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멍청하게, 작가 이름을 확인 안 하고 읽기 시작하는 바람에, 처음에 편집자의 글이 먼저 튀어나오길래 ‘흠 굉장히 특이하군’ 하면서 그냥 읽었더랬다. 그것도 소설의 일부인 걸 깨닫지 못하고. 나는 심지어 아티쿠스 퓐트 시리즈를 더 검색해봐야지, 이러면서 읽었다고. 나중에 액자속 소설인 걸 뒤늦게 깨닫고 어이없었음. 애거서 크리스티 팬이라면 무척 재미있을 책.
회사 탈출 후 프리랜서로 자리잡기까지의 고군분투가 아주 잘 담겨있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귀여운 삽화도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는데, 회사 체질이든 아니든 다들 공감할 법하다. :) 프리랜서로 자리잡는 데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본인의 노력이겠지만, 기회란 참 엉뚱한 곳에서 찾아온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사족이지만 일러스트레이터 요시토모 나라의 이름이 요시모토 나라라고 찍혀있더라. ㅎㅎㅎ 많이 헷갈리는 이름이긴 하지.
줄에 묶인 인형. 틀에 박힌 삶. 상상력과 질문이 소거된 존재. 그런데 그 끈을 다 잘라내는 것도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에겐 불가능. 결속을 제약이 아닌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마지막 글상자를 보고 계속 물음표를 찍는다. 어떻게, 과연 어떻게??!!! 진정한 결속이란 무엇인가.
우선 이 책을 읽은 뒤 처음 얻게 되는 효과는 차분함과 안도감이다. 아 다행히 세상은 그렇게 나쁜 곳은 아니었어, 라는 느낌. 하지만 숙제가 남는 것도 사실. 극적인 세계관에 일조하는 10가지 본능을 스스로 다스리려면 해야할 일이 많아지니까. 언론 종사자도 인간이니 본능에 충실..하게 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건 그래 이해해준다 치고, 걸러내는 게 내 몫이 되는 건 괜시리 피곤해지는 것이다. 그래도 극적인 세계관을 간파하고 조절하지 못해서 불안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그쪽이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