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나폴리 4부작 4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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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을 다 읽었다. 한 부가 대단한 벽돌책인지라 4부작을 마치고 나니 나름의 성취감이 있지만, 사실 이 책을 읽은 경험은 그리 산뜻하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의 과정이 없달까.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이 잘 되지 않는 책이기도 했고. 생각해보면 레누가 주인공일까, 릴라가 주인공일까, 것두 모르겠어. 화자는 분명 레누지만, 결과적으로 끝내 쓰여지지 않은 릴라의 글이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뭐,주인공을 가르는 게 의미가 있지는 않겠지만. 둘다 주인공인 거지.

아마 이 책을 읽으며 ‘아, 왜 저래’ 싶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이유는 내가 이런 폐쇄적인 고향, 작은 공동체 사회, 평생을 동일한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영향받는 환경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일 것이다. 릴라와의 우정... 이라기 보다 애증에 가까워 보이는 그 관계를 끊지 못하는 그 환경 자체가 나는 이해가 안 되어서. 내 환경과는 너무 달랐거든. 연락을 계~속 가깝게 이어가는 유년시절의 친구, 없다. 동네 친구도 거의 없었고 엄마들끼리도 알고 지내는 친구는 더더구나 없었다. 학교 다닐적엔 학년이 바뀌면 어울리는 친구들도 자동으로 싹 바뀌었다. 그러니 이건 뭐 너무나 딴 세상 얘기...

큰 틀에선 그랬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두 여성의 인생을 따라가며 이탈리아 현대사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고, 널 뛰듯 바뀌는 레누의 생각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그 자체로 감탄하기도 하고(누구나 머릿속 생각의 갈피는 여러 갈래로 종잡을 수 없이 뻗어나가곤 할테니까.. 그게 넘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달까), 릴라한테 짜증이 나면서도 릴라가 경계의 해체와 밤하늘의 공포를 말할 땐 그야말로 릴라의 남다른 면에 빠져드는 느낌을 받았고...

엘레나 페란테가 가디언 칼럼에서 그랬다. 일기를 쓸 땐 누가 볼까 걱정됐지만 가공된 이야기를 통해 들킬 걸 염려하지 않고도 자기 생각을 쓸 수 있었고 더 이상 일기를 쓰지 않았다고. 바꿔서, 대하소설이라고 할만한 이 방대한 이야기는 페란테의 가공된 일기라고 봄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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