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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ㅣ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소설을 별로 땡기지 않아 한다고 늘 말하던 나였는 데. 이 소설이 그중 가장 마음에 든다. 아니 아주 좋다.
각 장마다 등장인물 5인이 각자 화자가 되어 시점은 바뀌지만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런 방법도 참신하고, 한 밤중에 허를 찌르는 위트에 한참을 웃기도 하고, 그러면서 무언가 비장함도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일본 사회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앞서가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지만 이 소설처럼 일본인들이 이렇게나 진보한 인간관계를 가지게 됐나 싶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한 아파트에 사는 5인의 동거인들인데, 그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고 도와주고 좋은 친구들 같지만 동시에 자신을 전부 내 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제 갑자기 누군가 그 집을 나가도 '이만, 안녕.' 이면 끝이다.
서양 사람들의 사교 생활이라는 것이, 쉽게 친해지지만 그리고 친절하지만, 그 밑에 지속되는 아무것도 없는 그런 공허함이 동양인인 나로서는 느껴지는 데. 이 곳의 동거인들의 관계가 그렇다.
평범하고 평이한 것에 조금은 심심해 하는 나에게 큰 재미를 선사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