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어머니가 찾아오셔서 느즈막히 잠을 깼다.  신랑을 꼬셔서 차 타고 북악 스카이웨이와 함께 성북동을 돌아보려 했더니만 출근하니라 새벽에 나가버리고
계속 잠만 자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죽을 해가지고 오신것이다.
맛난 소라죽을 먹고 ^0^  성북동으로 나섰다.

한성대 입구역에 내려, 성북 초등학교 앞에 내렸는데 이게 왠걸...ㅡ.ㅜ
초증학교 교문앞까지 사람들이 줄을 좌악 서있다. 안돼~
그래두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생각으로 45분을 서서 기다리니 겨우 전시장 건물이 보인다.


55분후,
드디어 전시장에 입장이다.ㅡ.ㅜ  전시장 안에도 사람이 참 많다.
2층부터 보고, 1층으로 내려와서 둘러봤다.


이번 전시회에서 풍속화는 다 빠졌고,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산수화쪽도 거의 작년에 전시된 거라 하신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2개. 1층에 걸려있던 백매화 한점과  고양이 그림.(제목이 기억 안난다..)
백매화는 바탕을 전체적으로 옆은 먹색으로 깔고, 어두운 밤하는 아래 어슴푸레하게 빛나는 백매의 모습을 드러냈다. 매화 특유의 가지는 화면을 마치 양단으로 나눌듯 힘있게 뻗어가다 뚝 꺽인다. 그렇지만 매화의 가지라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림을 조금 떨어져서도 보고, 앉아서 올려도 보고 하고 싶은데 당췌 사람들 때문에 그렇게 할수가 없다. 유리에 따닥따닥 붙어선 저 사람의 커튼을 잠시 옆으로 요렇게 밀쳐 놓을수 있음 하는 생각이 간절..

그리고 고양이가 있는 그림은 오주석의 한국의 미특강이라는 책에서 본거다. 캬~ 역시 실물은 다르다. 겸재의 인왕제색도를 실물로 접했을 때의 그 감동만큼은 아니지만. 패랭이꽃 하나에도 세필로 잎맥이 하나하나 다 그려져서 사실감을 내는 모습. 패랭이 꽃 안쪽의 명암을 표시하기 위해 정말 세필로 동그란 점을 점점이 찍어서 표현해 놓은 것등.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더 놀라웠다. 특히나 먹그림은 실물을 봐야한다.



이건 하화청정도인데, 꽃잎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옅은 분홍색 세필로다가 잎맥이 하나하나 다 그려져 있다. 잠자리 날개도 날개의 맥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게 하나하나 다 살아있는듯 보인다. 가까이 눈을 들이대고 봐도, 실제 연잎 하나를 눈앞에 요렇게 대고 보고있는거 같은 느낌.   그리고 앞에 있는 연잎의 가쪽 부분이 너무 지저분한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시청앞에 심어논 연을 보니 진짜 잎끝이 이렇게 터들터들했다. 초상화를 그리는데도 터럭만큼도 다른 것을 허용치 않는다고 했던 우리네 그림들이니, 이 그림의 연잎도 내가 살짝 오해했던 것처럼 구라가 아니었던 게다.


유명한 마상청앵도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고, 주상관매도가 보고 싶었는데 안 나와서 좀 아쉬웠다.
2층에 있는 작품들 중 마음에 드는 폭포그림이 하나 있었는데,
2층의 작품들은 다 바닥에 눕혀놔서 폭포의 그 시원하게 떨어지는 느낌이 덜했다. 벽에 걸어놨다면 정말 물이 떨어지는 듯한 시원한 느낌이 살아서 좋았을 터인데. 공짜로 이렇게 좋은 그림들을 보면서 투덜 거리면 안될터이지만. 아쉽긴 했다.

그리고.. 학생들.. 내가 선생님이면 절대!! 저렇게 숙제 못하게 하겠다. 그림 제목과 설명을 베껴 적어온건 안되요. 전시회를 가면 자기가 제일 좋았던 것 2~3개 몇개만을 선정해서 느낌을 적어오세요. 모 이런게 소용이 없을려나? 도대체 모든 그림의 제목과 제작년도를 베껴서 가는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이를 키워도 절대 저런건 하지않게 해야지.

소란스러운 전시장을 뒤로하고 나왔다. 그 집 정원에 앉아 집에서 싸간 과일을 먹었다. 옆에서 무슨 소모임 같은데서 강사가 설명을 해주고 있었는데, 못알아 듣겠더라.

사람들이 너무 많아 수연산방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한번 가보기로 했다. 마을버스 1111번 종점에서 내리라길래, 1111번을 탔더니..성북2동 동사무소는  이론 한정거장이다. 1111번의 종점이 그새 바뀌었나 보다..--;;;    담엔 그냥 걸어가면 되겠다 싶었다.

버스에서 내려 수연산방이 어딜까 두리번 거리는데 -ㅅ- 바루 길가다. 찾아가는데 겁을 먹었는데,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바로 옆이라,  찾기가 넘 쉬운 것이다.  그래서 안으로 들었더니, 본채에는 사람들이 다 찼고 그래서 옆의 별채로 향했다.

별채 위에 커다란 낙엽송 밑의 별채가 또하나 있다. 통유리로 앞을 볼수 있게 되어있고, 앉아 있을수 있게. 옛날에 장독대 자리로 딱이었을 위치인데 지금은 사람이 앉아 호사를 즐긴다. 시원한 오미자차 -차인데 대접에 나온다- 를 마셔주고. 창문에 발이 쳐져있어서 솔솔 시원한 나무그늘 바람이 들어오고, 마당에 원두막에는 아가씨들이 조잘조잘하게 얘기하고. 한참을 앉아서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사실 단원의 그림보다는, 단풍나무가 난 더 감동적이었다. 트인 창 밖으로 지붕을 온통 덮고 있는 단풍나무의 푸른잎을 보면서 기분이 침착해지는 듯 했고, 가을날 이 나무가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을 그려보면서 황홀해지기도 했다. 요즘은 나무가 참 감동적이다. 약간 늦은 가을날 수연산방에 다시 한번 가봐야 겠다.


  수연산방을 나오니 길가에 그 유명한 금왕돈까스.
돈까스가 거의 A4  돈까스 만했다. 어른 손바닥 손끝에서 팔목까지 크기를 충실히 재현한 손바닥 두개만한 돈까스. 소스 향은 좋은데 왠지 튀김기름 냄새가 쬐금 거슬린다. 근데 같이 나오는 매운고추와 된장양념이 더 맛난듯하다. ㅎㅎ
함박스테이크도 시켰는데, 도톰한 아이 주먹 2개만한개 나온다. 것도 제대로된 스테이크 서빙용 접시에. 오홀~  괜찮은데?  맛은있는데 결정적으로 돼지고기다. 함박을 돼지고기로도 만들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접하면서. 신관으로 깨끗하게 지어 자리를 옮겼는데 사실 찻집이 더 잘 어울릴거 같았다.

맛나게 잘 먹고, 과학고등학교 옆으로 해서 혜화동 로타리로 걸어왔다. 길이 한적해서 걷기 좋았다. 엄마가 여행갈 책 하나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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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5-05-3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군요. 사람이 많어서. 위의 그림은 하화청정도(荷花聽靖圖 )이고요 고양이
나오는 그림은 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아닌가요? 나비 참 예쁘게 그렸죠? 그리고 패랭이꽃도 세선으로 그린게 어디 하나 나무랄데가 없이 정성스러움의 극치더군요.

토토랑 2005-06-0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 하화청정도 인데, 제가 잘못 썻네요 ^^;; 수정했답니다.
녜 저두 황묘농접도 좋았어요 ^^;; 오주석 선생의 한국의 미에서 그 작품 자세히 설명해 놓은 것을 읽고가서 그런지 반갑기도 하고 그림도 눈에 쏙쏙 잘 들어 오는거 같드라구요 ^^;;;

urblue 2005-06-0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일요일에 갔다가 1층은 전혀 못 보고 돌아왔습니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게다가 덥구...

토토랑 2005-06-0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토요일날 갔는데도 그랬답니다. 2층이 좀 많이 더웠죠?
1층은 그래도 창문 많이 열어놔서 좀 덜했답니다. 1층을 못보셨다니..저런.. ^^;;
금방 다음 기회가 또 생길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