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꿈꾼 나라 - 실록으로 읽는 세종의 위업
이석제 지음 / 인간과자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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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말과 글인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먼저 한글은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들 중에서 창제자와 창제년도가 명확히 밝혀진 몇 안 되는 문자이며, 다른 나라의 문자를 빌려 쓰지 않고, 제자(制字) 원리의 독창성을 보유한 문자라는 점이다. 또한, 발음 기관의 모양을 상형하여 기본자를 만들고, 획을 더해 소리 세기를 나타냄으로서 글자 모양에 소리의 자질을 반영하여 과학적으로 구성된 문자라는 것도 한글의 우수성을 잘 대변해주는 특징이다. 음소 문자이지만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를 함으로서 의미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 정보 처리의 효율이 높다는 점과 몇 개의 기본 글자로 많은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갖춘 문자라는 것도 한글의 또 다른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적은 수의 문자를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익히고 쓸 수 있다는 점이 한글의 문자적 우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글의 문자적 우수성으로 인해 유네스코(UNESCO)는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제정하여 해마다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하고 있다.

 


<세종이 꿈꾼 나라>는 저자 이석제가 한글창제 등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위대한 업적들을 남기기 위해 세종이 보냈을 셀 수 없이 많은 불면의 밤들, 수많은 생각과 고뇌들을 <세종실록>이라는 객관적인 역사적 사료를 통해 돌아보고 정리한 책이다. 오늘날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기능적인 글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한글 창제의 역사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글은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의 공동연구에서 탕생한 것으로 막연하게 알고 있을 뿐이다. <세종이 꿈꾼 나라>는 한글의 우수성을 조명하기보다는 세종의 인간적인 모습, 한글이 어떠한 배경과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실 한글의 진정한 위대함은 문자적 우수성 보다는 그 탄생 배경에 있는지도 모른다.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음을 가엾게 생각하는 ’애민정신‘,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자주정신‘, 이로 인해 독창적으로 새로운 문자를 만든 ’창조정신‘과 누구나 글자를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한 ’실용정신‘이야말로 진정한 한글의 위대함을 나타내 주는 것 아닐까? 이러한 세종의 애민정신은 노비들에게 100일간의 출산 휴가를 부여하고, 출산 1개월 전 복무를 면제시켜준 사례와 (세종실록 50권, 12년), 사역인의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남자 노비에게도 육아 휴가를 부여한 일화 (세종실록 64권, 16권)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를 만난 적은 없소. 그러나 한국인이라면 그를 하루라도 잊어서는 아니 되오.”

 


1909년 만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쓰러뜨린 안중근 의사가 거사 후 체포되어 심문 중에 한 외국인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누구이고 왜 안중근은 한명의 이방인을 이렇게까지 높이 평가하며, 최상의 예를 갖추어 존경을 표했을까? 안중근이 지칭한 사람은 평생을 한국을 위해 헌신한 호모 헐버트 (Homer B. Hulbert) 박사이다. 호머 헐버트 박사는 최초의 근대식 관립학교 ‘육영공원’의 교사가 되어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조선 말글을 공부했으나, 한글을 접하자마자 그는 한글에 매료되었고, 배운지 4일 만에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허버트 박사는 단순히 우수성을 전하는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그의 일생을 걸고 투쟁했다. 맹목적으로 한자만을 고집하던 사대부들의 보수성에 맞서 "한글과 견줄 문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하며 한글 전용을 주장했고, 1889년 조선 말글의 우수성에 대해 <뉴욕 트리뷴>지에 기고하며 한글의 자모를 세계 언론에 최초로 소개했고, 1891년에는 최초의 한글교과서 <사민필지>를 출간했다. 일부 한국인들마저 국가와 민족에 반하는 삶을 택한 엄혹한 시기에 한국에 아무런 의무가 없는 한 이방인에 불과했던 헐버트 박사는 어떻게 자신과 가족의 삶까지 희생하며 이렇게까지 한글을 알리고 한민족을 위해 행동할 수 있었을까? <세종이 꿈꾼 나라>를 읽으며 헐버트 박사의 헌신 이유는 어쩌면 한글 창제 배경에 대한 깊은 감복에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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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1-30 13: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버트 박사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에겐 잊어서는 안될 고마운 분이 맞을듯요. 독립신문에서 한글이 최초로 띄어쓰기를 시도하는데 그것도 헐버트 박사의 공이었대요.

잭와일드 2021-11-30 14:12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아리랑을 서양식 음계로 처음 채보한 것도 허버트 박사였죠.

mini74 2021-11-30 19: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버트 박사님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요. 한국에 묻히고 싶다하셨던 분. 잘 읽었습니다 *^^*

잭와일드 2021-11-30 19:20   좋아요 2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scott 2021-12-09 16: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일드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감동의 리뷰 였습니다 👍

잭와일드 2021-12-09 22:30   좋아요 3 | URL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mini74 2021-12-09 16: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 축하드립니다

잭와일드 2021-12-09 22:31   좋아요 3 | URL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12-09 16: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잭와일드 2021-12-09 22:31   좋아요 2 | URL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1-12-09 20: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잭와일드님! 이달의 리뷰에 당선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잭와일드 2021-12-09 22:31   좋아요 3 | URL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쎄인트saint 2021-12-09 17: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잭와일드 2021-12-09 22:31   좋아요 3 | URL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12-09 18: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잭와일드 2021-12-09 22:31   좋아요 4 | URL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12-09 2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당선되신거 축하드려요 ^^

잭와일드 2021-12-09 22:31   좋아요 3 | URL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12-09 21: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잭와일드 2021-12-09 22:31   좋아요 4 | URL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