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렘더
김자인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실과 비현실의 간극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글을 쓰기 시작했다. 비현실을 일상으로 끌고 오는 것에는 성공했으니 반은 성공한 삶이라고 여기는 중이라고 이 책 서문에 쓰여 있었다. 현실과 비현실, 소설과 현실사이에서 어지간히 힘드셨나보다.

과연 글로 녹여내기가 녹록치 않았으리라.


 겨울의 독일 대학가가 글의 배경이다. 로맨스소설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는 독일을 배경으로 이과 학부생의 이야기가 실제처럼 리얼하다. 작가분이 독일에서 대학 생활을 한 것마냥 디테일이 촘촘하게 엮여져있었다.

가령 wohngemeinschaft(독일의 셰어하우스 개념의 주거공동체)의 이야기라든지 우리나라와 다른 식문화 등 낯설음이 그득하다.

책 제목도 독일어다. 프렘더,독일어로 이방인을 뜻한다고 한다.


이방인1 (異邦人)  

[명사]

1.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

2. [기독교 ] 유대인이 선민의식에서 그들 이외의 여러 민족을 얕잡아 이르던 말.


이방인.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 뭉떵그려 칭하고 배척하는 것 마냥 느껴지는 단어다.타국에서 이방인이라 불리는 자들은 얼마나 독하게 느껴질지 상상이 안간다.

 

주인공은 정한나와 헤리(헤르만 폰 루튼)!

한나는 한국에서도 독일에서도 어디 하나 발붙일 곳이 없는 사람이다. 한줌의 미련이라도, 미움이라도 있으면 이 세상에 대한 끈이라도 가져볼 텐데 아무런 미련조차 없는 이다. 불면증, 수면제, , 학점조차 쉽게 따지 못하는 현실, 불우한 가정사. 단어들의 나열만으로도 그녀의 인생 한 면을 그려볼 수 있으리라. 절친이라 불리는 이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하는 말 그대로 철저하게 이방인인 그녀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그녀가 발 디딜 수 있는 곳의 전부란 사실도 알 리 없었다. 언젠가 돌아갈 곳이 있는 유학생. 잠깐의 타지 생활로 우울해하는 외국인. 그것이 그들이 보는 한나의 전부였다.” p.151


이에 반해 헤르만 폰 루튼! 친구들 사이에서는 헤리로 불리는 그. 그의 성 앞에 붙는 폰(von)은 귀족 가문이었음을 나타낸다. 변호사의 아버지, 귀족가문, 어릴 때부터 받아온 교육 덕분에 의대에 진학할 만큼 머리 또한 명석하고 성적 또한 으뜸인 그에게 단 하나의 결핍이 생겨났다. 이복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레온의 뒤를 쫓아서 대학까지 옮겨온 헤리. 그 집착의 끝에서 발견하게 된 한나. 그들의 이야기다.

 

검은 머리카락과 대조되는 파란눈의 그, 독일인과 한국인, 이방인과 현지인,부유함과 가난함 등등 서로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 카뮈의 이방인처럼 이 책도 철저하게 쓸쓸하고 공허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프고 흐리기만 하다. 오늘처럼 햇살이 뜨겁고 더운 이 여름날보다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시린 겨울에 읽으면 더욱 맛이 살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니 펜로즈 작가의 소프트랜딩,그래비티가 떠올랐다. 외국이 배경이고 철저하게 고립된 이방인의 이야기 그 낯설음이 닮아있다. 여름날에 겨울 한자락을 만난듯한 책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첫 책,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하고 작가님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