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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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중독증에 걸렸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난 책읽기를 좋아한다.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게 책이라는 건, 내 생활에서 가끔씩 혹은 종종 일어나는 작은(?) 사치 중의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편식해서 책을 읽는 단점도 없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어 전작주의를 내세우는 것도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감동을 주는 책도 있고, 만족감에 절로 미소가 나는 작품들도 있다.  그럴 경우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그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보게 된다. 그러나 결론은 거의 실망.. 혹은 가끔씩 노란불..^^ 지금까지는 그래 왔지만... 이 책의 저자인 미야베 미유키는 다르다. 그래,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솔직히 난 작가 이름 기억하는 거 잘 못한다. 왜냐! 기억할 시간도, 기억할 만큼 여러번 날 감동시키지도 않았으니까. (물론 고전은 다르다. ^^:;) 건방진 말일지도 모르지만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라고 할지라도 계속해서 그 제품을 구입할 경우엔 기억하기 쉽지만, 막상 실망하게 되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모방범]이나 [스텝파더 스텝], [이유], [브레이브 스토리], [용은 잠들다], [이코] 등... 어느 하나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책은 없었다. 만족한다.

[대답은 필요없어]는 전작들과는 다르게 단편모음집이다. 미야베 미유키라고 하면 장편들만 떠올리게 되는데, 혹 실패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을만큼 멋진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1.  대답은 필요없어.

 - 이 책의 표제작으로 선정되어 있지만, 솔직히 첫 편으로 긴장감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한 템포를 쉬고 다음 편을 읽었을 정도이니까. 그러나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다.  다른 독자들은 오히려 이 작품을 최고로 꼽기도 하니까 말이다. 주인공인 치카코가 열성을 다하던 남자친구로부터 실연을 당하고 난 후, 자포자기의 심정? 혹은 복수의 심정 비슷한 감정을 안고 어떤 범죄 아닌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과정들에서 치카코의 미묘한 심리를 묘사하고 있다.

 2. 말없이 있어 줘.

- 한번씩 누군가에게 내뱉어 버리고 싶은 말을 주인공인 사토미가 대신해 주고 있다. '쿡쿡'거리고 웃으면서 속이 시원해짐을 느끼지만, 사토미의 심정과 비슷한 상태라니..? 라는 서글픔도 깨달아 버리고 말았다. 흐흑.. 정말이지 이 작품의 마지막 반전은 날 놀라게 만들어 버렸다. "이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나? 이건 정말 이 작가의 매력인 걸..." 이라고 말하고 싶다. 

3. 나는 운이 없어.

 - 독특하다 독특해. 미야베 미유키는 주로 소년을 주인공으로 잘 삼는다. 아마도 순수함과 흔들리기 쉬운 감정과 어설프기에 달려들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끊임없이 생겨나는 대책없는 호기심들을 가진 소년(?)의 심리가 저자에게는 멋진 소재로 다가오는가 보다. 여기서도 고교 1년생인 유우가 주인공이다. 별다를 것 없는 소년이지만, 탐정과도 같은 멋진 해결사가 되어준다. 매번 느끼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플롯 설정은 과감함과 소심함, 그리고 냉정함과 따뜻함을 모조리 드러나게 만드는 것들로만 묶여 있는 것 같다. 그건 어쩜 정말로 현실에서 실현 가능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4. 들리세요.

 - 정말 미스터리 같은 소설이다. 어떤 문장에서는 섬뜩함을 느끼게 되지만 막장 마지막 문장을 읽게 될 때에는 외롭다라는 감정이 밀려온다. 가족간의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것으로 더 상처받으면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부모의 심정.. 뒹구는 낙엽같은 스산한 외로움이 스며 나오는 것 같다.

 5. 배신하지 마.

 - 이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묘한 심리들로 인해서 한순간의 살인도 일어난다는 것이 슬프게 만든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 현실이니까. 

6. 둘시네아에 어서 오세요.

 -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부분도 있다. 냉정하고 날카로운 듯 하지만 왠지 흥청망청이라고 느껴질 것 같은 도쿄의 한 지하철 메시지 보드.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일본에는 이런 게 있다고 한다. 지하철 역을 나오면 간단히 메모를 남길 수 있는 메시지 보드에 매주 가지도 않는 둘시네아란 디스코텍에서 있지도 않은 누군가에게 만나자라는 메모를 남긴다. 그것은 신지가 치열하게 지냈던 일주일 동안의 노력에 대한 작은 유희라고 해도 좋을 장난이었는데, 그 메모에 답글이 달리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강점은 심리 묘사를 잘한다는 점이다. 읽고 있노라면 나 역시 그 세계에서, 주인공과 같은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을 보면 흡인력이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덮는게 무척이나 아쉽다. 좀 더 많은 단편들이 이 책 속에 실려 있었음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들을 꾸준히 안겨줬음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이지...

"뛰어난 소설은 다 읽은 후에 누군가와 공연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많은 감정들을 느끼며 만족스럽게 책을 덮어간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조근조근 되새겨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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