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선생님을 만났다 문학동네 동시집 25
강정규 지음, 손지희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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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가 드디어 걷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갈까

어떤 길을 갈까,

그도 저도 아닌

연우의 길을 가면 좋겠다

연우니까

강정규 선생님의 동시집 『목욕탕에서 선생님을 만났다』에 실려 있는 시예요.

아아, 이 시 읽고, 이 땅의 모든 '아이'와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연우는 연우니까 연우의 길을 가면 좋겠고,

원주는 원주니까 원주의 길을 가면 좋겠고,

그렇게,

희숙이도, 수진이도, 상만이도, 민아도, 진아도, 정민이도, 소영이도, 형진이도, 원선이도, 세진이도,

누구든, 모두모두,

자기의 길을 가면 좋겠다고요.

 

어제 퇴근길에서 이 동시집을 읽으며,

방그레 엄마 미소 짓다가, 울컷 눈물 나다가, 푸힛 웃음 터뜨리다가, 하아ㅡ 무릎을 치다가,

그랬네요.

참 많은 표정을 지으며 읽었어요. ^^

 

이 동시집을 지으신 강정규 선생님은 1975년에 소설로 등단하신 뒤 동화를 중심으로 마흔 권 가까운 산문을 낸 문단의 원로 작가이신데, 작가 생활 35년 만에 동시는 처음.

그 첫 동시집으로 제 마음을 이렇게 온통 사로잡으셨어요. ^^

 

 

 

2010년 겨울, 축복처럼 이 땅 위에 찾아와 준 손녀와 함께 선생님에게서 태어난 첫 동시는 '갓난아기'.

갓난아기

 

 

어제까지

없었는데

오늘

있다

 

눈도 있고

코도 있고

손톱도

작다

'동시' 역시 이 날의 선생님에게는 '어제까지 없었는데 오늘 있'게 된 갓난아기 같은 존재였겠죠...?

이제는 의젓하게 한 권의 동시집으로 자라난!

 

너무 귀엽고, 너무 예쁘고, 또 너무 웃기기도 해서, 주변의 누구와든 함께 읽고 싶은 책이에요. ^^

아참, 때론 뭉클하기도!

개미

 

며칠째비내려먹이를구하지못해굶주리다허기진몸으로모처럼누군가에게밟혀죽은벌레한마리힙겹게물고가다가내발에밟혀죽으면집에서기다리는아기개미는어떻게하나……발조심!

내 발에 밟혀죽으면 집에서 기다리는 아기 개미는 어떻게 하나...

아, '집에서 기다리는 아기 개미는 어떻게 하나'라는 말을 보자마자 울컥, 코끝이 찡했던...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짱구' 이야기에도 그랬고요....ㅜ_ㅜ)

작은 존재를 보살피는 마음으로 살금살금 '발조심' 해가며 살아야겠어요. ^^

 

귀여운 그림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새삼 동심을 느끼게 해주는 이 동시집을 추천해올리며,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잠들고 싶은 오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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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꿈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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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한가운데에는 은으로 된 보석상자가 있었다. 로버트 루이 스티븐슨이 활짝 열어보니 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이름 모를 섬, 여행, 모험, 소년, 해적들에 대한 책이었다. 표지에는 그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는 동굴에서 나왔고, 원주민들에게 마을로 돌아가라고 명령하고는 책을 팔에 끼고 정상까지 기어올라갔다. 그러고 나서 초원에 드러누워 첫 페이지를 펼쳤다. 그는 그 정상에서 그 책을 읽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기가 순수했기 때문에 이야기는 공기와 같았고, 영혼을 열어주었다. 거기서,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을 기다리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

_ 작가이자 향해가, 로버트 루이 스티븐슨의 꿈

그는 무엇보다도 바다를 사랑했고, 바다에 음악을 한 편 헌정하고 싶었다. 태양은 하늘 꼭대기에 떠 있었고, 물의 표면은 반짝거렸다. 드뷔시는 숨을 잔뜩 들이쉰 채 조용히 다시 들어갔다. 해변에 도착했을 때, 샴페인 병을 꺼내 반쯤 마셨다. 시간은 멈춘 것 같았고, 음악은 이런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멈추게 하는 것.

_ 음악가이자 심미주의자, 클로드 아실 드뷔시의 꿈

난 당신의 가장 깊은 부분입니다, 카에이루가 말했다. 당신의 어두운 부분이지요. 이것 때문에 난 당신의 선생입니다.

근처 마을에서 종이 몇 번 울렸다.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페소아가 물었다.

내 목소리를 따라가야 합니다. 카에이루가 말했다. 밤을 새우거나 잠을 잘 때 내 목소리를 들을 텐데, 때로는 흐트러져 들릴 것이고, 때로는 듣고 싶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들어야만 하고, 이 목소리를 들을 용기를 가져야만 할 겁니다. 위대한 시인이기를 원한다면 말이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페소아가 말했다. 약속드리지요.

_ 시인이자 위장꾼, 페르난두 페소아의 꿈

 

 

 

불멸의 이름, 스무 명의 삶을 꿈으로 푼 타부키의 기막힌 몽환수첩!

이 책에는 타부키가 사랑한 스무 명의 예술가가 꾸었을 듯한 '꿈'이 그려져 있어요.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의 꿈을 알고 싶다는 욕망이 자주 날 엄습했다. 잃어버린 것을 채워달라고 문학에 요청할 때, 어떻게든 해보려는 문학의 시도는 위대하다. 나의 등장인물들, 그 영혼들은 지금 다른 세상에서 꿈을 꾸고 있다. 그들은 그들이 어떻게 읽힐까 하는 것에 대해 상상이 빈곤한 후세에게 너그럽기만 하다." ㅡ 안토니오 타부키

 

과문한 저에게는 이 스무 명의 예술가 대부분이 낯설었는데요,

아마 이들에 대한 '배경지식'을 더 가지고 읽었다면, 이 꿈들이 더욱 생동감 있게 읽히지 않았을까 싶어, 저의 무지가 아쉬웠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막짧막하게 이어지는 글들이 참 재미있었어요.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이름들, 기억해두었다가 한 명 한 명 만나게 되면 그때마다 다시 이 꿈을 찾아 읽어볼까 싶기도 해요!

 

그 스무 명의 이름은요,

다이달로스, 오비디우스, 아풀레이우스, 체코 안졸리에리, 프랑수아 비용, 라블레, 카라바조, 고야, 콜리지, 레오파르디, 콜로디, 스티븐슨, 랭보, 체호프, 드뷔시, 툴루즈로트레크, 페소아, 마야코프스키, 로르카, 그리고 프로이트.

 

 

마지막으로, 본문 외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조금 더 남기며...^^

 

'페르난두 페소아'의 소개에서,

사는 동안 단 한 번의 짧고도 강렬한 사랑을 했다. 상대는 오펠리아 쿠이로스, 그가 일하던 회사에서 타자수로 일하던 여자였다.

 

'안토니오 타부키 연보'에서,

대학에 다니는 동안 자신이 읽은 작가들의 흔적을 찾아보기 위해 여러 차례 유럽을 여행함. 그동안 파리 소르본 대학의 강의를 청강하면서 알게 된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시집 『담배가게Tabacaria』 프랑스어 판을 어느 헌책 노점에서 입수하여 읽었고, 거기에서 자기 삶의 중요한 모티프를 발견함. 이후 이탈리아로 돌아와 페소아를 더 연구하기 위해 포르투갈어 과정을 이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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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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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흘렀으니, 이제 남은 건 고작해야 나흘이나 닷새야."

  그녀는 잠시 걸었다. 살을 에는 추위가 몸 속을 파고들어, 너무 빨리 흐르는 피와 너무 세차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웃기는 일이야. 살날이 며칠이나 남았다고 여태껏 본 적도 없고 얼마 안 있으면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 소리에 매달리고 있는 거지? 그런데도 속이 상하고 화가 나. 싸움이라도 한바탕 하고 싶어. 아냐, 뭐 하러 그딴 일에 시간을 낭비해?" _ 67

 

 

  잠시, 제드카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까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었다. 사람들은 듣기만 해서는 모른다. 몸소 체험해보아야만 했다. _ 91

 

 

  "도대체 뭐가 자신을 혐오하게 만들지?"

  "아마 비겁함이겠죠. 아니면 잘못하는 게 아닐까,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영원한 두려움이거나." _ 97

 

 

  "심각하게 병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한다면, 사람들은 판에 박은 일상을 벗어나려 시도할 때 흔히들 정신이상이 돼죠. 이해하시겠습니까?" _ 115

 

 

  "너에게 살날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네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_ 145

 

 

  아! 만약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내부에 있는 광기를 인식하고 그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면! 세상은 더 나빠질까? 아니, 사람들은 보다 올바르고 보다 행복해질 것이다. _ 193

 

 

  "난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에뒤아르. 항상 저질러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없어 포기했던 실수들을 저질러가며. 공포가 다시 엄습해올 수도 있겠지만, 그걸로는 죽지도 기절하지도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 기껏해야 날 지치게 하는 게 고작일 그 공포와 맞서 싸워가며." _ 217

 

 

 

 

지난 주에 뒤늦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만난 저는,

정말 많은 밑줄을 긋고, 많은 마음의 대화를 나누었어요.

이곳에 차마(...응?) 옮기지 못한 밑줄들도 있고...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자명한 진리를 알고 있는 것과,

'나는 일주일 뒤 죽는다'(+_+)라고 코앞에 닥친 죽음을 아는 것은,

이토록이나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해! 일단 해 봐! 죽기 전에 해 봐야지! 후회하지 말고.

이런 말들도 늘 말로만 그치죠. 죽기 전에 해보자, 생각은 하지만 죽음은 내게 너무 멀리 있으니까요. '죽기 전'이 실감나지 않아요...

하지만, 당장 며칠 뒤 내가 죽는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행동은 않고 말만 하고 있을지는...

그런 생각들에, 몹시 심란하기도 했답니다.

 

 

『구경꾼들』 속 한 문장.

 

전학생은 꽃다발을 사가지고 문병을 왔다. 어울리지 않게 이게 무슨 짓이냐. 내 말에 전학생이 일 년에 한 번씩은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해야 심심하지 않는 법이라고 말을 했다.

 

이 문장을 읽고, 지난 주에 읽은 이 책을 떠올렸어요.

한 번씩은 어울리지 않는 짓도 해가며, 내 안의 광기를 인식하고 그와 더불기도 하며, 용기가 없어 포기했던 일들을 저지르기도 하며, 판에 박은 일상을 벗어나기도 하며,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저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_ 일탈을 꿈꾸며...... (므흐흐흐흣.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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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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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함께 빙긋이 웃을, 명랑한 이야기. 덕분에 올 봄은, `명랑한 봄`이에요!! ^^* (알라딘에서 주는 컵받침도 너무 예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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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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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리.타. _ p.17

 

 

내가 가장 사랑하는 첫 문장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첫 문장이나,

『롤리타』를 만난 후, 이 매혹적인 첫 문장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롤.리.타.

책장이 넘어가는 동안에도 내 혀는 문득문득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려본다. 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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