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이민경 지음 / 봄알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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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은 참 대화를 좋아하고 제법 귀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지만, 아쉽게도 여혐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땐 답답한 경우가 많았다. 여성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과격하다 라는 류의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이고, 그럴 때마다 내가 얼마나 복장이 터졌는지.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제야 읽었네. 진작 읽을걸. 나도 대화할 때 내가 공부를 더 하고 나서 대화를 해야하는걸까 하고 고민하는 일이 많았는데, 음 안 그러겠어. 흠 좀 더 대차게 얘기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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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나폴리 4부작 4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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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을 다 읽었다. 한 부가 대단한 벽돌책인지라 4부작을 마치고 나니 나름의 성취감이 있지만, 사실 이 책을 읽은 경험은 그리 산뜻하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의 과정이 없달까.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이 잘 되지 않는 책이기도 했고. 생각해보면 레누가 주인공일까, 릴라가 주인공일까, 것두 모르겠어. 화자는 분명 레누지만, 결과적으로 끝내 쓰여지지 않은 릴라의 글이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뭐,주인공을 가르는 게 의미가 있지는 않겠지만. 둘다 주인공인 거지.

아마 이 책을 읽으며 ‘아, 왜 저래’ 싶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이유는 내가 이런 폐쇄적인 고향, 작은 공동체 사회, 평생을 동일한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영향받는 환경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일 것이다. 릴라와의 우정... 이라기 보다 애증에 가까워 보이는 그 관계를 끊지 못하는 그 환경 자체가 나는 이해가 안 되어서. 내 환경과는 너무 달랐거든. 연락을 계~속 가깝게 이어가는 유년시절의 친구, 없다. 동네 친구도 거의 없었고 엄마들끼리도 알고 지내는 친구는 더더구나 없었다. 학교 다닐적엔 학년이 바뀌면 어울리는 친구들도 자동으로 싹 바뀌었다. 그러니 이건 뭐 너무나 딴 세상 얘기...

큰 틀에선 그랬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두 여성의 인생을 따라가며 이탈리아 현대사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고, 널 뛰듯 바뀌는 레누의 생각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그 자체로 감탄하기도 하고(누구나 머릿속 생각의 갈피는 여러 갈래로 종잡을 수 없이 뻗어나가곤 할테니까.. 그게 넘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달까), 릴라한테 짜증이 나면서도 릴라가 경계의 해체와 밤하늘의 공포를 말할 땐 그야말로 릴라의 남다른 면에 빠져드는 느낌을 받았고...

엘레나 페란테가 가디언 칼럼에서 그랬다. 일기를 쓸 땐 누가 볼까 걱정됐지만 가공된 이야기를 통해 들킬 걸 염려하지 않고도 자기 생각을 쓸 수 있었고 더 이상 일기를 쓰지 않았다고. 바꿔서, 대하소설이라고 할만한 이 방대한 이야기는 페란테의 가공된 일기라고 봄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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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르틴 베크 시리즈 2권을 연달아 읽음.

<발코니에 선 남자>는 요 네스뵈의 서문대로 제목만으로도 임팩트가 있는 작품이었다. 프로파일링이 구체적으로 자리잡은 건 언제부털까. 심리학 전문가들이 말이야, 라면서 범인용의자로 예상되는 특징을 읊을 땐 크리미널 마인드가 생각나기도. 물론 이 책의 경찰 나으리들은 BAU같이 온갖 똑똑이들이 모인 유닛은 아닙니다만. 어렸을 때 본 수사반장에 더 가까우면 가까울까.

<웃는 경관>은 과연 걸작 소리를 들을만하구나 싶었다. 파편 같은 단서와 과다 근무에 찌든 경찰들의 부지런한 그러나 지지부진한 행보, 그럼에도 조금씩 조금씩 드러나는 진상.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 조밀해서 감탄이 나온다. (물론 시리즈의 다른 책들부터 죽 그러했다) 콜베리의 심리 묘사는 왤케 아슬아슬하게 넣어두셨는지, 증말. 사건이 다 해결되고 속이 시원해지는가 싶었는데, 뒷통수까지 똭. 이 작품은 못 잊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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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를 벗겨내니 더욱 예쁜 표지. 글씨를 흰 색으로 올린 것은 일종의 배려일까? 꽤나 문제적인 제목.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

띠지에는 선명한 검정색으로 원제가 적혀 있다. “남편의 성기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라고. 그리고 책에 대한 설명. 한 여성의 투명한 자기고백, 자기치유의 글쓰기.

읽기 전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음 성관계에 문제가 있어서 클리닉에 다닌 건가? 음 일단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제목은 마치 성관계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지만 이 얘기는 저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통째로 드러낸다. 물론 성적인 문제는 저자에게, 그 부부에게 아주 큰 부분이었겠지만 저자의 40년 생애는 그 말고도 숱한 문제가 있었으니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엄마밑에서 자라고, 인간관계가 순조롭지 않은 청소년기를 지나, 남편과는 성관계에 문제를 겪고, 교사생활을 시작하고는 학생들과 삐걱대고... 때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고, 남편과 자신 모두 마음과 몸에 병을 얻고서도, 살아내는 힘. 체념인지 순응인지 헷갈리기도 했지만 책의 거의 마지막에서 그렇게 힘들어하던 엄마를 결국 이해해내는 저자에게 솔직히 감탄하며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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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 이 책을 두고 마음의 때를 씻어내기 좋다 운운했는데, 적합한 표현이 아니었다.

어제 센세한테 책을 반납하면서 “좋은 책이네요” 했다. 자기 자신에서 세상으로 사고를 확장해나가는 시기의 아이가 보면 정말 좋을 책이다. 같이 수업을 듣는 S님은 집에 소설 번역본이 있지만 읽다 말았다고 했다. “너무 애들 책이라..”

그렇다. 이것은 애들 책. 주인공 코페르 군의 아버지가 병상에서 편집자인 처남에게 아이들을 위한 책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고민하던 차에 코페르 군의 사고의 성장을 도울 노트를 쓰기 시작. 책은 코페르군이 일상에서 얻는 새로운 깨달음들과 그 시각을 넓혀주는 외삼촌의 조언 노트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히 애들이라면 코페르 군의 시각에서 이 책을 볼 것이다.

나는 사색하는 아이였던 적이 없어서 아이 시절에 이 책을 읽은들 크게 감화되었을까 싶긴 한데, 어쨌든 그건 이미 다 큰 지금에야 알 수 없는 일이고, 나는 코페르 군의 외삼촌 입장에 나를 계속 대입해가며 책을 읽었다. 조카든 누구든 주변 아이들에게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어른으로 살고 있나 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 그것도 메이저한 관점 말고 마이너한 것까지 짚어가며 생각해보자는 숙제를 줄 수 있나. 숙제를 내주려면 나부터 그런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나는 대체 어떤 어른이지? 인간이 지닌 자기 삶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제대로 쓰고 있는 어른일까? 그래서 지금 읽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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