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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난
양 정 자
식물에도 눈 코 귀 다 있어
자기를 귀애하는지 안 하는지 다 안단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이 세상 어린 것들 모두
하루만 정성으로 돌보지 않아도
버린 자식새끼처럼
금방 표나게 엄마가난 든단다
어머님 여러 날 앓고 일어나신 후
그 동안 보살피지 못해
어린 유도화 줄기에 새까맣게 늘어붙어
푸른 피 악착같이 빨아대는 진딧물떼를
목욕시키듯 대야 물에 매일 씻어내시더니
(농약은 사람에게도 식물에게도 해로운 것이니)
그 동안 병색 짙어 오그라들었던 유도화 진분홍꽃이
사정없이 활짝활짝 피어나고 있었네
늘 간절한 정성으로 돌봐주시는
막냇손자놈의 달덩이 얼굴처럼 환하게 곱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