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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생각할 때처럼
노야 시게키 글, 우에다 마코토 그림, 양억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생각한다'는 것은 뭔가를 하고 있을 때 무엇 때문에 그것을 하는가 하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의도, 즉 '...할 생각' 이란 것은
결코 마음의 상태는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 p.29
- 시장에 갈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경우,
"너 어디 가니?"라고 물으면. "시장에"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시장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아니다.
이것저것 다른 일도 하고 다른 생각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쳐다보고~
시장에 갈 것이라는 생각 외에 하고 있는 것이 다양할 것이다.
그러니 저 문장이 나오게 된다.
~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곧 생각인 것은 아니라는 것.
다른 일을 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시장에 갈 '생각'은 변함이 없다는 것.
사고자 하는 책이 있어서 서점에 갔다가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역시 나는 책을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1초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생각할 수 없어서 '생각한다'는 말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도 역시 당신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p.31
'생각한다'는 것은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감각을 예민하게 해두는 것이다. p.37
- 아침에 어떤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하자.
그 문제에 대한 답이 바로 나오질 않았다.
출근을 하거나 학교에 갔을 때 문득 문제에 대한 답이 떠올랐다.
자~ 당신은 하루 종일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가?
밥 먹을 때도, 수업을 듣거나 일을 할 때에도?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한다'는 것은 답을 찾을 때까지 감각을 예민하게 해두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논리는 생각하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 p.93
생각해서 나온 답이 논리적이다...가 아니라 생각할 필요가 없기 위해서 논리는 존재한다고 한다.
1+1=?
생각이 필요한가?
공식이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논리적인 과정이 있다는 말이기에 따로 감각을 예민하게 할 필요가 있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해가 되는가?
이해하기가 너무 쉬운가?
이 책의 질문들과 이 책의 내용들을 몽땅 쏟아내어 버리고 싶다.
한 쪽에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음 쪽은 그 전의 이야기에서 나온 문제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도중 답이 나오지 않아도 다시 다른 문제로 넘어가고...
이 책은 문제들로 가득하다.
생각할 거리만 잔뜩 내어 주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있다!라고 염장을 지른다.
나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 문제로 선택했을까?
과연 생각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고자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철학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말장난이라고도 하지만, 머릿속이 파래 엉킨 것처럼 마구 얽혀 있다.
명쾌하고 명료한 답을 내어 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생각’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생각이 많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사색의 길잡이’라고 책 소개를 하며 나를 유혹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생각이 많아 견딜 수 없는데 신경질 나도록 생각할 거리를 잔뜩 안겨준 사색의 문제집이라고 대답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