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가 종교적인 주제라는 것은 링크해둔 저자의 면면만 살펴봐도 확 와닿는다. 모두 감명깊게 읽긴 했으나, 현실적인 한계 혹은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에 갈증이나 갑갑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강남순 교수의 <용서에 대하여>는 그런 갑갑함을 다소 해소해주면서 미션 임파서블로만 보이던 ‘무조건적 용서’에 과감히 발 담가볼 수 있도록 시야를 깨워주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거듭 언급된 어휘들을 정리해보자면, 우선 당연히 ‘용서’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구체적 정황’이겠다. 모든 정황에 다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은 없다. ‘구체적 정황’을 그때그때 따져야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가 조건을 내세워 용서를 한다면 용서의 진정한 의미가 희석된다. 용서는 구체적 정황 속에서 두 축, ‘조건적 용서’와 ‘무조건적 용서’ 사이를 오가고 타협을 거치며 확장된다.

‘무조건적 용서’를 다루는 책은 이미 많았기에 ‘용서의 정치’ ‘조건적 용서’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를 향한 공감의 문제와 용서가 도덕적 의무로 다루어질 때의 문제, 관계 회복 등을 현실적인 입장에서 다루어주는 부분이 좋았다.

부제가 ‘용서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인데, 생각해보면 가능한 일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가능한 용서, 다소 조건적이고 완전하지 못할지라도 그것부터 시도해보고자 한다면 그 언젠가 무조건적 용서의 경지도 이해할 날이 오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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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29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