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성석제 지음 / 강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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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내용들 중 <수첩>이 제일 와닿았다. 웃기고 웃기지만, 설마...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정말 이런 사람이 있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하나, 혹은 누군가의 짧은 말이라도 본인에게 무언가 긁어대는 말을 하노라면 그걸 수첩에 적어 두는 그런 사람.

그리고서 그 내용들을 모았다가 결산을 한다. 그 사람을 앞에 두고 수첩을 보며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대답을 듣고, 따지고 사과를 받는다.

기함할 일이었는데 성석제 작가의 소설에서 이 내용을 읽게 되었다.

화들짝 놀라면서 성석제 작가에게도 놀라고 만다.

이렇게 글로 적어낼 수 있는 것이구나... 하고...

그동안 딱히 마음에 드는 작가는 아니었다.

갑갑하고 짜증이 솟는 그런 책들이었는데,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읽다 보니 성석제 작가의 느낌을 아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름 재미난다.

책을 읽듯이 읽지 말고... 옛날 이야기, 혹은 수다 떨듯이 읽어 보면 그 맛을 새겨볼 수 있을 것도 같다.

누군가에게 조근조근 이야기해 볼까? 여기 담긴 64편의 이야기를...

 

<이 프로그램은 유효하지 않은 명령을 실행함으로써 시스템의 무결성(無缺性)을 위반했으므로 종결될 것입니다. 이제까지 했던 작업의 정보는 사라집니다. 시스템을 재시동하겠습니다. 동의합니까?

------------------------------------------------------------------------------------------------------------------------------------------------네.>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중에서 마지막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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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승 말씀이 기가 막혀 - 가슴에 꽃불 하나 켜는 이야기
문형렬 지음 / 도솔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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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가 막혀 버렸다.
왜냐구? 울먹거리게도 하고 머리를 탁! 치게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도 했기 때문이다.
잔잔한 글 하나하나가 왜 이리 확 와닿았던 것일까.
스님들의 화두라는 것을 우리 일상생활로 끌고 내려 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만남, 헤어짐, 그리움, 눈물, 지혜, 슬픔, 기쁨, 분노.. 등등 그 많은 것들이 결국 우리 삶의 하나의 화두가 아닐까?
 
여러 이야기 중에서 '두꺼비는 어디로 갔을까'에서 어쩐 일인지 눈물이 왈칵! 했다.
벙어리 아저씨를 지켜 보는 두꺼비의 이야기였는데,  늘상 공원의 의자에 앉아 있는 벙어리 아저씨가 두꺼비에게 밥을 나눠주며 생긴 이야기이다. 
오로지 밥만 나눠 먹는 그런 와중에도 정은 쌓였나 보다.
벙어리 아저씨가 약장수와 짜고서 약을 파는 게 들통이 나버려 일자리를 잃게 되고 한겨울에도 공원의 그 의자에 줄창 앉아만 있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이 펑펑 쏟아지고 추위가 드센 그런 날 벙어리 아저씨는 의자에서 자꾸만 깊은 잠에 빠져 드는 것이다.
아저씨가 걱정되어 겨울잠에도 들지 못한 두꺼비는 아저씨를 깨워 보지만 여전히 꼼짝 않는다.
그때...
두꺼비의 눈이 붉어지더니  퉁망한 두 눈에 불이 붙는 것이다.
불은 자꾸만 커지고 번져 가며 아저씨의 몸을 데워 주더니 결국 두꺼비의 몸을 불태우고 만다.
하지만 두꺼비는 재가 되어서도 벙어리 아저씨가 걱정이 되었는지 그 자세 그대로 남겨져 있다.
다음 날 그 추위 속에서도 살아 남은 아저씨가 눈을 뜨자, 그제서야 두꺼비의 재는 무너지고 만다.
 
이 이야기가 왜 그렇게 다가왔을까.
하나의 인연에 깊어져 갔던 정.. 그것으로 두꺼비는 제 목숨을 건다.
헌신일까? 사랑이었을까?
제 몸 불살라 벙어리 아저씨의 몸을 데워 준 두꺼비가 밉다.
나에겐 안타까운 슬픔을 던져 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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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마리오 푸조 지음, 이은정 옮김 / 늘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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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소설 또한 흥미진진한 기대를 가지고 시작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시칠리아인과 이탈리아인 그리고 잉글랜드인의 성격차이가 과연 무엇이기에 패밀리에 넣고 말고를 결정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지만 무엇보다도 각 캐릭터들이 가지는 박력 있는 위험한 느낌들이 손에 잡힐 듯해 기분좋게 읽어갔다. 도움을 주는 것이, 친구라는 개념이 일종의 '빚'을 저장해 놓는다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꽤 흥미로웠다. 내가 잘해 주면 상대방도 나에게 잘해 줄 것이다...라는 생각을 발전시킨 것이 그런 사고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위험한 사람이지만.. 가족과 사업에 위협을 느낄 때에만 위험한 사람들이다. 그 외의 생활에서는 따뜻하고 도움주기를 꺼려하지 않는 가진 자의 포용력을 보여 주는 사람들이다. 팽팽한 느긋함을 가진 이들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설보다는 영화가 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책은 너무 할 이야기가 많아 단락단락 중요한 부분에서 느낌과 생각들을 끊어 낸다고 해야 하나... 그런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책의 느낌을 안고 영화를 한번 더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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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7-05-29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의 원작 소설이 있는줄은 몰랐는데요. ^^

사악한 천사 2007-05-3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렇게 떡~하니 있습니다 ㅋㅋㅋㅋ
영화에서도 쬐끔 아쉬움.. 소설에서도 쬐끔 아쉬움.. 이렇네요 ^^
 
스킵 비트! 15
나카무라 요시키 지음 / 시공사(만화)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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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미치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ㅠㅠ

점심 시간에 밥도 팽개치고 이렇게 읽었답니다.. 숨이 턱..하니 막힙니다.. 미워 죽겠던 후와 쇼가 이뻐 죽겠는걸 어쩌지요.. ㅠㅠ 렌..렌이 어서어서 그 파워를 보여줘야 할텐데... 아악!!!!!

비 고울의 레이노 역시 왠지 상처입은 승냥이 같은 느낌이 가득하지만.. 어쩐지 그 어둠이 쿄코와 렌 그리고 쇼의 관계에서 촉매제 역할을 할 듯 합니다~

15권을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15, 16권이 한꺼번에 발매되는 사건!!을 기대했는데 ㅎㅎㅎ 역시나 욕심이었습니다~ 그치만.. 이번 15권 멋집니다~ ㅋㄷㅋㄷ

과연 쇼는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될까요~~~ 16권에서는 부디 렌의 멋진 활약상을 보여줬음 좋겠습니다!!!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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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학
이청준 지음, 전갑배 그림 / 열림원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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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문득 떠오른 것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였다. 어떤 목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그리도 고달파야 했고, 아비가 딸의 눈을 상하게 해야 했고, 소리에 의해 일으켜 지는 살의를 피해 홀로 떠돌아야 했을까. 어떤 업보를 지니고 있기에 한을 키워 나가야 했을까. 안타까운 마음과 이해할 것도 같은 마음이 동시에 들면서도 갑갑한 생각이 드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3가지의 이야기를 내어 놓고 있는 [천년학]은 <서편제>와 <소리의 빛>과 <선학동 나그네>로 구성지어져 있다. 어쩐지.. 오라비의 이야기와 누이의 이야기가 선학동 나그네의 비상학을 향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목소리 좋은 사람이 정말 부러웠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가...중학생 때였던가... 직접 이야기를 녹음하는 스토리 텔링이 있었는데... 당시 라디오에 목소리를 녹음해 보고 얼마나 우울했었는지.. 결코 예쁘다 할 수 없는 목소리에 풀이 죽어 그 숙제도 하는 둥 마는 둥이었었던 기억이 있다. 난 예쁜 목소리를 싫어한다.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맑기만 한 목소리는 어쩐지 쉽게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거부하게 된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내 목소리에 맑은 소리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책에선가... 한恨이 속으로 쌓이고 쌓이면 그것이 목소리에 무게를 얹어 준다는 그런 구절이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나서였을까. 울음을 터트리지 않게 되었다. 슬픈 일이 있어도 꾹꾹 누르고, 눈물만 방울지도록 놓아두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표정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사실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도 같지만, 목소리가 조금은 진중해진 듯도 하였더랬다. 그렇게 한을 속으로 담으면 목소리가 멋지게 된다는 낭설을 무작정 믿었던 나였었지만, 영화 <서편제>나 [천년학]의 내용과 같이 한을 속으로 움켜 놓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단지 조금 더 목소리에 무게를 주고 싶다는 소망으로 울음들을 삼켰던 나도 그 시간들이 힘들었는데 그들의 삶은 얼마나 고되었을지... 우리의 음악 안에 스며 있는 그 한들을 음으로 표해내기 위해 그들이 희생하고 삼켜야 했던 삶과 울음들은 얼마나 되었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그래서 화가 난다. 그들은 자신의 삶보다 소리가 더 중요했을까? 하긴.. 이런 우문도 없겠지... 이야기 속에는 분명 소리에 대한 그들의 욕망과 갈증들이 담겨 있는데 내가 이런 질문을 던져 봤자겠지.

감동을 주는 글이나, 마음을 울리는 음악이나 그 작품들에 담겨 있는 고통은 단지 창작한 자들만의 몫인 것일까...? 난 어떤 마음으로 그의 글을 읽고, 어떤 마음으로 그의 음악을 듣는 것일까. [천년학]을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은 그들의 절절한 마음을 내가 알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실제이든 허구이든 상관은 없지만, 우리의 음악과 우리의 글 속에 한이 들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 한을 그려 낸 이나, 그것을 읽고 그 한을 이해하는 이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미 우리는 한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든 우리 한국인의 마음 속엔 그 한이라는 것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 이것이 대표적인 민족성인 것일까. 

[천년학]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소리를 배우지 않았음에도 소리에 취해간다. 어떤 소리가 좋은 소리인지, 혹은 좋은 소리가 나오기까지 어떤 아픔이 있었을지 그 사연을 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픔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이 생겨나는 과정을 알고 있는 것일까.. 무얼 그리도 바라기에 한을 만들어 가는 것일까... 

상념과 안타까움과 속상함이 두루두루 드러나는 책읽기였다. 그들이 바라는 비상학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 부족하지만 마음으로 듣고 귀를 열어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리고 눈으로 그려본다... 그들의 소리의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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