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서 보려고 두꺼운 책을 두권 샀다.
하나는 미스터리 걸작선 이라는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제목을 가진 추리단편소설모음집이고
하나는 류시화씨가 엮은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 모음인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이다.
두권다 내 손바닥 만큼씩 두껍다.
여행가서 한 4일동안 한적하게 책볼 요량으로 두꺼운거 골랐는데
막상가서 생각보다 이거저거 할게 많아서 책을 하루만 여유있게 읽었다.
두 권 다 마음에 들지만.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가.. 너무 마음에 든다.
침입자인 유럽의 백인들에 학살당하며 사라져가고 있는 인디언들의 이야기들
너무나 슬프고 그 슬픔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절망하지 않는 인디언들의 태도가 부럽고
사진에 나타난 현자와도 같은 그들의 형형한 눈빛이 너무나 아름답고
왠지 그들 구전의 가르침과 우리네 수련할 때 나오는 얘기들이 일치할때는
역시 인디언은 한국인이랑 같은 뿌리일거야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랬다.
인디언들은 소유라는 개념이 없었다 한다. 물집에 집착하지 않고 자기에게 소중한 것일수록 자기 주위의 사람들과 나누어야 한다고 배웠단다. 그들은 어머니 땅을 신성하게 여기며, 이 자연을 움직이고 순환하게 하는 위대한 정령의 큰 뜻에 자신들을 맡겼다.
우리가 옛날 영화에서 본 머리가죽을 벗기는 인디언.. 그건 백인들이 인디언 학살을 시작하면서 인디언 머리가죽을 벗겨오면 그에 따라 상금을 주기 시작해서 그랬단다. 자신의 가족들을 동족의 머리가죽을 벗겨가는 것을 보고 격분한 인디언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한거라고.
이미 백인들이 들어오기 이전에 중앙의 6개 부족은 연맹 체계를 갖추고 있었으며, 회의 자리에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말하는 지팡이가 주어진 순서에 따라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배가 고파서 음식을 도적질 한것은 그들에게 죄가 되지 않았으며, 그러나 물질의 탐욕이 있는 사람 물질에 집착하는 사람은 어린시절부터 그렇게 하다 망한 사람들의 우화를 들으며 성장했으며, 도적질을 한 사람은 평생 불명예를 안고 살아간단다.
그들은 어머니 대지와 위대한 정령이 이뤄내는 자연의 모습들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으며 자연의 모습에 감동을 느꼈다. 추장들을 루브르 미술관에 초청해서 그림을 보여준 뒤 멋지지 않냐고 백인들이 자랑하니까, 추장이 대답한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왜 백인들은 조그만 사각천에 물감을 덧발라 놓은 것을 가지고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가? 그토록 아름다운 초원과 산과 강들을 더럽히면서 말이다.’
그것 자체가 신기했다. 하긴 언제나 살아서 움직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 섭리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에 비하면, 우리가 그 명화라고 부르는 것들도 어쩌면 사각천에 물감을 덧발라 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루벤스의 그림 하나면 기아로 고통받는 몇만명의 생명을 구할수 있을 런지 모른다. 지금은 멀리 떨어진 곳의 사람들의 기아보다는 그 루벤스의 그림이 더 가치 있는 것일뿐..
미타쿠예 오야신. 이라는 말이 있다. 인디언말로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거란다. 우리는 때때로 세상에 정말 혼자 내동댕이쳐 진거 같은 느낌을 받는다. 주위 사람들의 조그만 말에 크게 상처받고. 내가 힘들땐 누구도 나를 이해 못해주고 세상에 내 주위엔 아무도 없는거 같고. 내 몸이 아플땐 누구도 나의 고통을 이해 못해줄거 같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할지라도.그러면서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거라 애써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인디언들은 아니라고 한다. 세상 어느것도 그 혼자서는 존재 할 수 없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