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인 너는 그러니 이걸 알아야 해. (정확하지 않지만 대강 이런 뜻으로). 그게 너라면 무어냐고 자문해 보았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질문이 이런 형식일 때 답은 사실 이 영화밖에 없는 듯했다. 나와 가깝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 영화를 안 보았다면, 혹은 봤지만 별 생각 없다면, 싫을 것 같다. (그때부터 그를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위대함에 대해서 그리고 명대사들을 같이 얘기해보고 싶을 것같고, 그러면서 그것들에 대해 내가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이 보완, 확장, 심화되는 일이 일어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같다"들로 생각이 흘러갔음. 이 영화엔 "그때 그가 우리집 거실에서 죽어버린 것같았어" 이런 명대사도 있는데 이게 어떻게 내 인생 몇십년의 요약인지, 당신 인생의 이야기고 내 인생의 이야기인지, 껄껄 허허 ;;;; 웃고 맥주 잔 비워가면서 얘기할 수 있다면 좋을 것같다까지. 


그러나 이 영화말곤 

떠오르는 게 없다는 그것은 

가장 중요한 건, 나만이 그것의 주인. 그런 거라서인가? 식스핏언더에서 네이트 부친, 나타니엘 1세의 명대사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 너, 그리고 나머지. 그 둘은 결코 만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의 증명 같은 게 있는 건가 여기에? ;;;; 나만 그런 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거의 종강. 

다음 주 수요일이 기말시험이긴 한데, 월요일과 화요일엔 작은 책들 읽고 퀴즈와 토론을 한다. 오늘은 주교과서.. 를 뗀 날. 마지막 읽은 글이, 기후변화가 주제고 "이 문제에 관한 과학자들의 연구를 우리 자신 해석할 수 있어야 하고, 세심한 검토에 바탕한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논의에 우리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같은 말로 끝난다. 내가 가져간 토론 주제는, 1. 이 말을 그대로 할 수 있는 기후변화말고 중요한 다른 문제론 무엇이 있나. 2. 이 글은 우리에게 책임있는 시민으로 알아야 할 것으로 기후변화를 말하고 있는데, 알기의 다른 종류로 (책임있는 시민이 아니라 사인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면 이걸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느끼게 하는 내가 사랑하는 무엇. 그 무엇은 무엇인가. 


2번은 My Dinner with Andre. 이 영화에 한 비평가가 했던 말을 거의 그대로 쓴 것이다. 여기 "거의"를 써야 하는 건, 정확히 기억을 해낼 수 없었기 때문. "내 베스트프렌드들이 보지 않았을 거라곤 상상할 수 없는 영화"였던가, (저게 말이 되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면 보아야 하는 영화" (이것도 아님, 이렇게 단순한 말이 전혀 아님). 내 베스트프렌드가 이걸 모른다는 그런 아이디어도 내가 견디지 못할 영화.. 뜻은 그런 뜻인데 그걸 저보다 훨씬 재치있게, 압축적으로, 하던 말이 있었다. 보고 나서 어디 적어두었던 것도 같아서, 나중 찾아질수도. 영어로는 어떤 구절이었나도 거의 기억이 나지 않고 ("베스트프렌드"는 거의 확실히 들어가지만) 어디서 읽었나도 전혀, 기억할 수 없다. 이런 일이 처음이면 지금, 심장이 내려앉으며 놀라고 있을 수도 있는데 이미 좀 익숙한 일이다. 


2번 질문에 대한 답으로 야구 (내가 미친 듯이 사랑하는. 공감을 얻는 일이 드문), 나의 고양이, 이런 얘기들이 나왔고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도 나온 답이었다. 


*지금은 감감하지만 꽤 오랫동안 최승자 시 다수를 거의 외다시피 했었다. 특히 대학 1-2학년 그 2년 정도, 매일 읽음. 학위를 받고 책들을 정리할 때, 최승자 시집들은 (시집들 거의 전부를 누구 주었지만) 완전히 낡은 그 외양만으로도 내 육신의 일부같은 그런 느낌 있어서 그냥 두었다. 그런데 얼마 전 꺼내서 보는데, 읽을 수 없었음. 한 편 정도 억지로 읽고 나서, 덮어야 했다. : 음.. 하여간 이런 것 포함해 여러 생각들을 저 답을 들으며 했다고, 더워서 팔이 뜨겁게 따끔거리고 호흡이 쉽지 않은 가운데 굳이 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체의 여자들: 회초리를 넘어서> (1996) 


니체 모친 프란치스카의 독실한 신앙을 탓하는 최근의 논평자들을 다음의 질문에 비추어 검토할 것이다: 프란치스카가 그와는 다른 사람일 수 있었겠는가? 내 주장은, 프란치스카가 부권주의적 영향들의 산물이며, 아니 실상 그 희생자라는 것이다. 독실한 신자들이었던 부친, 그리고 남편과 살았던 사람이 그녀 자신 독실하지 않았다면 그게 충격적인 일 아닐까. 나는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베트, 니체가 사랑했으며 또한 비판했던 그녀에게도 비슷한 입장을 취한다. 이 또한 그녀가 처해 있던 상황을 고려하면 전적으로 온당한 접근이다. 직계 가족 내에 소통할 수 있는 어떤 남성도 없이 (이건 니체 자신에게도 불운이었다), 반항아였던 엘리자베트에게 그녀의 재능을 분출할 출구는 없었다. 그녀의 재능에 대해 우리가 어떤 말을 하든, 그녀에겐 적어도 뛰어난 조직 능력이 있었다. 니체에게 학문적 토대를 견실히 쌓을 수 있게 했던 슐포르타, 독일에서 그런 학교는 20세기로 진입하고도 한참 후에야 여학생들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니 니체가 자기 여동생을 "사랑했다" 혹은 "증오했다"고 말하는 건 사정을 극히 단순화한다. ("서론") 



어제 입수한 책. 

어린 시절 엘리자베트는 오빠를 숭배했고, 

천재.. 인 오빠가 시를 쓰다 파지를 내거나 하면 그것들까지도 다 챙겨서 서랍에 차곡차곡 보관했다고 한다. "철학자/작가로서 니체의 천재성은, 천재적 문서보관인이었던 누이의 덕도 조금은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말이 로널드 헤이먼의 전기에 나온다. 그런가 하면, 엘리자베트를 "반유태주의에 빠진 거위 anti-semitic goose"라 부르고 "(그녀가 벌이는) 이 모든 추악한 짓의 기원이 사랑이라는 게 더욱 끔찍하다"같은 니체가 남긴 말들도 많이 인용되지 않았나. 오빠의 철학을 이해하려고 과외까지 받지만 과외교사였던 (그 자신 좀 유명한 철학자였던?) 누군가가 포기하며 했다는 말, "도저히 가르칠 수 없다. 철학을 할 수 없는 정신이다" 그것도 여러 곳에서 인용되었고. 


위에 옮겨온 대목 읽으면서, 적어두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11시엔 점심을 먹어야 하니 지금쯤 그걸 적기를 포기해야할 듯. ;;;;; 음 어쨌든, 

구원의 관점에서 만사를 보는 것이 좋지만, 그러지 않아야 할 때도 있으며, 아마 (내가 페미니스트라 해도. 어쩌면 그러므로 더더욱) 니체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그녀들이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더라면..."의 관점에서 그들 삶에 다른 차원을 주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같다. 같은 생각이었다.;;; 소설이 아니라 연구서에서면. 음. ;;;; 여러 모로 ;;;; 이거 찍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분 길이 시 읽어주는 팟캐스트 The Writer's Almanac이 있다. 

매일 방송하고 그 날이 생일인 사람들(주로 작가들) 얘기로 시작한 다음 그 날의 시를 읽는 것으로 끝내는 형식. 이것도 자주 듣는다. 진행자 Garrison Keillor가 그 걸걸하나 진정 효과("calming effect" 식스핏언더에서 루스가 조지에게 주는 효과. 음 하여간;) 있는 목소리로 작가들이 어떻게 살았나, 쓰기에 대해 그들은 어떤 말들을 남겼나, 등에 대해 말해줄 때, 그게 좋을 때가 많다.   


6월 30일 방송을 오늘 들었는데 이 날이 생일이고 그래서 소개된 시인은 Czesław Miłosz. 그는 1911년 생이고 나치 점령하 폴란드에서 대학 청소부로 일하며 반나치 운동을 위한 지하 출판물들에 시들을 발표했다. 60년에 미국으로 건너갔고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슬라브어문학과에서 일했다. 80년 노벨문학상 수상. 


대학원 시절 The Captive Mind라는 책을 아마 읽었을지도 모른다. ;;;;; 다는 아니겠고 그래도 한 10 페이지 정도? 도서관에서 한 번 이상 대출했던 듯한 기억이 있다. 찾아보면 몇 줄이라도 남긴 기록이 찾아질수도. 그러나 어쨌든 이름만 친숙한 시인. 미국 시민이 되기도 했지만 그는 미국에 양가적이었다면서, 개리슨 케일러가 그의 이런 시를 인용한다. 


What splendor! What poverty! 

What humanity! What inhumanity! 

What mutual good will! What individual isolation! 

What loyalty to the ideal! What hypocrisy!


이 시는 맨 왼쪽 책, Milosz's ABC's란 책이 출전이라 하고, 

<밀로슈의 ABC들>이라는 이 책은, 자전적 글쓰기의 실험을 하고 있는 책이라고. 

나는 저 네 줄에 감탄했고 (내겐 주로 혼란을 주었던 미국의 극단적인 양면성, 이걸 이렇게 단순하고 강력하게 말하다니! 남이 해보이니까 쉬워 보이는 그런 거구나 이것도..... 같은 감탄) 저 책이 궁금해졌다. riss.kr에서 검색해 어느 도서관에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너드 울프의 이 책도, "결혼" 키워드 검색으로 나온 결과. 

"결혼"이 나오는 대목보다 다른 한 대목이 더 와닿아서, 그것 옮겨오고 싶어졌다. 26쪽. 

 

공산주의가 어떤 점에서 나치즘, 파시즘보다 더 나쁘다. Corruptio optimi pessima. 최악은, 타락한 선이다. 공산주의의 뿌리는 인간이 가졌던 최선의 정치적 동기에 있다.

 

미르스키를 내가 처음 만난 건 파리의 제인 해리슨의 아파트에서였다. 뉴넘 대학의 탁월한 고전학자 해리슨은 내가 만났던 가장 문명화된 인간. 그녀는 이미 노인이었지만 영원히 젊은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고, 가장 매력적이고 유머가 있으며 위트 있고 개성적인 인간이었다. 그는 미르스키를 좋아했다. 해리슨의 발치에 앉아 해리슨과 이야기하길 즐기던 사람이, 소비에트라는 광기의 거미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곳에서 숙청되어야 했다는 사실이 나를 절망으로 채운다. 타락한 선으로서의 공산주의가 바보들을 재 속의 죽음으로 데려가고 또 데려가고 또 데려갔다는 그 사실이. 


미르스키는 레너드 울프가 알고 지냈던 러시아 귀족 남자.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이 앞 페이지들에 생생한 설명들이 있다. 이것들은 노트해두지 않음. 지금 보면서 대강이라도 여기 옮겨 오고 싶은데, 8시를 넘어가는 이 때 힘이 부족하다. 이런 한 문장이 있다: "한 톨의 문명이라도 자기 것이라 주장할 수 있는 세계였다면, 그들(*미르스키같은 사람들)은 교양인/문명인으로 살고 죽었을 것이다. 공공의 악을 행하지도, 그로 인해 고통을 겪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최상으로 문학적이랄 그런 문장들도 있는데, 지금 보면서는 이 평범, 아마 진부한 문장이 강력했다. 문명을 자명한 가치로 보고 말하는 것도, 전면적 반성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을까? 아닌가? 아니라고요??? 


수업에서 결혼 주제로 얘기하면서, 좋은 결혼 이상적 결혼이 있기는 한가. 같은 질문에, 

한 세기 한 대륙에 한 커플 정도. (ㅋㅋㅋㅋㅋㅋㅋ 쓰고 보니 조금 웃김;;;) 그렇지 않냐면서 생각했던 건 역시 버지니아, 레너드 울프 부부. 무엇보다 레너드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는 게 확실하다. ;;;; (버지니아가 천재였다... 그건 말할 필요도 없고. 혹은, 상관이 아마 없고). 아내에게 유대, 헌신, 이해, 이런 걸 온전히 실천할 수 있었던 사람. 지성, 양심, 이런 것의 힘으로. 이 두 사람 관계에 대해 씌어진 글들 보면, 여러 종류 글쓴이의 못남을;;; 증명하는 글들도 있다. 빨리 이 주제로 돌아와서 정리하고 생각하면서 보고 싶긴 한데, 지금의 주제는 니체여야 해서 그러지 못하고 있음이 아쉽기도. 


사람이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는 그게 일단 시작되면 완전히 끝낸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내가 누구와 결혼을 했고 그 사람과 이혼한다면 이혼이란 그 사람과 가족 관계의 끝냄인 것이지 

내가 그 사람과 알았던 일,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의 끝냄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결혼하지 않겠다............. : 이런 얘길 해준 학생이 있었다.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이 정도로라도 복원해두고 싶었음. 들으면서 감탄했다. 나중에 내 감탄으로 채우면서 확장하고 싶은 말. 인간이 인간에게 (좋은 쪽이로든 나쁜 쪽으로든. 주로 나쁜 쪽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아는 사람의 말이라 생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