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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가 흘렀으니, 이제 남은 건 고작해야 나흘이나 닷새야."
그녀는 잠시 걸었다. 살을 에는 추위가 몸 속을 파고들어, 너무 빨리 흐르는 피와 너무 세차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웃기는 일이야. 살날이 며칠이나 남았다고 여태껏 본 적도 없고 얼마 안 있으면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 소리에 매달리고 있는 거지? 그런데도 속이 상하고 화가 나. 싸움이라도 한바탕 하고 싶어. 아냐, 뭐 하러 그딴 일에 시간을 낭비해?" _ 67
잠시, 제드카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까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었다. 사람들은 듣기만 해서는 모른다. 몸소 체험해보아야만 했다. _ 91
"도대체 뭐가 자신을 혐오하게 만들지?"
"아마 비겁함이겠죠. 아니면 잘못하는 게 아닐까,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영원한 두려움이거나." _ 97
"심각하게 병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한다면, 사람들은 판에 박은 일상을 벗어나려 시도할 때 흔히들 정신이상이 돼죠. 이해하시겠습니까?" _ 115
"너에게 살날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네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_ 145
아! 만약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내부에 있는 광기를 인식하고 그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면! 세상은 더 나빠질까? 아니, 사람들은 보다 올바르고 보다 행복해질 것이다. _ 193
"난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에뒤아르. 항상 저질러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없어 포기했던 실수들을 저질러가며. 공포가 다시 엄습해올 수도 있겠지만, 그걸로는 죽지도 기절하지도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 기껏해야 날 지치게 하는 게 고작일 그 공포와 맞서 싸워가며." _ 217
지난 주에 뒤늦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만난 저는,
정말 많은 밑줄을 긋고, 많은 마음의 대화를 나누었어요.
이곳에 차마(...응?) 옮기지 못한 밑줄들도 있고...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자명한 진리를 알고 있는 것과,
'나는 일주일 뒤 죽는다'(+_+)라고 코앞에 닥친 죽음을 아는 것은,
이토록이나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해! 일단 해 봐! 죽기 전에 해 봐야지! 후회하지 말고.
이런 말들도 늘 말로만 그치죠. 죽기 전에 해보자, 생각은 하지만 죽음은 내게 너무 멀리 있으니까요. '죽기 전'이 실감나지 않아요...
하지만, 당장 며칠 뒤 내가 죽는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행동은 않고 말만 하고 있을지는...
그런 생각들에, 몹시 심란하기도 했답니다.
『구경꾼들』 속 한 문장.
전학생은 꽃다발을 사가지고 문병을 왔다. 어울리지 않게 이게 무슨 짓이냐. 내 말에 전학생이 일 년에 한 번씩은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해야 심심하지 않는 법이라고 말을 했다.
이 문장을 읽고, 지난 주에 읽은 이 책을 떠올렸어요.
한 번씩은 어울리지 않는 짓도 해가며, 내 안의 광기를 인식하고 그와 더불기도 하며, 용기가 없어 포기했던 일들을 저지르기도 하며, 판에 박은 일상을 벗어나기도 하며,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저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_ 일탈을 꿈꾸며...... (므흐흐흐흣.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