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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삶 1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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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삶은 고달프다. 실제 이민자가 아닐지라도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살아간다는 것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특히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미국에서의 삶은 오죽할까.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다. 무엇일까? ‘아메리칸 드림’ 이라는 꿈처럼 느껴지는 말이 있다. 미국에 가면 무슨 일을 해도 더 잘 살 수 있으리라는 것. 하지만 이 꿈같은 말마저도 실제 하류층에 편입되는 이민자보다는 상류층을 위한 것이고 유색인종보다는 백인종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차별적인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간다. 실제 그 꿈이 고달프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말이다. 그 꿈은 자국에서 꿈꾸는 것보다는 낫다. 내전이 일어나고 반정부 시위로 유혈사태가 일어나고 최소한의 인간의 삶이 남아있지 않은 자신의 나라에서 무엇을 어찌할 수 있을까. 아무리 힘들고 고달플지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꿈을 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나라를 떠나 미국에 건너온다. 하 진의 『자유로운 삶』은 중국 이민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가족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난 우는 자국에서 일어난 텐안먼(천안문) 사태를 목격하고 돌아가는 것을 포기한다. 그는 아내 핑핑과 아들 타오타오를 미국으로 데려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자유로운 미국에서도 삶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난 우는 공부를 포기하고 경비원 같은 온갖 직업을 전전하게 된다. 이런 그를 견디게 해준 것은 아내와 아이가 있었음에도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첫사랑인 베이나를 생각하며 시를 쓰는 것이었다. 아내인 핑핑 역시 남편의 이런 모습에 불안해한다. 이후 식당을 운영하게 되며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지만 고달픈 시절에도 쓸 수 있던 시를 쓰지 못하게 된다. 난 우는 결국 첫사랑인 베이나를 찾아 만나게 되지만 그토록 기대하던 첫사랑과의 대화는 오히려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다. 아내의 병으로 안정적이던 식당을 처분하고 다시 직업을 구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는 이제 시를 쓸 수 있게 된다.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들 중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작가라는 평과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하 진의 삶은 아메리칸 드림 그 자체다. 저자는 실제 자신의 삶과 소설 속 주인공인 난 우의 삶을 동일시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하며 작품 속에서 보이는 자신과 닮아 있는 주인공 난의 모습은 그 부산물일 뿐이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것은 본인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었지만 텐안문 등의 이야기를 한 덕에 정작 자신의 뿌리인 중국에서는 거부당했다. 계속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아 중국에 갈 수 조차 없었고 자신의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도 못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을 비난하는 전 중국인에게 영원히 비자를 내주지 않을 것이며 하 진은 아마 평생 중국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중국인처럼 생각을 하고 미국인의 언어로 글을 쓸 것이다. 그의 독자는 유색인종보다 백인종이 더 많을 것이며, 그의 삶에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작 그의 이야기를 읽기에도 고달픈 이민자들과 유색인종이 전부일 수밖에 없으며, 중국인의 그의 이야기를 읽기 위해서는 번역을 통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상을 받고 편안한 삶을 살고 있더라도 작가로서의 그의 삶은 여전히 고단한 게 아닐까. 『자유로운 삶』이라는 제목이 어쩌면 반쪽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들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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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배우는 사람 창비세계문학 30
토머스 핀천 지음, 박인찬 옮김 / 창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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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의 SF(Science Fiction)는 ‘과학’이 아니라 ‘공상’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과거 일본의 해석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퍼져 생겨난 오해일 것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SF란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스타워즈 류의 스페이스 오페라를 SF의 전부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한 것은 요즘 들어 이른바 장르에 대한 편견 자체가 적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는 결국 SF라는 장르 역시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과학적 허구로 창조된 세계이며 이것 또한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겨우 깨닫게 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장르의 구분 자체가 모호해진 지금에 와서야 좋은 작품 자체가 중요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와 더불어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트렸다는 평판을 받는 작가들이 있다.

지금 이야기할 토머스 핀천 역시 이러한 평가를 받는 작가다. “영어로 글을 쓰는 현존 작가들 가운데 최고의 작가”, SF의 선조로 인정받는 작가로 『느리게 배우는 사람Slow Learner』는 초창기 그의 단편 모음집이다. <은밀한 통합>을 제외하고는 핀천이 대학생 때 쓴 작품들로 초창기 작품답게 거칠고 이후 작품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단편 모음이다.

토머스 핀천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엔트로피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량을 가리키는 말로 물질계의 열적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의 하나다. 후대의 작가들 가운데서는 과학적 이론을 자신의 메인 테마―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한 그렉 이건의 『쿼런틴』의 경우처럼―로 사용하고 있는데 핀천은 그의 작품 속에 엔트로피의 개념을 배경으로 주로 사용하였다. <엔트로피>는 제목처럼 이후 그의 작품에 빠지지 않는 엔트로피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된 단편이다. 아파트를 배경으로 3층과 4층의 무질서·혼돈과 규칙·통제라는 극적인 대비와 갈등이 핵심을 이루는 이야기다. 이런 구조는 핀천 이야기의 큰 줄기가 된다. 이후 발표된 <은밀한 통합>역시 이러한 갈등구조를 가진다. 이 작품에는 관습과 규범을 강조하는 어른들과 이에 반발하는 십대들이 등장하는데 신구의 갈등과 더불어 기성의 질서로 대표되는 어른들의 정 반대인 알코올중독자인 흑인 음악가를 등장시켜 당시의 흑인에 대한 인종문제까지 함께 언급하면서 갈등구조를 심화시킨다. <이슬비>와 <로우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거나 대립하는 이야기들은 핀천 문학의 핵심이기도 하며 이는 엔트로피 이론과 맞물려 폐쇄된 사회에서 무질서로 증가하는 열린사회의 대비가 그 중심을 이룬다.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SF라는 딱지를 달고 나오는 작품들은 수요가 많지 않다. 아는 사람은 알 만한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 때의 이야기도 결국은 수요 때문일 것이다. 특히 국내의 SF에 관련해서 독자들은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너무 유치하거나, 너무 딱딱하거나. SF에 별 흥미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앞서 말한 것처럼 우주선이나 나오는 유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다반사며 조금 관심이 생겨나더라도 추천 받은 작품들이 의외로 읽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SF는 낯설다. 오락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닌 진지한 작품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수고를 더한다면 SF만큼 즐거운 것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SF는 막연한 공상이 아닌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허구’를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주선과 광선검이 쏟아지는 세계가 아닌 멀지 않은 근미래, 현재와 닮은 세계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과학’에 연연하지 말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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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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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라는 게 굉장히 빠르구나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디어 쪽에서 걸핏하면 나오던 말인데 요샌 듣기도 힘든 말이 있다. 바로 힐링이라는 말이다. 힐링을 하도 해서 이제 모든 것들이 다 치유라도 된 것인지, 아니면 힐링이라는 말 자체가 벌써 촌스러워졌는지 이 말을 쓰는 것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이렇게 힐링은 끝이 났지만 잔잔하게 사람을 치유해 주는 것은 여전히 많다. 그것이 좋은 날이건, 좋은 장소이건, 좋은 음식이건, 좋은 동물이건 말이다. 잘 알려진 『카모메 식당』의 무레 요코는 이런 이야기들을 제대로 만들어낼 줄 아는 작가다. 특히 여성의 소소한 일상을 잔잔하게 잘 그려내는데 작가의 이야기를 음미하다 보면 제대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마구잡이로 유행했던 싸구려 힐링이 아니다. 제목부터 살짝 느슨하게 만들어주는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이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오십대의 여성 아키코는 회사의 부당한 인사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회사를 퇴사하고 어머니가 경영했던 시끄러운 술집을 개조해 자신만의 가게를 만들고 빵과 수프가 있는 작은 가게를 연다. 주위를 떠돌던 길고양이도 가게에 눌러앉게 되고 타로라 이름지어준다. 작고 조용한 가게지만 살다 보면 자신을 둘러싸고 여러 일들이 일어나지만 아키코는 여전히 하루하루를 빵과 수프를 만들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가끔 별것 아닌 것에 기쁘기도 하고 편안해지기도 한다. 이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아니 무레 요코의 이야기가 마찬가지라고 해야겠다. 살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흔하디흔한 이야기에 문장 역시 이야기만큼이나 느긋하다. 흔해빠진 이야기지만 흔하지 않다. 오십대 중년 여성의 이야기, 특히 소설이라면 가정의 갈등, 자아를 찾기 위한 필사적인 이야기, 중년의 삶의 문제들 같은 빡빡한 이야기를 생각하기 쉽다. 문제를 제기하고 그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어야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스님이고 자신은 사생아였고, 어머니는 술을 파는 가게를 했다면 대부분의 소설은 주인공의 그런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잔잔하고 평범한 삶의 나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삶은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중년이 된 아키코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직장에서 해고된 것도 아니고 자신을 버린 스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아니고 자신의 이복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아닌 자신과 함께한 길고양이 타로의 죽음뿐이었다. 이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다. 소설로 쓰일 만한 이야기 대신 그냥 일상을 덤덤하게 그려내는 것. 일본 작가 특유의 감성인지 이런 이야기들이 일본 소설에는 많이 등장하는 편이고 그게 우리나라 소설과는 꽤 다르다. 특히 여성작가라면 더 그렇다. 참고로 『카모메 식당』은 영화로,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있으니 책을 보시고 드라마도 즐기시길 바란다. 두 작품에서 출연하는 배우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그 느슨한 느낌을 영상으로 보는 것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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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 <미국의 목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와 <휴먼 스테인>으로 이어지는 '미국 3부작'의 첫 소설!

역시 필립 로스의 분신 '네이선 주커먼'이 등장해 서술한다.

 

알라딘 책소개

1997년에 발표된 <미국의 목가>는 광기와 폭력으로 얼룩진 1960년대 말의 혼돈스러운 미국을 배경으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몰락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팍스아메리카나의 위상에 도취되어 한껏 달아오른 미국의 취기가 베트남전쟁의 실패와 맞물리며 어떻게 한순간에 사라지는지를, 그 몰락의 파도 속에 개인의 삶이 어떻게 비극 속으로 휩쓸려 가는지를 예리하게 펼쳐 보인다.
필립 로스는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목가>가 자신의 인생에서 제일 강렬했던 시절인 1960년대와 그 시대를 관통하던 격동을 잘 담아낸, 자신이 완성한 서른한 편의 작품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데뷔작으로 전미도서상을 거머쥐고, 퓰리처상, 펜/포크너 상, 펜/나보코프 상,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등을 수상하며 육십여 년의 작품 생활 동안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고 발전시켜온, 이 시대 최고의 작가 필립 로스가 쓴 맹렬하고 충격적인 작품이 바로 <미국의 목가>다.

 

 

로베르토 볼라뇨 <아이스링크>

 

열린책들에서 모두 열두 작품으로 로베르토 볼라뇨 선집을 마무리하려나 보다. 그중 내가 일단 사둔 책은 <칠레의 밤>과 <야만스러운 탐정들 1, 2>이지만 읽지는 않았다. 어쩌면 <아이스링크>를 가장 먼저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출판사 책소개

『아이스링크』는 제목에서와 같이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벤빈구트 저택에 남몰래 지어진 아이스링크. 찌는 듯 더운 카탈루냐의 소도시 Z와 상반되는 아이스링크의 냉기.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누리아 마르티만을 위해 지어진 이곳은 현실과 동떨어진 비밀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발견된 하나의 시체를 둘러싼 세 명의 인물은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사건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설가를 지망했으나 어쩌다 보니 사업가로 변신한 이민자 레모 모란, 불법 체류자인 야간 경비원 가스파르 에레디아, 출세가도를 걷고 있는 공무원 엔리크 로스켈러스. 화자로 등장하는 이 세 명은 사건의 배경을 둘러싸고 그 속에 시커먼 음모가 숨어 있음을 예감하게 만들지만 명쾌한 답은 주지 않는다. 세 명의 인물이 1인칭으로 각기 증언하는 장면이 장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특이한 형식은, 같은 상황에서도 관점에 따른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이창래 <척하는 삶>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소설.

개정판이라는데 이런 소설이 번역됐는지도 몰랐다.

게다가 정영목이 번역한 책인데...

(알라딘에서) 이전 구판 책 정보에는 번역가 이름이 빠졌고, 출판사 책소개도 개정판이 훨씬 흥미로워 보인다. 같은 소설인데 어떻게 소개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다니 놀랍다! 

 

출판사 책소개

한국계 일본인이었으나 세계 2차 대전에 일본군 군의관으로 참전하여 한국인 위안부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었던 구로하타 지로는 전쟁이 끝난 뒤, 미국 뉴욕 근처의 베들리런으로 이민해 프랭클린 하타라는 이름으로 반평생을 살았다. 이제 70대 노인이 된 그가 들려주는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전쟁, 사랑, 이민, 그리고 현재 그가 가장 사랑하는 한국계 양녀 서니의 이야기가 작가 특유의 유려한 문체로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이 작품은 발표 전부터 이미 떠오르는 신예 작가의 특별한 소재, 라는 측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창래는 한국인 위안부의 참상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아 소설의 집필을 결심하고, 자료를 수집하며 집필을 시작한다. 이 작품이 전쟁 위안부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 차별성을 갖는다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쓰였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단순히 ‘위안부’ 문제의 피해자와 가해자에 집중한 소설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전쟁 피해자에 주목하면서도, 시대의 모순으로 인해 뿌리를 잃은 한 남자의 눈물겨운 한 생애에 집중한 작품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장경현, 김봉석, 윤영천 <탐정사전>

 

이런 책, 너무 좋다!

차례가 이 책의 모든 매력을 다 말해 준다.

 

차례

가가 교이치로 / 가마슈 경감 / 고르디아누스 / 교고쿠도 / 구석의 노인 / 귀도 브루네티 / 그레이트 멀리니 / 기드온 펠 / 긴다이치 코스케 / 김전일 / 네로 울프 / 노리즈키 린타로 / 닉 웰트 / 다아시 경 / 데릭 스트레인지 / 드루리 레인 / 라프왕트 / 레오 데미도프 / 로더릭 앨린 / 로버트 랭던 / 루 아처 / 링컨 라임 / 마르틴 베크 / 마시마 마코토 / 마이크 해머 / 마이클 셰인 / 매그레 / 매튜 스커더 / 메이즈리크 / 모돌이 탐정 / 모스 경감 / 무네스에 형사 / 무라노 미로 /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 미타라이 기요시 / 반 두젠 / 백영호 / 버질 티브스 / 베르라하 경감 / 브라운 신부 / V. I. 워쇼스키 / 빌 파믈리 / 사메지마 / 사에바 료 / 사와자키 / 샘 스페이드 / 세인트 / 센도 타카시 / 셜록 홈즈 / 손다이크 박사 / 스기무라 사부로 / 스기시타 우쿄 경부 / 스테파니 플럼 / 스티브 카렐라 / 시드 할리 / 시라토리 케이스케 / 시마다 기요시, 시시야 카도미 / 아사미 미쓰히코 / 아치볼드 맥널리 / 아케치 코고로 / 애덤 댈글리시 / 야마다 나오코 / 엉클 애브너 / 에가미 지로 / 에노모토 케이 / 에르퀼 포아로 / 에를렌두르 / 에이드리언 몽크 / 엘 / 엘러리 퀸 / 엘비스 콜 / 오귀스트 뒤팽 / 유가와 마나부 교수 / 유불란 / 이름 없는 탐정 / 이이다 쿄야 / 이지 롤린스 / 일라이저 베일리 / 잭 리처 / 제시카 플레처 / 제이크 기티스 / 제인 마플 / 조 립혼, 짐 치 / 조 파이크 / 찰리 챈 / 캐드펠 수사 / 커트 캐넌 / 켄지와 제나로 / 코난 / 콘티넨털 오프 / 콜롬보 / 퀸시 / 킨시 밀혼 / 토마 소 / 트래비스 맥기 / 파일로 밴스 / 패트릭 제인 / 페리 메이슨 / 프레셔스 라모츠웨 / 피터 다이아몬드 / 피터 윔지 경 / 필립 말로 / 해리 보슈 / 헛소리꾼 이짱 / 헥터 라시터 / 헨리 메리베일 경 / 헨리 잭슨 / 후루하타 닌자부로 경부보 / 히라가 키튼 / 히무라 히데오

 

 

오 헨리 <오 헨리 - 휘멘의 지침서 외 55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여덟 번째 작가로 오 헨리가 선정됐다. 오 헨리는 나에게 <마지막 잎새>와, 유명한 작가들의 수상 이력에 오헨리 단편문학상이 빠지지 않는다는 정도로만 인식되어 있는 작가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 

 

출판사 책소개

오 헨리는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고 십대 때부터 약제사, 목장 인부, 토지 측량사, 은행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횡령 혐의로 억울하게 기소를 당하고 해외 도피를 거쳐 수감 생활을 하고 난 뒤 불혹의 나이에 이르러 오 헨리는 본격적으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짧은 인생을 마치기까지 불과 8년의 기간 동안 오 헨리는 270여 편의 단편을 집필하는 놀라운 창작열을 보여 주었다. 오 헨리의 이력은 얼핏 보면 문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작품들을 통해 보이는 문학에 관련된 인용구들은 그의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도 문학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성서와 그리스 신화, 「천일야화」를 비롯해서 셰익스피어, 루바이야트, 월터 스콧, 찰스 디킨스, 스티븐슨 등의 다양한 작품이 소설의 인물을 설명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데 긴밀하게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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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조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비트겐슈타인의 조카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배수아 옮김 / 필로소픽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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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철학논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죽어가면서도 자신은 ‘멋진 삶을 살았다’고 이야기한다. 평범한 눈으로 본다면 그의 삶 자체가 평범하지 않은 삶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루트비히 자신은 그의 철학처럼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왔다. 그에게 정신이상, 광기 같은 병들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침묵해야 할 것이었는지 모른다. 루트비히와는 달리 파울은 광기로 가득 찬 정신병을 앓고 있던 천재였다. 파울 역시 글을 썼으나 실제로 발표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던 천재였다. 정신병원에 들락거리며 입원해 있던 파울과 폐병으로 입원해 있던 화자이자 관찰자인 베른하르트의 우정은 이렇게 병원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파울은 태어날 때부터 있던 광기 어린 정신병자로 이미 죽어가는 상태였고 늘 죽음을 생각하던 폐병 환자는 서로의 삶에 영향을 준다.

“내 메모가 지금 말해 주듯이 지난 십이 년간 나는 그의 죽음의 과정을 추적해 온 것이다. 그러면서 그의 죽음을 이용했다. 그의 죽음을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이용해 먹었다. 사실 나는 그의 죽음을 십이 년 동안 지켜본 증인에 지나지 않으며, 십이 년 동안 죽어가는 친구로부터 나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에너지를 빨아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p.138~139


베른하르트는 자기 생존을 위해 친구가 죽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설혹 파울이 이 사실을 알았더라 하더라도 광기 어린 파울은 웃고 넘겼으리라. “내가 땅에 묻히는 날 이백 명의 친구들이 모일 거야. 그날 자네가 내 무덤에서 연설을 해주었으면 해.” 파울은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친구였을 베른하르트에게 연설을 부탁하지만 그의 장례식장에는 여덟 내지는 아홉 명만이 참가했을 뿐이고 베른하르트 역시 가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그의 무덤을 찾지 않고 있다.

파울만큼 광기 어린 사람은 아니었지만 베른하르트 역시 국외자였고 두려움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는 파울이 죽어가는 과정을 보며 자신의 삶에 대한 욕망을 가진다. 죽어가는 파울을 두고 온 것, 마침내 파울이 죽은 것, 그의 무덤에 찾지 않은 것이 그것이다. 항상 죽음만을 생각하던 베른하르트는 실제로 죽어가는 친구 파울에게 생명의 에너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베른하르트는 무덤을 찾지 않았다. 이것은 감성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의 죽음을 직접 확인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자신이 항상 생각해 왔던 죽음에 대한 실체적인 모습을 대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죽음과 동일시되던 파울을 거부하는 것은 베른하르트가 갖게 된 삶에 대한 욕망이다. 그래서 그가 결국 할 수 있었던 것은 무덤덤한 척 자기 자신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에 대한 기록으로 무덤에서 할 수 없었던 연설을 대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나의 문단으로 이루어진 이 짧은 이야기는 파울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화자인 베른하르트 자신의 이야기이며 목소리이기도 하다. 실제 죽음을 앞둔 파울과 늘 죽음을 생각하던 화자는 병원을 오가며 광기 어린 우정을 나누었다. 베른하르트는 파울과의 우정을 통해 삶의 방향과 삶 자체에 대한 욕망을 가지게 되고 그의 죽음은 자신에게는 삶을 가져다주었다. 베른하르트는 파울의 삶에 동조했지만 죽음에 이르게 되자 어쩌면 무관심해졌다. 베른하르트는 파울이 부탁했던 이백 명 앞에서의 연설도 하지 않았고 살아 있는 동안에는 파울의 무덤을 찾지 않겠지만 그에 대한 이 기록들은 파울에게 바치는 뒤늦은 연설문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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