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승 말씀이 기가 막혀 - 가슴에 꽃불 하나 켜는 이야기
문형렬 지음 / 도솔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기가 막혀 버렸다.
왜냐구? 울먹거리게도 하고 머리를 탁! 치게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도 했기 때문이다.
잔잔한 글 하나하나가 왜 이리 확 와닿았던 것일까.
스님들의 화두라는 것을 우리 일상생활로 끌고 내려 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만남, 헤어짐, 그리움, 눈물, 지혜, 슬픔, 기쁨, 분노.. 등등 그 많은 것들이 결국 우리 삶의 하나의 화두가 아닐까?
 
여러 이야기 중에서 '두꺼비는 어디로 갔을까'에서 어쩐 일인지 눈물이 왈칵! 했다.
벙어리 아저씨를 지켜 보는 두꺼비의 이야기였는데,  늘상 공원의 의자에 앉아 있는 벙어리 아저씨가 두꺼비에게 밥을 나눠주며 생긴 이야기이다. 
오로지 밥만 나눠 먹는 그런 와중에도 정은 쌓였나 보다.
벙어리 아저씨가 약장수와 짜고서 약을 파는 게 들통이 나버려 일자리를 잃게 되고 한겨울에도 공원의 그 의자에 줄창 앉아만 있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이 펑펑 쏟아지고 추위가 드센 그런 날 벙어리 아저씨는 의자에서 자꾸만 깊은 잠에 빠져 드는 것이다.
아저씨가 걱정되어 겨울잠에도 들지 못한 두꺼비는 아저씨를 깨워 보지만 여전히 꼼짝 않는다.
그때...
두꺼비의 눈이 붉어지더니  퉁망한 두 눈에 불이 붙는 것이다.
불은 자꾸만 커지고 번져 가며 아저씨의 몸을 데워 주더니 결국 두꺼비의 몸을 불태우고 만다.
하지만 두꺼비는 재가 되어서도 벙어리 아저씨가 걱정이 되었는지 그 자세 그대로 남겨져 있다.
다음 날 그 추위 속에서도 살아 남은 아저씨가 눈을 뜨자, 그제서야 두꺼비의 재는 무너지고 만다.
 
이 이야기가 왜 그렇게 다가왔을까.
하나의 인연에 깊어져 갔던 정.. 그것으로 두꺼비는 제 목숨을 건다.
헌신일까? 사랑이었을까?
제 몸 불살라 벙어리 아저씨의 몸을 데워 준 두꺼비가 밉다.
나에겐 안타까운 슬픔을 던져 줬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