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는 여자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1972년 북경 출신의 여자가 어려서 부터 시를 짓고 글을 쓰고 신동 소리를 듣다가 프랑스 정부 장학금으로 프랑스에 가서 공부한지 7년 만인 1997년 첫 소설 '천안문'을 펴내고 그 이후에 세번째 소설이 "바둑을 두는 여자"이다.

관심이 가는 프로필이 아닐수 없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노력만으로는 따라 잡을 수 없는 '천재'라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이런 부류의 사람중에 하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소설은 두 사람의 화자가 등장한다. 배경은 1930년대의 만주.

한사람은 10대의 바둑을 두는 여자. 다른 사람은 만주벌판의 전쟁터에 젊은 일본인 군인 장교. 각장은 이 두 화자가 쓰는 장이 교차되어 있다. 

책이 정확히 중간까지 갈때 까지 이 두사람은 만나지 않는 다. 그리고 정확히 중간에서 만난다. 공원에서 바둑을 두는 두사람의 이방인으로. 그리고 그들의 만남은 바둑을 두는 몇시간을 제외하면 아무런 연관도 없다. 그리고 그 둘의 각자 인생은 또 나름대로 진행된다.

그러나 바둑을 두면서 나누는 무언의 교감이 결국은 우연치 않는 재회로 이어지고 그 재회는 거기서 바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사람사는 이야기가 다 거기서 거기라면 이 소설의 소재는 다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의 재판이다. 거기에 역사적 맥락이 있다. 우리가 흔히 보아온 그 역사적 맥락과 그리 다르지 않는 역사적 맥락이다.

이야기의 구조는 구성은 조금은 신선하다. 서로가 다른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그렇고, 그 둘은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부분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두사람이 만나서 서로 바둑을 두는 몇장은 그렇다. 왜냐면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의 기대는 기쁘게 의외의 상황을 맞이한다. 마치 남녀가 등장하면 꼭 한번쯤은 같이 자주는 장면이 들어가기를 기대하는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은 그런 상황이다.

하지만 바둑을 두는 두사람이 서로 교감을 가지게 되는 상황은 신선하게 마치 다른 형태의 성교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형태의 그리고 그 점에서 '몽환적'이라거나 '동양적'이라는 subtlety(How do I love this word!)를 선사한다. 

샨사의 문장은 간결하다. 각장은 아주 짧게 구성되어있다. 전체가 92장이나 된다. 각장은 2-3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다.

이 샨사가 프랑스에서 그리도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는 지는 나로써는 전혀 이해 할수 없다. 그건 내가 프랑스사람이 아니기에 그 사회를 모르기에 전혀 이해 할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이 작가의 모국어인 중국어로 중국에서 출판되었어도 그렇게 인기가 있었을 지 의문이다.

이런 소설에 대한 절대적인 경의와 지지를 보내면서 프랑스인들은 그들의 문화적 포용력을 억지로 과시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수 없다.

이 소설이나 작가의 능력을 폄하라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분명히 그렇게 까지 센세이션을 읽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1972년 생의 여자가 1930년대의 만주 벌판의 이야기를 써야만 했다는 것이 슬프다. 하지만 그 전세대와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책의 절반을 일본인의 시각으로 쓸수 있었다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며 그리고 세월의 지남이 가져다준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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