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기행 - 나는 이런 여행을 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그가 다수의 잡지에 기고한 글들의 모음이다. 연대순으로 정리되 있지 않다. 그래서 흡사 시공을 초월해서 다니는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소수의 일본 작가들은 어쩌면 하나 같이. 스스로 일본인 이면서 "일본인, 니들이 뭘알아."하는 투의 자조가 섞인 목소리를 낸다. 혹은 "나나 알지." 하는 태도이다.

미리 예습을 하지 않았어도, 이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 엄청난 관심과 그 관심을 충족시킬 방대한 독서량이나 자료 수집 능력을 가진 사람이란 것을 알수 있다. 보통인과는 조금은 다른 뇌의 용량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이런 사람들을 만난다. 대부분의(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시간이 없어서'라는 것은 거의핑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24시간을 운용해도 도저히 따라 갈수 없는 용량을 가진 몇몇의 사람들이 있는 데. 아마도 이 사람이 그런것 같다.

게다가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찾아 나설 추진력도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돈 대줄태니, 거기 가서 글을 좀 써 주시지요." 라고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선듯한 그의 위치는 부럽다. 물론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님은 아는 봐이지만. 하지만 여기서 무라카미 류가 지적한 것 같은 80년대 일본 거품 경제의 수혜자 라는 인상을 지울수는 없다. 그 당시 일본은  모든 분야에 아낌없이 돈을 쓸수 있었던 그런 경제력이 있었다.

이 글들은 저자가 잡지들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단순한 기행 에세이의 성격을 띈것도 있고, 대담의 형식을 띈것도 있고, 르포르타주의 형식을 띈것도 있다.

어떤 경우이던 한가지 공통된 불만은 거의 모든글이 글을 쓰다 말았다 생각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제한된 지면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사안이 너무 복잡해서 깊이 들어가기는 힘들다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잡지의 특성상 마감이 쫓기어 재대로 마무리를 할수 없었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이 뇌의 용량이 남들 보다 많고 통찰력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결코 최고의 저술가는 아니다고 생각한다. 짦은 지면이라도 사안에 대해서 적절히 호흠을 조절해서 글을 맺어 주는것이 적어도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 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일본에서도 2004년에 출간된 배경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거의 20년이 지난 글도 실려있고 30년이 지난 여행의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고 그의 글이 유효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때나 심지어는 지금 까지도 그가 한 것 같은 여행을 한 사람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이 가장 나에게 유익했던 부분은 일본인에게나 마찬가지로 우리의 관심의 영역 밖에 있는 스페인 정벌 시절의 남미와 중동의 문제, 그리고 동방교회에 관한 지식을 이였다. 이런 부분의 지식은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된 서적이 국내에는 없다. 혹시 있다하더라도 그 지역의 사람들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기 보다는 서구의 정복자들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글을 대하다 보면 계속 무언가 개운치 않은 것들이 머리 한구석에 남아있다.

스스로 인정 하다 시피 양측의 논리를 다 섭렵한 저자의 균형있는 시각은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이 균형은 이 전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균형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치우쳐 보이지만, 제 삼자인 일본인의 입장이므로 그 어느 것보다 객관적이라고 믿을 만하다.

두꺼운 책의 분량에 비해서 각 장이 서로 독립적인 글이기 때문에 읽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찾아보기전에 한번쯤 인도자로써 내세울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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