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다 세트 - 전3권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베르나르 올리비에라는 남자가 오랜 기자 생활을 퇴직하고 60의 나이에 실크로드를 걸어서 갈 계획을 세운다. 그는 그 계획을 추진할 힘을 얻기 위해서 출판사를 찾아간다. 그는 자신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출판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을 제안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지 자신의 의지를 지탱해줄 출판사와의 약속이 필요한 것이었다.

터키의 이스탐불 부터 중국의 시안까지 12,000킬로미터, 1,099일을 4년에 걸쳐서 주파한다. 그리고 300에서 4000페이지에 달하는 아나톨리아 횡단(Longue Marche), 머나먼 사마르칸트(Vers Samarcande), 스텝에 부는 바람(Le vent des steppes)세권의 책을 출판 했다.

사진이라고는 표지에 한두장이 전부이다. 이 길을 간 사람에 비할것은 못되지만 이 책을 다 읽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의 일상은 너무나 단조롭고 그에게 벌어지는 일들도 대동소이 했다. 간간히 나오는 지역의 역사는 대부분 나중에 편집해 넣었을 것이 너무나 확연한 것들이었고. 사실 그런 역사적 배경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은 절대아니었다.

저자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수 성가한 사람이 가지는 아집과 추진력이 있었고, 그런들이 이 과정을 마치게 한 결정적인 원동력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서구인들이 가지는 동양인에 대한 생각과 기대 또는 실망감을 표현한 것들을 보면서 이 두 세계가 결국은 한 점에서 만날수 없다는 생각이 몹시도 들었다. 사해동포주의를 표방하는 나는 아니지만, 점점 세계인이라는 것은 존재할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전기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반대의 사람이다. 나는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취에서 교훈이나 나의 역할 모델을 찾기 보다는 나 자신으로 살고 그 것을 합리화 하는 것을 더 편안해 하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어며서 나는 이 거대한 일을 해낸 그 사람의 의지를 존경하기는 하지만 그를 존경하지는 않는 다.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원동력은 훌륭한 일을 해냈어도 어차파 나와 같은 많은 모순과 불합리성, 부족함을 가진 한 인간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실크로드를 꿈꾸는 사람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나의 실크로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그 실크로드를 한발자욱씩 땅으로 디딘 사람에게도 실크로드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길이 있어서 걸어갔을 뿐. 그리고 그 여행을 하기전의 그와 그 여행을 마친후의 그가 달라진 사람이라고는 생각 할수 없었다.

그는 다른 어떤 종류의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는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 대상이 달랐을 뿐이었다.

다르다는 것이 주는 몰상식과 몰지각함이 독학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이 똑똑한 인간에게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결코 실크로드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그 길을 다닌 상인의 정신을 따라 간것고 아니었다. 그는 지구상에서 이름지어진 가장 긴 길을 걸었을 뿐이었다. 그 길을 다 걸었다는 만족감을 가지고 싶었을 때문이었다.

그의 여행은 편안하지 않았을 뿐이지 정해진 일정에 따라 깃발만 보고 쫓아가는 패케지 여행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하루 하루 싸웠고 그것이 그 무엇보다 큰 기쁨이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 길위의 풍경은 때로 묘사되지만 그것들은 부수적인 것이 었다. 그는 만남의 즐거움 보다, 관료주의의 불합리성을 꼬집는 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싫었던 그의 태도는 '부'와 '위생'에 대한 그의 태도였다. 부와 위생이라는 개념조차 상대적인데 그 걸 넘을 만큼 그는 열린 인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도 때때로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 볼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내 여행들의 추억을 되새김 해 볼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나처럼 말 많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에게 언어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 지도 새삼느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마지막 두 여정은 물론 사막지역을 지나가가기 때문에도 한권에 묶일 분량밖에 안되었지만 또한 그가 중국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도 크게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실크로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 중국의 영토를 지나가기 위해서라도 중국어는 필수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중국어 책을 손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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