시 실망한다. 기네스북에 오를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두배의 실망은 몹시 커서 정빈이도 괜찮낳냐고 물을 정도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지 않고 똥도 누지 못했다. 

두배는 반납할 책을 가지고 도서관으로 가는데 웅성웅성하는 게 보이고 교장 선생님도 보인다. 

교장선생님은 우리읭 새로운 도서관이라며 팻말을 들어올렸다. 

'똥 싸는 도서관, 똥 누는 책' 

밑에는 말풍선 종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똥 못 누는 친구들은 도서관으로 오시오. 마음껏 똥 책을 읽고 책 똥을 누시오. 

교장선생님은 똥 싸는 도서관에서 똥 책 많이 읽고 책 똥을 많이많이 누기 바란다고 하였다, 아이들은 웃는다.  

자신의 연구가 허투로 끝난 것에 불만인 두배는 다시는 도서관에 가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 마다 변기에 쪼그리고 앉았는데 도서관 생각을 한 뿌지직 똥이 나왔다. 두배가 혹시 새로나온 책이 없을까해서 도서관에 가니 우성이와 정빈이가 나온다. 둘은 다시 기네스에 대한 모의를 하고 도서관에서 일곱번째 똥싼 아이를 지켜보자고 한다. 

귀여운 아이들 모습에 내내 재미잇게 웃으며 책을 읽었다. 

읽다보니 나도 책과 똥과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텔레비전이 밝혀주었다지만 내게 알려준 것은 두배다. 두배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일이고 어쩌면 궁금하지도 않았을 일이다.

짧지만 유쾌하고 깜찍한 동화다. 재기발랄하면서 자료조사한 것이 느껴지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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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7-05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상식 책에서도 본 적 있어요. 도서관에 가면 많은 사람들의 변의를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요. 그런데 읽으면서도 잉? 그게 이유야? 이랬던 기억만 나고 그 이유가 뭐였던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ㅠㅠ
그런데 두배가 사용한 저 방법, 짐작에서 논리적인 결과로 가기 위한 전형적인 조사 방법인걸요? ^^

하늘바람 2011-07-05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와 읽으면서 님 생각이 났어요 재미있게 잘 정리된 느낌이 나요.
님도 이런 동화 잘 쓰실 것같아요

블루데이지 2011-07-05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제목만 봐도 제 아랫배가 묵직합니다.
요즘 빈혈이 심해서 철분제를 복용중이어서...저도 힘든 배변생활중이거든요!~
다 잊고, 저도 재미있게 이 동화 한번 읽어볼래요~ㅋㅋ

하늘바람 2011-07-06 08:08   좋아요 0 | URL
아이고 빈혈이 심하시군요
책도 책이지만 저도 태은이 변비로 병원가니 푸룬주스 마시라던데요 약국에서팔더라고요
 
거짓말 학교 -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5
전성희 지음, 소윤경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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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서 책에 대해, 작가에 대해 한참 생각나는 그런 책이 있다. 이책도 그런 책이긴 하나 좀 다르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무서움이 몰려왔다. 내 맘을 들킨 기분, 내 말들이 파악되는 기분이란. 쓴 채소를 씹었을 때 그리고 꿀꺽 삼켰을 때의 쓴맛의 여운이 내내 맴도는 기분. 

이책은 문학동네 수상작이고, 상을 받을 만큼 잘 쓴 작품이다, 거기에는 다른 토를 달게 없다. 책도 많이 팔려서 2009년에 초판 인쇄했는데 내가 읽은 책은 2010년 8쇄 책이다. 일년 만에 8쇄라. 몇년 동안 1쇄도 못 파는 책도 있는 출판 불황기에 8쇄는 대단한 것이다.  

또한 거짓말, 진실과 거짓이라는 우리 삶의 물과 공기, 같이 반드시 존재하는 것들을 다룸으로써 수많은 논술 수업의 교재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 아니 반드시 토론의 대상이 한번 쯤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책을 우리 딸에게 권하지 않을 것이다. 읽으면 뺏어서 어른이 되어 읽으라 할 것이다. 어른이 되어도 30살은 넘어서 읽으라고 할 것이다.  

그럴 만큼 무섭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특수목적 학교 중에 거짓말 학교도 그런 학교다. 

공부도 잘해야하고 섬에 있어 기숙사 생활을 하며 거짓말하는 기술을 가르친다. 국비로 운영되고 대부분 나라의 인재가 된다.  

거짓말을 배우는 학교라. 

설정부터 너무 근사하고 재미나며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런데 읽는 내내 거짓말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심리학 설명서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인애와 나영 두 친구의 등장이 아주 신선하면서 서로 번갈아가며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게 하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되는데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기 보다 자꾸 내가 작가의 사상에 빠져들게 되어 결국은 속게 되는 느낌마저 드는 것.  

이 작가 거짓말에 대해 정말 연구 많이 했네. 논문을 써도 될 만큼 거짓말 수법이 가지가지다. 해리포터의 마법 학교 못지 않은 갖가기 거짓말과 관련된 학문은 또 어떠한가?

나에게는 거짓말쟁이가 되는 데 큰 걸림돌이 하나 있다. 그건 발각에 대한 두려움이다.-16 p

인애에게는 거짓말쟁이가 됙 어려운 조건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발각의 두려움이 없는 사람도 있나? 시간이 흘러 점점 횟수가 늘면 두려움도 없는 척 하는 거겠지? 그러다 보면 진짜 없어질 수 도 있고. 

거짓말에 반드시 필요한 뻔뻔함과 용기에 박수-21p

거짓말 뉴스에 나온 내용이다.   

 

아빠는 내가 거짓말을 배우는 게 좋아요? 

아니 싫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싫은건 네가 능력없는 부모 만나 제대로 꿈을 이루지 못하는 거야. 

-30p 

주인공 인애는 어려운 가정 사정으로 학비와 숙식을 제공하는 거짓말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처음에는 거짓말을 가르치는 학교인줄도 몰랐다. 

거짓말에서 배우는 학문은 일반 학문과 달라서 공부하기도 벅찼다. 거짓학, 진실학, 논리학, 심리학. 중학생 아이들이 논리학과 심리학을 배운다고? 고도의 정신 집중력과 이해력이 필요한 학문인데? 이거 너무한 설정아냐? 약간 딴지를 걸다가도 이야기 속에 빠져 들었다. 

인애가 나영에게 접근하는 장면 설명은 정말 압권이다. 우리 모두 인애에게 속았다. 독자역시 속게 만든다. 작가 역시 허구를 지어내니 거짓말쟁이라지만 속은 사람으로 속이 헛헛하다. 

인애는 나영에게 동정을 얻는 수법을 썼다.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여 동정을 얻게 만든 뒤 원하는 것을 얻는 수법. 

수법이라 하면 좀 그렇지만 나역시 그런 수법을 쓴적이 있지 않겠는가? 

작가에게 속고 아니 다시 나에게 속았다.  

절반의 진실은 어떤 상황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상대가 알고자 하는 진실을 교묘하게 가림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잇는 거짓말이지요.-68p 

진실학 수업에서 나온 내용이다, 음, 마치 논리학 수업을 재미있게 듣는 느낌이 든다. 논리학의 수많은 오류를 이야기 하면서 웃거나 혀를 차지 않았던가? 

다시 작가의 약력으로 돌아가 본다. 생물학을 전공하다가 다시 대학에 들어가 철학 공부? 음 그렇군. 그랬구나 작가의 글쓰기가 이해가 된다. 

 

믿을 만한게 없어 보일지 몰라도 믿음은 있어. 믿음 없이 이 세상은 움직일 수 없지. 특히 사람의 마음은 더 그래. 모든 사람들이 날 보고 거짓말쟁이라 해도 눈군가 한 사람이라도 날 믿어준다면 그것보다 큰 힘이 되는 건 없지. -70 p 

작가가 진실과 거짓에 대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거 였을까?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추리하듯 거짓말 학교의 비리를 파헤치고 알고 보니 교장실에 비밀 공간이 있으며 메티스 칩이라는 칩을 넣으려고 하는 교장의 음모. 여기에 걸린 진실학 선생님의 진실.  

진실을 파헤치려다 산산 조각이 나는 아이들의 우정. 

이 속에서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잘 알 수 없었다, 혹 말하려는 게 있다하여도 그것을 말하기에 너무 많은 것이 희생된 느낌. 

산산조각 난 것은 책 속 아이들만의 우정과 믿음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난 아이들은 대부분 마음 속에 정말? 진실일까? 진짜 일까? 하며 주위 친구를 둘러볼것이라 생각한다. 이야기꾼으로써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작가는 성인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동화작가이며 청소년 소설작가로써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믿음을 흐리며 만들고 의심이ㅏ는 싹을 틔우게 하는 것은 아니라 본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이렇게 주변 사람을 볼 때 두려워 지는데, 

착한 척과 진실한 척에 숨이 막힌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176 p

나는 176p에서 읽은 저글에 무지 공감하고 가슴아프다, 하지만 작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저걸 언제 느꼈냐고? 아무리 조숙하다 해도 설마 중학생 때 느꼈을까?  

착하고 진실한 척 하는 게 나쁜 것일까?  그것이 척일지언정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믿어주는 건 안되는 걸까? 

마치 열심히 말했는데 연기하지마 라는 말을 들을 때 같은 심정이다. 

마지막까지 인상깊었던 이론이라면 이론이 있는데  

정치가들이 위기에 다쳤을 때 대처하는 7단계 전략-197p 

1단계 - 사태를 전면 부인 

2단계 - 사실은 그러하나 이것은 다른 문제라고 사태를 새롭게 해석 

3단계 - 사실은 그러하나 자신에게는 책이이 없다고 주장. 

4단계 - 이 모든 사태는 이런 경우에는 옳은 일이었으며 최소한 불가피 했다고 주장 

5단계 - 비록 사태에 연루되어 있지만 자신이 원했던 일은 아니라고 주장. 

6단계 - 이 모든 사태는 어쩔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였다고 주장. 

7단계 - 앞단계 모든 사항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 사죄. 

이건 참 가슴 아픈게 본의 아니게 내가 마치 그렇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나도 그렇고 그런 사람으로 전략된 것같아서. 참 연구 많이 했구나. 싶다. 정말 박수를, 

푸이스트 법칙 

푸이스트라는 이름의 침팬지는 화해의 동작을 가지고 속임수를 쓰는 방법을 발달시켰다. 이 침팬지는 싸움에서 궁지에 몰리면 종종 싸움을 멈추고 팔을 천천히 앞으로 내민다. 상대방이 그런 모습을 화해의 뜻으로 알고 받아 들이려 팔을 뻗으면 푸이스트는 갑자기 상대방을 붙잡고 다시 공격을 시작한다.- 199p 

사람들의 눈빛과 말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느낌의 이책을 나는 언제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을까?

나한테 혹독하게 말하는 인애 때문에 서러운 것보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믿었던 내 약한 모습을 들킨 부끄러움이 더 컸다. 200p

책을 읽고 나서나는 정말 무서웠다. 나를 들킨 것같고 서로를 믿지 못할 것같고 순수한 아이들이 정말 부모보다 친구밖에 없다고 여길 수 있는 아이들에게 불신으로 그나마를 더 외롭게 할 것같아 무서웠다. 

아이들에게 거론하지 말아야 할 것을 거론한 것이라 본다.  

분명 논술교재로 토론 교재로 쓰일 책이어서 더 무섭다.  

적어도 동화를 쓴다면 이런 이야기는 쓰지 말았으면. 아이들에게 다른 건 뺏아가도 친구를 사람을 못 믿는 마음까지 뺏어가서는 안된다. 이 작가를 알고 만난 적이 있었기에 매우 미안한 감이 든다. 그러나 이런 혹평이 오히려 스포일러가 되어 이 땅에 수많은 청개구리 독자를 자극할지 모른다는 것으로 용서해주길.  

마지막으로

제발 이 책은 어른이 되어서 읽기를. 

그리고 내게선 빨리 지워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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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니 2011-05-2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왜 마지막 말을 했는지..
저도 공감이 갑니다.
나쁜 건 안좋은 건 되도록이면 아주 천천히 늦게 알면 좋겠단 마음...
그런데 참 섬뜩하네요~~

마녀고양이 2011-05-2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을 사놓고 아직 읽지 못 했는데
읽어봐야겠네요. 음, 굉장히 호기심이 들어요.

저는 아이를 온실 속 화초로 키우는 것은 반대랍니다.
'우리는 10분에 세번 거짓말을 한다' 라는 책이 있을 정도로
만연된 것이 거짓말이죠. 일단 읽어보고 다시 한번 하늘바람님 페이퍼를 읽어야겠어요. 좋은 리뷰입니다. ^^

2011-05-29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0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