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알라딘불매운동때문에 알라디너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은가 봅니다. 저는 불매운동과 그 운동에 참여하시는 분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조적인 입장이라고 할수있겠네요. 로쟈님과 비슷한 포지션이라고 할까요? 지지는 하지만 동참하지는 않겠다라는 입장입니다. 바람구두님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지만 책 몇 권을 이 곳에서 사지 않는다고 그것을 불매운동한다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고(왜냐하면 여기서 사지 않으면 어차피 다른 곳에서 사야하고 비정규직이 문제라면 단지 알라딘만 문제인 것은 아니요. 도서 출판계 전반이 문제이고 한국사회 전반이 문제가 될 수있지요.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시스템 자체가 문제인 것이고) 그래서 그분들의 활동에는 지지는 보내지만 내가 나서서 시간과 정열을 소비해 가면서 할 일은 아닌것 같다정도가 나의 생각이고 입장입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 일이 다른 비정규직관련 사건들보다 상대적으로 지엽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혹자는 그 기준이 뭐냐고 말하실듯 하지만요) 비교우위라고 하긴 뭐하지만 예를들어 같은 불매운동인 뉴코아,이랜드불매운동의 사례의 경우는 훨씬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해고를 당하고 고통을 받은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곳 알라딘에서는 이랜드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라는 바람구두님 같은 분들이 안계시더군요. "이곳 알라딘블로거들에게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업이니까?" 나름 생각해본 원인으로는 결국 이것 밖에는 없더군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라딘에서는 책을 안사기로 했지만 이랜드에 가서 옷을 사입고 뉴코아에 가서 쇼핑을 한다? 어떻게 보면 이는 비정규직 한 명을 위한 투쟁에는 동참하면서 비정규직 수십,수백명을 위한 운동은 외면하는 결과가 되는 것 아닐까요? 윤리적 소비라는 것이 가능한 선을 엄격히 따르자면 사실 자본주의사회에서 생산한 모든 재화의 소비를 금해야 합니다. 단순히 식탁에 고등어를 올리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단 것이지요. 가장 좋은 방법은 스님들처럼 산속으로 들어가 속세와 연을 끊고 살거나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들 도처에는 사실 비윤리적으로 생산된 자본주의의 생산품들이 도처에 널려있으므로 말이지요. 난 고등어를 먹지 않으니까 윤리적 소비를 하는 사람이야. 혹은 희말라야의 선물같은 공정무역을 통해서 공급된 커피를 먹으니까, 난 알라딘에서 책을 사지 않으니까 윤리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요 독자야라고 생각해서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문제는 뭘까요? 사실 제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관련해서 수많은 사건과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을 겁니다. 알라딘의 해고사건 같은 것은 이슈화되어서 그렇지 그렇지 않은 수십, 수백건의 사례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그러나 이 각각의 케이스에 우리가 모두 힘을 보탤수는 없는 일입니다. 산속에 들어가서 자급자족하면서 살 수 없거나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일억원을 내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그러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모두가 각자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자신이 할수있는 역량만큼 참여하고 실천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어떤 일이 내가 참여하고 참여하지 말아야 하는 일인가를 판단해야 하는 일이 남습니다. 그 판단에서 저는 이번 알라딘 해고노동자건 관련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심정적인 지지는 보내지만 책 몇권 안사는걸로 혹은 지지한다라는 의사표명 하는걸로 불매운동에 동참한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울러 블로그활동을 접거나 옮길 의사도 없습니다. 애초에 이곳은 알라디너들과의 교류를 위해 만든 곳이지 알라딘의 돈벌이를 위해 만든 공간이 아니므로.
자본주의사회에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한국사회에서는 이 소비자불매운동이라는 운동의 방식이 효과적이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불매운동에 참여하시는 알라디너분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이번 운동으로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시길 새해를 맞이하여 기원해 봅니다. 그러나 제가 힘을 보탤수 있는 부분/참여할 수 있는 선은 여기까지라고 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