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 책을 두고 마음의 때를 씻어내기 좋다 운운했는데, 적합한 표현이 아니었다.

어제 센세한테 책을 반납하면서 “좋은 책이네요” 했다. 자기 자신에서 세상으로 사고를 확장해나가는 시기의 아이가 보면 정말 좋을 책이다. 같이 수업을 듣는 S님은 집에 소설 번역본이 있지만 읽다 말았다고 했다. “너무 애들 책이라..”

그렇다. 이것은 애들 책. 주인공 코페르 군의 아버지가 병상에서 편집자인 처남에게 아이들을 위한 책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고민하던 차에 코페르 군의 사고의 성장을 도울 노트를 쓰기 시작. 책은 코페르군이 일상에서 얻는 새로운 깨달음들과 그 시각을 넓혀주는 외삼촌의 조언 노트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히 애들이라면 코페르 군의 시각에서 이 책을 볼 것이다.

나는 사색하는 아이였던 적이 없어서 아이 시절에 이 책을 읽은들 크게 감화되었을까 싶긴 한데, 어쨌든 그건 이미 다 큰 지금에야 알 수 없는 일이고, 나는 코페르 군의 외삼촌 입장에 나를 계속 대입해가며 책을 읽었다. 조카든 누구든 주변 아이들에게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어른으로 살고 있나 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 그것도 메이저한 관점 말고 마이너한 것까지 짚어가며 생각해보자는 숙제를 줄 수 있나. 숙제를 내주려면 나부터 그런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나는 대체 어떤 어른이지? 인간이 지닌 자기 삶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제대로 쓰고 있는 어른일까? 그래서 지금 읽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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