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은 독일 언론인, 율리아 엔케). 



슬로터다이크: 인류가 대면한 위협을 감지하기. 그것이 지난 3천년간 인류의 아방가르드가 살았던 상황을 요약한다. 위력적인 위협 앞에서 지성은 전율했다. "신"이라는 개념은 인류가 자기 보호를 위해 고안한 가장 강력한 방패일 것이다. 이 방패를 들고, 그 뒤에 숨어, 인류는 괴물을 막아냈다. 방패 너머를 똑바로 보았다면 누구든 소금 기둥으로 얼어붙었을 것이다. 


엔케: 가짜 안정을 떨치고 위험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인가? 


슬로터다이크: 어쨌든 적어도, 위험에 대해 더 의식적으로 사유해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고르곤 같은 계몽과 대적함이 우리의 과제다. 인류가 공유할 생존의 길, 그 길을 열어낼 지구적 면역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지구를, 그리고 인류와 인류의 기술 환경을 보호할 방패를 만들어야 한다. 지구적 차원에서 에콜로지의 관리가 필요하다. 그걸 나는 "공동 면역주의, 코-이뮤니즘 (co-immunism)"이라 명명했다. 


엔케: 그 명칭은 "공산주의(communism)"를 겨냥한 말장난이다.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는 좌파 선언문인가? 


슬로터다이크: 내가 신-공산주의 프로젝트를 구상한 건 아니다. 알다시피 공산주의는 정복의 종교였다. 말하자면 무신론적 이슬람 같은 거였다. 공산주의는 공격적인 팽창의 운동을 추구하면서 산업 국가 모두를 자신의 궤도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공산주의자들이 진정 원한 것은 무엇인가? 그들은 정치 권력을 통해 미숙한 민중들을 위한 극단적 교육 독재를 실행하고자 했다. 공산주의자들의 실험이 인류에게, 같은 일이 반복되어선 안됨을 알게 했다. 내가 내 책에서 제시하는 운동은 강요된 전향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무엇이든 자발적으로 성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책에서, 수행하는 삶, 그리고 향상을 통한 자기 형성에 집중했던 것이다. 


엔케: 당신의 인간관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슬로터다이크: 나는 강한 존재론적 테제에서 출발한다. <지성은 존재한다>가 그것이다. 이것이 강한 윤리적 테제로 이어진다. <지성과 자기 보존 사이에는 긍정적 상관 관계가 있다>가 그것이다. 아도르노 이후, 이 상관 관계가 자명한 게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여기 옛 비판이론이 내놓았던 강력한 아이디어가 있다. 인간의 지성은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자기 파괴를 자기 보존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20세기가 우리에게 준, 망각해서는 안될 교훈이다. 이 교훈과 함께, 그러나 지금 우리의 어젠다에는 지구적 공동-면역의 긍정적 이론을 올리도록 하자. 인류가 함께 추구할 생존, 그를 위해 필요한 수행의 토대와 방향을 제시할 이론을 올리도록 하자. 


엔케: 당신은 유토피아를 설계했는가? 


슬로터다이크: 이게 유토피아라면 내 머리털이 곤두설 것이다. 이게 유토피아라면, 나는 이 세계를 더 나은 곳이 되기를 원했던 광인들의 명단에 속할 것이다. 유토피아이기는커녕, 내가 해보인 건 실용주의라고 생각한다. 



구해 둔 슬로터다이크 책 얼른 다 읽고 싶어진다. 그의 책들에 

논문에 필요한 것들도 있지만, 내게 개인적으로 해주는 말들도 있다. 

하튼 부랴부랴 읽는 중인데, 인터뷰 중에서 이 대목은 특히 더 옮겨 놓고 싶어졌다. 

인터뷰어가 율리아 엔케(Julia Encke)라는 언론인인데, 슬로터다이크의 다른 인터뷰들보다 특히 더 그녀의 인터뷰에서 질문이 다 저런 식, 다 용건만 간단히. 너무 간단히. 무뚝뚝하게. 가장 짧게. 


저렇게 가장 짧게 핵심만으로 반응하고 질문한다는 게 

갑자기 너무도 신선하고 마음에 든다. 웃기기도 하다. 

슬로터다이크의 답들도 주로 명답이기도 하고, 어찌나 답을 잘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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