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르몽드가 슬로터다이크, 지젝과 한 인터뷰가 있다. 

"서구 문화의 위기를 빠져 나갈 출구가 있는가?" 


슬로터다이크는 명랑하고 낙관적인데 

내용이 명시적으로 그렇게 보일 내용이 아닐 때에도 

스타일 덕분에 (스타일이 다인 게 아니겠지만 편의상 이렇게 말합시다) 어김없이 그러함을 알게 한다.  

이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좌파가 몰락한 혹은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 말하는데, 여기서도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자기를 좌파에 포함시키면서 우울감 내지 패배감을 넌지시; 비친다거나 아니면 자기를 우파로 여기면서 

schadenfreude 이걸 내비친다거나, 전혀 조금도 눈꼽만큼도 그러지 않고, 대신에 "모두를 이해하는" 자의 

냉혈함으로 슥슥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함. "지성은 존재한다" + "지성은 좋은 삶을 원한다"가 

배후에 언제나 있기 때문에 명랑하고 낙관적이라 느껴진다. 


하튼 명랑하고 낙관적으로 슬로터다이크가 하는 말의 요점은 "좌파는 분노가 원한("르상티망" 망할 르상티망)으로 타락하는 걸 막지 못했음. 이제 좌파는 심리정치가 원한 너머로 나아갈 길을 찾아야함."


반응으로 지젝이 이런 말을 한다.

"르상티망이 우리에게 만족을 주는 건 우리가 우리에게 득이 되는 것보다 남에게 해가 되는 걸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본성이 그렇다. 당신들도 아는 설화가 있다. 천사가 농부에게 나타나 묻는다. "소 한 마리를 줄까? 앗 잠깐만, 네가 소 한 마리를 받으면 네 이웃에겐 두 마리를 줄 거야." 슬로베니아 농부의 답은 "안 받아요!"다. (....) 슬로터다이크의 말에 동의한다. 르상티망을 넘어서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해 나는 비관적이다. 사람들은 부패했다. 변화의 가능성은 없다. 변화가 가능한 때도 있겠지만 예외에 속한다. 전체주의의 공식이 있잖은가. "너는 추상형으로 인류는 사랑하지만 실제 인간들은 혐오한다." 이에 따르면 나는 전체주의자다. 나는 인류는 사랑하지만 실제 인간들은 약하고 사악하고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이 가진 우매함을 진정 깊이 염오한다. 나는 슬로터다이크가 말하는 영적 수련의 현실성을 믿지 않는데 그러기엔 내가 비관주의자라서다. (....)" 


지젝이 이렇게 명확히 "나는 인간을 혐오한다, 인류는 사랑하지만" 같은 말들을 흔히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음? 하게 되던 말들이었다. 여기 슬로터다이크는 이렇게 답한다. 


"당신은 동유럽에서 있었던 심리정치의 진화 과정의 피해자다. 러시아에서는 모두가, 한 세기 동안 있었던 정치적이며 개인적인 재난의 무게를 자기 어깨 위에 지고 다닌다. 공산주의의 비극이 여전히 동유럽 사람들의 삶에 스며 있다. 여전히 그 비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재난과 비극의 무게, 이것이 자기 생산하는 절망으로 이어진다. 나는 본성이 비관주의자지만, 삶이 내 비관주의를 격파했다. 삶과의 2차전에서 낙관주의를 성취한 낙관주의자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엔 이 점에서 당신과 나는 가까운 사이가 된다. 시작은 아주 달랐을지라도 우리는 나란히 놓아볼 수 있는 삶들을 살아 왔다. 우리의 여정에서 우리는 같은 책들을 읽었다." 


우리는 같은 책들을 읽었다. (.....) 아 이 말. 이런 말을 감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겁니까. ㅜㅜ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이런 말을 감동적으로 하는 사람이 되는 겁니까. ; 하튼 감동했고 그리고 "우리는 같은 책들을 읽었다" 말고도 지젝의 (땡깡부리는 애 같았던 지젝의) 말에 대한 슬로터다이크의 반응이, 이게 진짜 어른이고 문명인인 사람의 사유이고 말이라면서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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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1-30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로터다이크의 말... 정말 좋네요. 감동입니다... 지젝과 슬로터다이크라... 꺅.

몰리 2021-01-31 08:07   좋아요 1 | URL
경탄스러운 말들을 아무데서나 그냥 막 합니다.
고르고 버리고 할 거 없이 다 정신없이 주워담아야 하는 거 같은 느낌 자극해요.
몇날며칠 토론해도 끝이 없을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들도 참으로 많이 제시해요! (한숨.....)

다리 2024-01-29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이 인터뷰 링크 좀 알 수 있을까요?

몰리 2024-01-30 09:42   좋아요 0 | URL
저는 Selected Exaggerations (Polity), 이 책에서 읽었는데 책 찾아보니 인터넷 링크가 책에도 있는데, 일단 여기 한 번 가보세요. https://www.lemonde.fr/idees/article/2011/05/27/comment-sortir-de-la-crise-de-la-civilisation-occidentale_1528306_3232.html

 



능동적 니힐리즘과 수동적 니힐리즘 구분으로 

이 소설 논평하는 대목이 오늘 읽은 슬로터다이크 인터뷰에 있었다. 


"헤겔은 냉혈한이었다. 모두를 이해하는 사람이었다는 뜻이다. 

Hegel was cold-blooded. That is, he understood everything." 


프랑스 혁명 주제로 흐르던 논의에서

헤겔이 혁명기 "공포"를 어떻게 규정했나 설명하다가 슬로터다이크가 뜬금없이 하던 말인데 

....... 책을 붙잡고, 책으로 고개를 연달아 박으면서,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이 구절 등장하는 페이지, 적어도 문단을 옮겨오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에너지 고갈 상태라......  


그리고 저 구절만으로도 전해질 거 같기도 하다. 

슬로터다이크가 어떤 방식으로 말하고 쓰는 저자인지. 


그의 책들이 어떻게 번역되었나 궁금해서 번역판 하나를 며칠 전 구입했는데 

오역이 굉장히 많고 (그러니 당연하지만) 번역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텍스트였다. 


철학 텍스트로 한정해서, 물을 수 있을 거 같다. 

우리는 같이 생각한 적이 있는가. 텍스트에 복종할 수 있는가. 

같이 생각하지 못할 때, 이해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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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1-29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이 생각하지 못할 때, 이해가 가능한가... 아..

몰리 2021-01-30 04:17   좋아요 0 | URL
근데 이거 정말
우리에겐 희귀한 경험이지 않나 해요. ㅜㅜㅜㅜ
 


(*이 분은 독일 언론인, 율리아 엔케). 



슬로터다이크: 인류가 대면한 위협을 감지하기. 그것이 지난 3천년간 인류의 아방가르드가 살았던 상황을 요약한다. 위력적인 위협 앞에서 지성은 전율했다. "신"이라는 개념은 인류가 자기 보호를 위해 고안한 가장 강력한 방패일 것이다. 이 방패를 들고, 그 뒤에 숨어, 인류는 괴물을 막아냈다. 방패 너머를 똑바로 보았다면 누구든 소금 기둥으로 얼어붙었을 것이다. 


엔케: 가짜 안정을 떨치고 위험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인가? 


슬로터다이크: 어쨌든 적어도, 위험에 대해 더 의식적으로 사유해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고르곤 같은 계몽과 대적함이 우리의 과제다. 인류가 공유할 생존의 길, 그 길을 열어낼 지구적 면역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지구를, 그리고 인류와 인류의 기술 환경을 보호할 방패를 만들어야 한다. 지구적 차원에서 에콜로지의 관리가 필요하다. 그걸 나는 "공동 면역주의, 코-이뮤니즘 (co-immunism)"이라 명명했다. 


엔케: 그 명칭은 "공산주의(communism)"를 겨냥한 말장난이다.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는 좌파 선언문인가? 


슬로터다이크: 내가 신-공산주의 프로젝트를 구상한 건 아니다. 알다시피 공산주의는 정복의 종교였다. 말하자면 무신론적 이슬람 같은 거였다. 공산주의는 공격적인 팽창의 운동을 추구하면서 산업 국가 모두를 자신의 궤도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공산주의자들이 진정 원한 것은 무엇인가? 그들은 정치 권력을 통해 미숙한 민중들을 위한 극단적 교육 독재를 실행하고자 했다. 공산주의자들의 실험이 인류에게, 같은 일이 반복되어선 안됨을 알게 했다. 내가 내 책에서 제시하는 운동은 강요된 전향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무엇이든 자발적으로 성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책에서, 수행하는 삶, 그리고 향상을 통한 자기 형성에 집중했던 것이다. 


엔케: 당신의 인간관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슬로터다이크: 나는 강한 존재론적 테제에서 출발한다. <지성은 존재한다>가 그것이다. 이것이 강한 윤리적 테제로 이어진다. <지성과 자기 보존 사이에는 긍정적 상관 관계가 있다>가 그것이다. 아도르노 이후, 이 상관 관계가 자명한 게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여기 옛 비판이론이 내놓았던 강력한 아이디어가 있다. 인간의 지성은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자기 파괴를 자기 보존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20세기가 우리에게 준, 망각해서는 안될 교훈이다. 이 교훈과 함께, 그러나 지금 우리의 어젠다에는 지구적 공동-면역의 긍정적 이론을 올리도록 하자. 인류가 함께 추구할 생존, 그를 위해 필요한 수행의 토대와 방향을 제시할 이론을 올리도록 하자. 


엔케: 당신은 유토피아를 설계했는가? 


슬로터다이크: 이게 유토피아라면 내 머리털이 곤두설 것이다. 이게 유토피아라면, 나는 이 세계를 더 나은 곳이 되기를 원했던 광인들의 명단에 속할 것이다. 유토피아이기는커녕, 내가 해보인 건 실용주의라고 생각한다. 



구해 둔 슬로터다이크 책 얼른 다 읽고 싶어진다. 그의 책들에 

논문에 필요한 것들도 있지만, 내게 개인적으로 해주는 말들도 있다. 

하튼 부랴부랴 읽는 중인데, 인터뷰 중에서 이 대목은 특히 더 옮겨 놓고 싶어졌다. 

인터뷰어가 율리아 엔케(Julia Encke)라는 언론인인데, 슬로터다이크의 다른 인터뷰들보다 특히 더 그녀의 인터뷰에서 질문이 다 저런 식, 다 용건만 간단히. 너무 간단히. 무뚝뚝하게. 가장 짧게. 


저렇게 가장 짧게 핵심만으로 반응하고 질문한다는 게 

갑자기 너무도 신선하고 마음에 든다. 웃기기도 하다. 

슬로터다이크의 답들도 주로 명답이기도 하고, 어찌나 답을 잘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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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마지막 질문이다. 집에 애장하는 그림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슬로터다이크: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집에 갖고 있는 거 같지는 않다. 

내가 좋아하는 광경은 (view) 있다. 내게 "image"와 "view"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순수 미술의 미학에 끌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나는 자연 미학이라 부를 것에 더 끌리고 그림보다 

"view"를 더 좋아하는 쪽이 되었다. 이건 특이한 일이 아니다. 바존 브록은 검정색 사각형을 보느니 

인간의 젖가슴을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에 공감한다. 내게 브록의 말은 "view"를 위한 탄원이다. 

나는 내 서재의 "view"를 가장 사랑한다.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 저녁의 서재를 특히 더 사랑한다. 

서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게 나는 서재의 불을 켜놓는 편이다. 나는 좋은 영혼들에 (good spirits)

둘러싸이는 그 감각을 좋아한다. 수천의 고요한 조언자들이 내게 그들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직 그게 다일 뿐, 그 외엔 나를 평화 속에 있게 한다. 


*바존 브록 (Bazon Brock): 독일의 예술가, 비평가, 이론가. 



I like the sense of being surrounded by good spirits, many thousands of silent advisers who offer me their services and leave me in peace otherwise. 이게 마지막 문장인데, 도저히 지금은 어떻게 말이 말처럼 되게 번역하지는 못하겠다. 이 문장에 감동함. ㅎㅎㅎㅎㅎㅎ 감동이 제일 쉽. ;;;; 


좋은 영혼들에 둘러싸이는 그 감각. 

그 감각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고요히 그들의 서비스를 제공할 뿐, 그 외엔 나를 평화 속에 있게 함. 이 역시! 

.......... 이러니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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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1-01-23 0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맘에 쏙 와 닿는 글이네요

몰리 2021-01-23 04:37   좋아요 0 | URL
불을 켜놓고 다니다니!
잠시 그러심 안되.... 했다가 따뜻하게 불켜진, 유리창이 있고 책들이 가득한 방 상상하게 됩니다.
자연발광되는 무엇이 있다면 구해서 그걸 구석에 두면 좋겠어요. 뭔가 있을 거 같아요. 아니, 없으려나요.

psyche 2021-01-23 07:38   좋아요 1 | URL
요즘은 전화기로 불을 켜거나 타이머로 시간을 맞춰둘 수 있으니까요. 내가 올 시간에 맞춰서 불을 켜면 되죠. ㅎㅎ ‘따뜻하게 불켜진, 유리창이 있고 책들이 가득한 방‘ 아 상상만 해도 넘 좋아요!

몰리 2021-01-23 08:05   좋아요 0 | URL
아아아 맞아요!
아 이 시대에 뒤떨어진 나님 (나새끼...;).
아 아아아아. ;;;;;; 정말,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을요.
지금 사는 구닥다리 집을 얼른 벗어나야 한다는 결심을 새로이 합니다.

han22598 2021-01-26 0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뷰와 이미지의 차이는 틀이 존재의 여부정도밖에 생각 못하는 나. 문득 드는 생각은, 저분은 나같은 사고체계를 가진 인간들을 어찌 생각하는지. 참으로 밋밋하고 심플하다 생각할듯 ㅋ

2021-01-26 0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슬로터다이크: 21세기의 세계는 아마도 지구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자본주의의 세계일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 이슬람주의자들의 지하드 낭만주의, 전쟁 자본주의가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시도들이 곧 있을 것 같다. 


문: 민주주의의 뿌리를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게 지식인이 할 일인가? 


슬로터다이크: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지식인들 자신 그 뿌리가 어디 있는지 더 이상 알지 못한다. 


문: 그렇다면 이 질문을 하고 싶다. 우리 독일인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에게 자유보다 안락함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구석방에서 따뜻하게 웅크리고 있고 싶어하지 

큰 방에서 덜덜 떨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블로모프 같다. 소파에서 일생을 보내는 19세기 러시아 소설의 

주인공 말이다. 


슬로터다이크: 그렇다. 독일인이 누구인가 알려면 러시아인들과의 친연성을 보아야 한다. 

현대 독일인은 그들 생각보다 훨씬 더 러시아적이다. 우리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에서 낭만적 상투형으로서의 러시안들을 닮았다. 냉전 시기 모종의 영혼의 여정들이 있었던 거 같으며 그렇게 우리의 영혼 속으로 그들이 이주해 온 거 같다. 그렇긴 한데 우리는 우리의 동방 사촌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안락함을 추구한다. 우리는 벼랑 곁으로는 결코 가지 않는다. 우리의 안락함은 일과 양립 가능하다. 



이건 2004년 연말에 있었던 인터뷰가 출전이다. Selected Exaggerations 이 책에 실린 인터뷰들은 

1994년 시작해서 연도 순으로 실려 있는데 마지막 인터뷰는 2012년. 


90년대에 있은 인터뷰들 보면 그런 일들이 그 시절 있었는가, 내가 이 시절을 살았던 거 맞는가, 등등 멀다 느껴지는데

21세기로 들어오면 거리감 사라지기 시작한다. 단순히 20년전과 30년전의 차이가 아니라 근본적 "단절"이 

있었던 게 맞는 거 같다. 911. 세계를 지탱하던 상징 질서의 붕괴가 있었던 거 맞는 거 같음.   


인터뷰에서 그가 하는 말들. 

"음?" 하게 되는 대목들이 없는 게 아니지만 

아낌없이 찬사를 보내고 싶은 대목들이 무수하다. 정말 좋은 선생. 

위에 옮겨 본 건 밑줄 부분이 그냥 웃겨서. 

웃긴 말 많이 하시는 분이다보니 어떤 말들은 그냥도 웃기다. 


오블로모프. 소파에서 일생을 보내는 남자의 이야기. 금시초문인데 

그냥 이것만 알아도 아낌없이 찬사 보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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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22 1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눕기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하루종일 눕기에 집착한 인물‘의 사례로 나왔던 인물이 소설 <오블로모프>의 주인공인 ‘오블로모프‘에요 ㅋㅋ
[일리야 일리이치(오블로모프)의 안색은 별반 특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안색이다. 운동 부족 혹은 바깥 바람을 적게 쏘인 탓이리라. 윤기 없는 허연 목의 빛깔과 작고 오동통한 손, 그리고 가녀린 어깨로 판단하건대, 그의 몸은 전반적으로 남자 체격이라 하기엔 왠지 연약해 보인다. 걱정거리가 먹구름처럼 얼굴에 몰려들면, 시선은 멍해지고 이마엔 주름이 잡히면서 의심과 슬픔과 놀람이 교차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러한 근심이 일정한 하나의 사고틀로 굳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무엇을 하겠다는 의욕으로 발전하는 일은 더더구나 거의 없다. 모든 근심은 한숨으로 해결되고 무관심과 졸음 속에서 기력을 잃고 만다.
침대에 눕는 것은, 말 그대로 일상인 것이다. 사실 거의 매일 집에 틀어박혀 있고, 집에 있는 날은 항상 누워 있다. 침실 겸 서재이기도 하고 또 거실이기도 한 바로 그 방에서 말이다. 그에겐 방이 세 개나 더 있지만 거기를 들여다보는 일은 아주 드물어서 고작해봐야 아침에 누군가가 자기 서재를 청소할 때나 어쩌다 들여다볼 정도다. 사실, 청소라고 매일 하는 것도 아님은 당연하다.
그는, 9시부터 3시까지, 8시부터 9시까지 자기 방 소파에서 빈둥거릴 수 있다는 사실에 잔잔히 밀려오는 기쁨을 누렸고, 보고를 할 필요도, 보고서를 작성할 필요도 없이 그저 자유로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에 왠지 뿌듯했다.]

오블로프가 21세기에 살았다면 유툽에서 ‘눕기 기술‘로 구독자수 왕창 몰려서 골든벨 받았을지 도 ^ㅎ^

몰리 2021-01-22 10:37   좋아요 2 | URL
모든 근심은 한숨으로 해결되고.....

여기 주황색 형광펜 쫙 긋게 됩니다.
아 정말 러시안들. ㅎㅎㅎㅎㅎㅎ 아웃라이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